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애취애 Jul 22. 2022

현재 행복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소통

5장 내가 특이한가? (5-6)

내가 쓴 마지막 논문은 행복에 관한 내용이었다. 많은 선행 연구들이 행복을 세 가지로 나누어 표시했다. 소득, 건강, 커뮤니케이션이다. 이 중에 관심을 끄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영어 단어를 우리말로 바꾼다면 관계 혹은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직장 동료와의 관계가 좋아야 행복하다고 했다.


처음에 관계성(소통)이 행복에 주는 임팩트를 의심했다. 건강이 행복의 필수 요소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행복에 있어 건강이 가지는 임팩트, 특히 수치화된 임팩트는 의외로 적을 수 있다. 월급 200만원인 사람과 월급이 20억인 사람은 급여가 2,000배 차이가 난다. 기본소득(최저임금)보다 2,000배 큰 사람이 존재한다. 하지만 보통 건강한 사람보다 2,000배 건강한 사람은 없다. 보통 사람보다 밥을 10배 먹는다고 해서 10배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고, 잠을 하루에 1시간만 자도 쌩쌩한 사람도 8시간 자야 하는 보통 사람들과 비교해 8배 체력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 


관계도 미세한 차이를 보일 정도라고 생각했다. 조금 친한 거 하고 많이 친한 거 얼마만큼 차이가 있을까, 또 친한 사람이 1명인와 100명인가 얼마나 다를까 라고 생각했다. 행복에 제일 큰 요소는 소득이라는 전제가 분명히 있었다. “돈으로로 안 되는 일도 있다.”라는 말은, 거꾸로 생각해 보면, 돈으로 거의 모든 일이 해결된다는 뜻이다. 돈이 많으면 건강을 유지하기도 쉽다. 그러니 관계는 미약한 임팩트를 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외로 관계는 큰 임팩트를 주었다. 특히 사회 활동이 왕성해 관계가 두터운 사람(청년)이 아닌, 은퇴 후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기 시작할 때, 좋은 관계성을 유지하는 것은 행복감에 굉장히 좋은 영향을 주었다. 연구 결과, 진전한 관계의 효과는 소득을 2,3배 올리는 효과와 비슷했다. 그러니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사귀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결론은 내가 그때까지 추구했던 행복 목표와 대척점에 선 것이었다. 부동심, 나만의 성(城), 타인과의 격리 등, 교류와 소통보다는 내 세계 속에서 살기 원했던 내 방향과는 상충된 이야기였다. 내가 연구한 결과가 내 방향성을 부정했다. 


그러면 교류와 소통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이 질문의 대답을 우연히 책에서 찾았다. 그 책에는 고대 그리스의 정치가 솔론의 연설이 실려 있었다. 연설문 안에는 사업을 하는 이유는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함이라고 쓰여 있었다. 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위해 군인이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 사업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솔론의 이 연설문은 내용과 문장 면에서 훌륭해서 현대 이탈리아의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고 했다. 


물론 이러한 이유로 내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하면, 그건 주객(主客)이 전도된 표현이다. 사람이 선택을 하고 이유를 찾는 것처럼, 나는 이미 창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창업을 생각하고 간을 보고 있었던 시기였다. 무의식적으로 창업을 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류, 소통이 행복에 주는 임팩트를 부정하기 힘들다. 또 사업이라는 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시작되는 것도 사실이다. 행복, 소통, 사업이라는 단어들을 무리하게 갖다 붙힌 게 아니다. 


내 행동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창업을 결정할 쯤에 시작한 운동이 테니스다. 내 평생 처음으로 다른 사람과 팀(복식 게임)을 이루어 하는 운동을 배우기 시작했다. 또 작년까지 잠깐 배웠던 악기가 드럼이다. 독주(獨奏)가 불가능한 악기다. 보컬은 반주 없이도 노래를 부를 수 있지만, 드럼은 다른 악기의 음향이 없으면 그냥 박자만 치는 기계다. 그런 것들을 선택한 내가 놀랍다. 


창업을 하며 절실하게 느낀 것은 아무리 뛰어나도, 한 사람이 세 사람의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24시간 일을 하면, 8시간 일하는 보통 사람 세 사람의 일을 할 수 있다. 당연히 불가능한 이야기다. 자기 분야에서 천재적 능력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기획, 제조, 영업, 홍보, 회계, 재무, 인사, 관리까지 모든 면에서 뛰어날 수 없다. 동업자를 찾던, 팀원을 찾던, 외주를 주던 어찌되었든 간에 함께 해야 한다. 뭉쳐야 산다. 


소통이라는 키워드는 내게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외면하기에 그 단어가 가진 의미가 너무나도 큰 것 같다. 뭔가 대단한 보물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많은 연구자들이 지적하고 증명한 것처럼 커뮤니케이션 - 소통은 행복과 성공의 열쇠다. 이를 등한시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소통이 내 행복의 키워드다.

작가의 이전글 과거 행복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부동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