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젊다. 팔팔하다. 그렇게 인지한다. 하지만 내가 ‘늙었다’ , ‘더 이상 청년 아니다’라고 느꼈을 때가 있었다. 몇 번 있었다.
2020년 여름 생애 최초로 한라산을 등반했다. 오전 4시에 일어나, 한라산 등반 출입구에 대기하다가 5시에 개장하자마자 올라갔다. 오후 1시에 반대편 출구로 내려왔다.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다. 500ml 스포츠 음료 2개 들고 올라갔는데, 이온 음료 2L 두 개에 사과, 초코바, 김밥으로 무장하고 올라갔어야 했다.
내려 와서 바로 앞 식당에서 잔치 국수를 먹고 있었다. 20대 초반의 어떤 청년이 내 앞자리에 앉았다. 한라산에서 바로 내 뒤에서 등반하던 청년이었다. “한라산 등반 동기”라며 내게 말을 걸었는데, 꽤 인싸였다.
훌륭한 청년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 선수였으며,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또 곧 입대를 하는데 군대 가기 전에, 자전거로 전국 일주를 하고 있다고 했다. 매력적인 내용이었다. 들으면서, 나도 자전거로 전국 일주를 하고 싶어졌다. 준비만 잘하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은 추억 하나 만들어낼 수 있다.
청년은 자전거로 대관령 오르는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오르고 올라도 끝이 없고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아마 한라산 등정과 비슷해서 나온 이야기 같다. 대관령을 오르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지나가던 용달차를 히치하이킹 했다고 한다. 자기 좀 태워 달라고 해서 용달차를 타고 대관령을 넘었다고 했다.
나도 그것 한 번 해 보고 싶었다. “히치하이킹” 나도 자전거로 대관령 오르다가 지나가는 트럭에 손 흔들고 세워서 타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 ‘그게 될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지나가는 트럭 운전수들이 나를 보고 세워 줄까?’라는 의문이었다.
길가에서 자전거를 들고 있는 청년이 손을 흔들면, ‘젊은이가 고생이 많네!’라며 세워 줄 것 같은데, 왠 아저씨가 손을 흔들고 있으면, ‘이상한 아저씨가 손을 흔든다’라며 그냥 지나칠 것 같았다.
나는 젊다고 생각하지만 이 사회는 나를 청년이 아닌, 중년으로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나이를 먹었네’, ‘더 이상 청년이 아니네’라는 생각이 평생 처음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