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고분 벽화속의 거북 (2)- 국내성(중국 길림성 집안) 지역 벽화
이 장에서는 400여 년간 고구려의 수도였던
집안 지역(국내성)과, 국내성에서의 천도 후
멸망할 때까지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 지역의
고분으로 나누어, <사신도>가 그려진 고분만을
대상으로 하여, 시기별로 ‘현무’의 도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중국 길림성 집안(국내성) 지역 고분 벽화를 살펴보자.
아래 <표>는 2000년 '조선유적 유뮬도감편찬위원회'가 편찬한 『북한의 문화재와 문화유적 Ⅰ』과 『북한의 문화재와 문화유적 Ⅱ』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위의 <표>에서 보다시피, <사신도>가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은 총 9기이다.
그 중에서 산성하 983호분과 무용총, 환문총의
'현무'는 박락 등으로 인하여 확인이 불가능하다.
'사신'과 '현무' 도상이 뚜렷이 드러나는 몇개의 무덤을 살펴보자.
먼저 '삼실총'을 보자.
‘삼실총’은 고구려 수도였던 국내성 지역과
내륙 아시아 초원 지대로 이어지는 동서 교류
교통로의 길목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확인시켜 주는 벽화고분이다.
4세기 말에서 5세기 초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벽화는 회벽 위에 그려졌고
둘째 칸과 셋째 칸 천정에는 사신인
청룡, 백호, 현무, 주작과 비천, 신천,
기이한 짐승들을 그렸다.
‘현무’는 셋째 칸 앞쪽 천정에 벽화로
그려졌고, ‘쌍현무(雙玄武)’로 ‘현무’ 두 마리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다.
두 마리의 뱀은 각각 현무의 머리 아래에서,
‘현무’를 바라보고 있는 ‘귀사합체’의 모습을 하고 있다.
‘현무’는 맹수의 머리와 맹수의 다리를 하고
몸통에 연속된 육각형의 귀갑문이 보이며,
귀갑문 안에는 점이 찍혀 있다.
목 쪽으로는 물고기 비늘이 그려져 있다.
뱀은 ‘현무’의 목과 몸을 각 한 번씩 휘감고
지나가며,
마지막에는 두 마리 ‘현무’의 중간에서
‘χ’ 모양으로 서로 얽힌 후 ‘현무’와 마주하는
모습이다.
네 다리에는 날개와 같은 것이 보인다.
‘통구 사신총’은 6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고분 형태는 안길과 안 칸으로
이루어진 외방 무덤이다.
벽화는 돌벽에 직접 그렸고, 안칸 네 벽에는
구름무늬 바탕 위에 <사신도>를 그렸는데,
모두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
‘귀사합체’의 모습으로 ‘현무’와 뱀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기보다는
하얀 이빨을 드러내면서 잔뜩 독이 올라
대치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여기서는 ‘거북’이 고개를 돌려
뱀을 돌아다보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구름 사이로 뱀은 현무의 몸을 한번 휘감고
지나가며, 현무의 꼬리 쪽에서 자기 몸을
꽈배기 형태로 여러 차례 복잡하게 얽혀있다.
뱀의 몸은 다양한 색상으로 채색되었고,
비늘도 하나하나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에 반해 ‘현무’는 이빨과 혀, 목 앞부분을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갈색 계통의 색상으로
진하게 채색되어 있다.
뱀의 세밀한 묘사에 비해,
현무는 배갑에 문양조차 보이지 않는다.
삼실총 벽화의 현무와 평양지역의 현무의
맹수형과는 달리 ‘실제적인 거북의 모습’과
비슷하게 그려졌다.
두상은 ‘사두형’으로 몸체에 비해 다리는
가늘고 길게 표현되었고,
세 개의 발가락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회분 4호묘’는 6세기 후반으로 추정되며,
집안 지역의 분지 중간에 무덤 5기가 동서
방향으로 길게 배치되어 있어서
‘오회분(五悔墳)’이라고 부른다.
4호묘는 서쪽으로부터 네 번째 위치하며,
4호묘와 5호묘는 외칸 무덤으로 무덤의 구조와
벽화의 내용이 서로 유사하다.
4호묘는 화강암 위에 바로 그림을 그려서
벽화의 보존상태가 좋은 편에 속한다.
청색, 녹색, 홍색, 황색, 백색의 안료가
비교적 잘 남아 있어 고분 내부의 분위기를
더욱 호화롭게 만든다.
연꽃과 불꽃무늬로 화려하게 장식된
널방 벽면의 <사신도>뿐만 아니라 해와 달신,
농사신, 불의 신, 대장장이, 수레바퀴 신, 악기를
연주하는 선인 등 여러 신들이 다채롭게 등장한다.
널방 네면의 주제는 ‘사신’이며,
천장에는 신화 속 인물과 신선, 다양한 장식
문양으로 널방 전체를 가득 채워졌다.
화려한 색채로 장식되었고,
신선 사상을 중심으로 도교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4호묘의 화려한 색채와는 달리,
북벽의 ‘현무’는 진한 갈색으로 채색되어 있어,
통구 사신총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공중에서 뱀과 복잡·기묘하게 엉켜 있으며,
현무의 도상은 ‘사두형’으로 ‘귀사합체’의 모습이다. 다리는 가늘고 길다.
‘오회분 5호묘’는 4호묘와 비슷한 시기인
6세기 후반으로 추정된다.
‘오회무덤(五悔墳)’ 중 동쪽 끝에 위치하며,
가장 규모가 크다. 외방무덤으로 무덤의 구조와
벽화의 내용이 4호묘와 서로 비슷하다.
잘 다듬어진 화강암 위에 바로 그림을 그렸고,
돌과 돌 사이를 석회로 메꾸었다.
홍색, 갈색, 녹색, 황색, 백색, 분홍색 등의 색을
칠하고 짙은 먹으로 윤곽을 그려 마무리하였다.
널방 네벽 면에는 연속되는 불꽃무늬 속의
‘사신’을 그렸고, 모서리는 ‘괴수’와 ‘용’이 서로
만나 기둥 장식을 이루었다.
천장 고임에는 엉킨 용무늬와 해와 달, 별
그리고 다양한 신들과 신선이 등장하여,
각종 채색과 석물로 현란하게 장식되어
고구려 후기 <사신도>의 모습을 보여준다.
북벽의 ‘현무’는 4호묘와 마찬가지로
복잡·기묘하게 엉켜 있으며,
현무의 도상은 ‘사두형’으로,
‘귀사합체’의 모습이다.
다리는 가늘고 길며, 현무의 배갑에 무늬가
보이고, 배갑 아래 가장자리에 복갑(腹甲)의
형식이 주름 모양으로 표현되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