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파티룸을 한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생애최초로 파티룸을 오픈하는 날이다. 매물을 발견하고 계약까지, 체감상 빛과 같은 속도로 이루져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 경위를 정리하고 기록해야 놓아야 할 것 같다. 다음 번 계약을 위해서, 내 다음 사람을 위해서, 또 아직 끝나지 않는 인수인계 과정을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쉼표를 찍어야 할 것 같다.
최행부님의 돈공세(돈벌리는 공간 세팅) 2기 강의에 참여한 이유는 현금 흐름에 대한 절박함이 반이고, 호기심이 반이었다. 그때 “렌탈스튜디오”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렌탈”은 안다. “스튜디오”도 안다. 그런데 “렌탈”+ ”스튜디오”라는 업종이 있는 줄은 몰랐다. 새로 생겨난 공간대여업이었다. 찰영이 필요한 찰영팀와 유튜버들에게 장소를 대여해 주는 일이었다.
참여한 대부분의 수강생 동기들은 실천이 진리임을 알고 있었다. 렌탈스튜디오, 파티룸, 에어비앤비, 쉐어하우스 등, 공간을 세팅하는 법을 배워서만는 결코 돈을 벌 수 없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렌탈스튜디오와 파티룸에 끌렸다. 다목적이기에 수익창출에 유리해 보였다. 행부님으로부터 매물 찾는 법을 배우고, 매물 선정 기준을 세웠다. 보증금과 권리금의 상한선, 집으로부터 거리 기준, 매물의 면적 등을 세웠다.
내가 제일 힘들어 했던 부분은, 수익예상 - 수요를 예측하는 일이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공간을 열심히 세팅하고 싶지 않았다. 열심히 세팅해서 고객들을 불러 모으기 보다 이미 고객들이 있는 공간에 들어가고 싶었다. 행부님도 양도 물건(매물)의 장점으로서 여러 번 강조한 사실이었다. 양도자에게 매출을 묻고 판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양도자가 말하는 매출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 일단 판단 근거가 되는 숫자를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동산 매물은 발품(임장-직접방문확인)이 중요하다고 여러 번 들었지만, 나는 손품(검색)을 많이 팔았다. 이상하게도 매물을 검색하고 리스트를 만드는게 재미있었다. 네이버 카페에서 금년 1월부터 매물로 나온 스튜디오&파티룸을 엑셀 파일로 정리하니, 100개가 넘었다. 100개 매물의 보증금, 월세, 권리금, 평수를 기록하니, 대충 이 정도 입지, 면적이라면 어느 정도가 적정한 가격이라는 기준이 생겼다.
5월24일 저녁이었다. 카페 키워드 알림 기능을 통해, 내 휴대폰에 매물 정보가 떳다. 매물을 보자마자 내가 원하는 곳임을 알았다. ‘이건 잡아야 돼’라는 느낌이었다. 직감이었다. 집에 돌아가던 중이었는데, ‘내가 PC에 앉기까지 매물 올린 이에게 아무도 연락하지 말기‘를 기원했다.
내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또 다른 매물 정보 수신되었다. ‘여기도 좋아!’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집에 도착해서 두 곳, 모두에게 연락했다. 다음날 직접 방문해서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방문 약속을 잡고, 고민이 시작되었다. 매물A와 매물B, 어디를 선택해야 할 지 몰랐다. 비슷해서가 아니라 장단점이 너무 뚜렸해서였다.
행부님에게 상담톡을 보냈다. 내가 생각하는 매물A와 매물B의 장단점을 PPT로 만들어 보내드렸다. 행부님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상담을 통해, 장단점이 뚜렸하니 방문하고 나서 결정하기로 했다.
매물A를 오후 1시에 방문했다. 내가 처음 보러 온 사람이었다. 매물B를 보기 위해 이동하던 중, 문자가 왔다. 매물B는 이미 가계약이 완료됐다는 내용이었다. 처음 보러 오신 분이 바로 가계약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문자를 받고 나는 지체없이 매물A 양도자에게 가계약을 원한다는 문자를 보내고 가계약금을 이체했다.
좋은 매물은 빛처럼 사라진다. 행부님 스튜디오도 행부님이 첫번째 연락자였고, 당연히 처음 방문자였다. 그리고 행부님이 양수자가 되었다. 매물B도 처음 보러 온 사람이 인수했다. 매물A도 그렇게 되었다.
25일부터 자금난이 시작되었다. 보증금과 권리금을 맞추려면, 정말 내가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을 탈탈 털어야했다. 계산을 해보니, 보증금, 권리금 주고 나면, 통장에 6만8천원이 남는다. 6월 1일 날짜로 인수하기로 했는데, 6월 월세는 6월에 벌어서 내야 했다. 그래도 그 계약금 못 맞출까봐, 조바심이 났다.
매물A의 최대 장점은 블로그 리뷰와 플레이스 리뷰가 이미 충분히 쌓였다는 점이었다. 내가 가장 힘들어 했던 수요의 확인이 어느 정도 가능했기에, 마음이 놓였다. 또, 양도자가 노하우를 잘 정리해서 전해 주었다. 가이드로 A4 10페이지 분량을 받았고, 어제는 계약서 도장 찍으면서, 예약 받는 법, 세팅하는 법, 청소하는 법 등에 대해 3시간 동안 설명을 들었다. 공간대여업에 대해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한다. 온라인 세팅은 아직 멀었다. 네이버 플레이스, 네이버 예약, 네이버스마트스토어, 톡톡 연동은 어제 마쳤는데, 확실한 지 테스트해 보지 못했다. 네이버페이는 아직 연결하지도 못했다. 인스타 계정은 엊그제 새로 생성했는데, 사진 한장 올리지 못했다. 스튜디오 이름도 3일 전에 생각해서 지었다. 당연히 로고도 명판도 없다.
천만다행히도, 양도자가 많이 도와주었고 6월 예약 고객분들도 인도해 주었다. 결제금액까지 전달 받아, 월세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입을 어제 입금 받았다.
나는 두렵다. 그리고 셀레인다. 현금 흐름, 수익 창출 파이프 라인을 절실히 가지고 싶었다. 이제 가졌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이어질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팔아야 할 상품과 서비스를 처음부터 만드는 입장이었다. 또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서비스를 설명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런데 처음으로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상품(공간)을 다루게 되었다.
오늘은 가계약한 지, 1주일이 되는 날이다. 그리고 내 명의의 공간대여업이 시작되는 날이다. 물론 월세도 나날이 따박따박 카운트되고 있다. 지난 1주일을 어떻게 보냈는 지 모르겠다. 내가 잘한 것인지, 제대로 선택했는 지를 확인하고 싶어서 네이버 카페 매물 정보를 다시 보고 위안을 삼았다. 비교적 소액의 월세에 감사하며, 열심히 하면 적자는 안날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을 추스려 본다.
내가 직접 예약 받고, 대여하고, 청소하고 다음 예약을 준비하는 1번의 사이클을 경험하면, 마음이 진정될 것 같다. 그 다음 스테이지(광고비 태우기)를 생각할 여유를 갖게 될 것 같다.
앞에 놓여 있는 일 - 인스타 정비, 모두 홈페이지 생성, 사업자 계좌 연결 등등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겠다. 하나를 해결하면 그 다음이 보이고, 그 다음을 해결하면 또 그 다음이 보일 것이니, 지금의 하나를 해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