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고분벽화 속의 현무 (3)-평양지역 벽화
아래 <표>는 지금부터 이야기하고자 하는 평양지역 벽화고분을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요약해서 정리한 것이다.
요동성총은 '청룡'의 일부와 '외주작'의 벽화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백호'와 '현무'는 확인이 힘들다.
장산동 1, 2호분 역시 <사신도>를 그렸을 것이라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며, 팔청리 고분, 고산리 9호분도 비슷한 상황이다.
여기서는 약수리 벽화분, 대안리 1호분, 호남리 사신총, 덕화리 1호분, 고산리 1호분, 진파리 1호분, 강서중묘, 강서대묘의 8개 고분만 살펴보고자 한다.
‘약수리 벽화분’은 남포특별시 강서군 약수리에 위치하고, 4세기 말에서 5세기 초 조성되었을 것이라 추정된다.
벽화는 <인물 풍속도>와 <사신도>가 한 화면 속에 공존하는 초기 예로, 안칸 북벽에는 묘주 부부의 실내생활과 ‘현무’가 그려져 있고, 동벽에는 청룡과 해, 서벽에는 백호와 달, 남벽에는 주작이 그려져 있다. 또한 각 벽에는 구름무늬와 별자리를 그렸는데 북벽에는 북두칠성이 있다.
이 벽화 속에서 무덤의 주인공인 묘주 부부가 가장 크게 그려져 있고, 그다음 묘주 부부보다 조금 작게 ‘현무’가 그려져 있다. 시중들과 시녀들은 작게 그려져 있어 ‘현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높은 것임을 알 수 있다.
‘현무’는 다른 사신들과는 달리 독자적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묘주 부부 옆에 나란히 그려져 있다. 아마도 이것은 북방의 신인 ‘현무’의 든든한 보호를 받으며, 사후 세계의 안락한 삶을 누리려는 묘주 부부의 세속적 욕망이 표현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벽화 속의 ‘현무’는 ‘귀사합체’의 모습으로 그려졌는데, 거북의 모습이라기보다는 강인한 맹수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현무’의 몸 전체가 물고기 비늘 모양으로 그려져 있고, 네 다리는 근육이 느껴질 정도로 튼튼하게 표현되어 강인함을 과시하는 듯하다. 뱀은 ‘현무’의 목과 몸을 각 한 번씩 휘감고 지나가며, 마지막에는 자신의 몸을 한번 더 휘감고 있는 모습 ‘∝’ 모양으로 그려져 있다. 뱀의 두상과 ‘현무’의 두상이 거의 맞닿을 정도로 가깝게 그려져 있다.
‘대안리 1호분’은 평안남도 남포시 대안 구역 대안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조성 시기는 5세기 중엽으로 추정된다.
<인물 풍속도>와 <사신도>가 그려져 있는데, 널방의 네 벽에는 연화 넝쿨 띠무늬로 상하를 구분하였고, 아래에는 <사신도>를 그리고, 위에는 주인공의 집안 생활을 그렸다. <사신도>보다 인물 그림이 비중이 더 큰 것이 특징으로, 북벽에는 주인공의 집안 생활, 동벽에는 건물과 인물, 서벽에는 주인공의 측근들, 남벽에 베를 짜고 있는 여인을 그렸다. 천장에는 구름무늬, 화염무늬, 보륜무늬, 해와 달을 그렸다.
‘현무’의 모습은 ‘쌍현무’로 ‘귀사합체’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현무’의 몸은 약수리 벽화무덤의 ‘현무’처럼 맹수의 몸에 맹수의 다리를 하고 있지만, 몸통에 육각형의 귀갑문 무늬가 보인다. 뱀의 머리에는 닭벼슬 같은 비슷한 것이 보이며, ‘현무’의 얼굴 형상은 쥐와 비슷하고, 몸통 옆에는 날개 같은 것이 보인다. 뱀이 ‘현’무의 목은 한번, 몸은 두 번 휘어 감고 현무의 머리 위에서 ‘χ’자와 같이 꼬여 있다.
평양시 삼석 구역은 고구려 고분들이 많이 분포한 곳으로, 그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이 ‘호남리 사신총’이다. 평양직할시 삼석 구역 호남리에 위치하며, 연대는 5세기 말에서 6세기 초로 추정되며, 외방 무덤으로 대리석으로 축조된 돌 위에 직접 그림을 그렸다.
널방 네벽에 ‘사신’을 그렸고, 천장에는 벽화를 그리지 않았다. ‘호남리 사신총’은 <사신도>만을 그린 외칸 무덤 중 가장 이른 것이다. <사신도> 외에 다른 장식 무늬는 보이지 않으며, 고구려 <사신도> 중에서도 초기에 속하는 것으로, 배경 무늬 없이 단순하게 묘사되었다.
‘호남리 사신총’의 ‘현무’는 거북의 등을 뱀이 3번 감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하였고, 이전의 고구려 벽화의 ‘현무’ 그림은 거북과 뱀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는데, 여기서는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리고 다리의 형태는 알 수 없으며, 다른 고분의 ‘현무’의 도상은 움직임을 읽을 수 있는데 반해, ‘호남리 사신총’의 ‘현무’는 움직임이 없이 정지된 모습으로 그려졌다.
‘현무’의 두상은 ‘일반 거북’의 모습이며, 거북의 몸체는 윤곽선보다 갈색의 채색 위주로 그려졌고, 문양은 보이지 않는다. 뱀의 모습도 단순하게 그려져 있다.
‘덕화리 1호분’은 덕화리 봉화산 남쪽 기슭에 있는 쌍무덤 중에서 서쪽에 있는 외방 무덤으로, 평안남도 대동군 덕화리에 위치하며, 6세기 초로 추정된다.
벽화 주제는 <사신도>와 <풍속도>가 섞여 있다. 고구려의 전형적인 <사신도>가 등장하기 이전의 형식인 생활 풍속과 함께 그려진 것으로, 널방 천장석에는 불교 색채가 가득한 연꽃무늬가 그려져 있다. 화면을 상하로 나누어 하단에 ‘현무’를 2/3 정도 꽉 차게 그리고 상단에는 인물의 행렬을 작게 그렸다.
‘현무’의 머리는 ‘일반 거북’의 형상으로 배갑은 주름져 있고, 뱀이 크게 두 개의 원을 그리면서 거북의 몸을 휘감고 있다. ‘현무’의 머리 위에서 ‘χ’자와 같이 꼬여 있는 모습으로 묘사하였다.
‘고산리 1호분’은 평양시 대성구역 고산동에 위치하며, 연대는 6세기 초로 고분 형태는 외방 무덤이다.
벽화는 회벽 위에 그렸고, 북벽은 부전 무늬 띠를 돌려 상하로 구분하고, 그 윗부분에 <사신도>를 그렸다. 사신을 그린 여백에는 구름무늬, 연꽃무늬, 색 고리 무늬 등을 그렸다.
고산리 1호분 ‘현무’는 ‘쌍현무’로, ‘현무’ 두 마리가 서로 마주 보고 있으며, 두 마리의 뱀은 각각 ‘현무’의 머리 아래에서 ‘현무’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약수리 1호분’의 ‘현무’처럼 거북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맹수의 몸에 맹수의 다리를 하고 있으며, 몸 전체에 비늘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몸통 부분에는 갑옷 같은 것을 한번 더 두른 것처럼 보이며 희미하게 육각형의 귀갑문이 보인다. 뱀은 ‘현무’의 목과 몸을 각 한 번씩 감고 지나가며, 마지막에는 두 마리 ‘현무’의 중간에서 ‘χ’ 모양으로 서로 얽힌 후 ‘현무’와 마주하는 모습이다.
‘진파리 1호분’은 평양시 력포구역 용산리에 위치하고, 6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며, 외방 무덤이다.
무덤 안에 회를 바르고 그 위에 벽화를 그렸는데, 널방 네벽에는 ‘사신’을 그렸고, 천장에는 해, 달, 구름무늬, 연꽃무늬와 여러 가지 넝쿨무늬를 그렸다.
벽화 중에서 사실적으로 그린 소나무 그림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굵은 선과 가는 선을 적절히 사용해 소나무의 특징을 잘 표현했다. 화면 중앙에 그려진 ‘현무’는 벽체 훼손 때문에 형태를 구별하기 힘들다.
‘현무’의 두상은 확인할 수 없지만, 길게 빠진 목의 형태로 봤을 때는 ‘사두형’ 두상으로 추측이 되며, ‘귀사합체’로 뱀과 마주 보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뱀이 ‘현무’의 몸을 두 번, 목을 한 번 휘감고 있는 형상으로 배갑에 연속된 육각형의 귀갑문 문양과 뱀의 비늘무늬가 확실하게 나타난다.
‘현무’ 좌우에는 소나무들이 그려져 있는데, 이 둘 사이에는 빠른 기운의 흐름이 표현되어 있어 역동성이 느껴진다. 다른 고분들과 달리 거북의 진행 방향이 오른쪽을 향하고 있으며, 주변의 강한 기운의 흐름을 버티기 위해서인지 자세도 약간 엎드린 자세로 보인다.
강서구역 삼묘리에 위치한 강서삼묘 중 남쪽에 있는 것이 ‘강서대묘’이고, 그 뒤 나란히 있는 두 개의 무덤 중 서쪽이 ‘강서중묘’이다. 고분 형태는 외방 무덤으로 널방의 네벽은 각각 큰 화강암 판석 한 장으로 축조되었다.
널방 네벽에는 <사신도>를 그렸고, 천장에는 연화문, 인동 당초문, 구름무늬와 봉황, 해와 달을 그렸다. ‘강서중묘’의 백호와 주작은 ‘강서대묘’의 청룡, 현무와 함께 수준 높은 채색과 묘사를 보여주며, ‘강서대묘’와 함께 고구려 <사신도>를 대표한다. 조성 연대는 6세기 말에서 7세기 초로 추정되며, 북벽의 ‘현무’는 마치 들짐승처럼 돌산 위에 우뚝 서서 서쪽으로 향하고 있다.
거북의 몸체를 뱀이 감싸고 있는 모습이지만, 뱀의 길이가 짧아진 모습이다. 거북의 목을 한번, 몸통을 두 번 감싼 뱀은 다시 몸을 둥글게 틀면서 거북의 머리와 마주 보고 있지만, 뱀의 길이가 확연하게 짧아져 있다.
‘현무’의 배갑에는 육각형의 귀갑문이 보이며, 복갑의 가장자리가 각이 지게 표현되어 있다. ‘현무’ 발밑에 펼쳐지는 바위산은, 비쭉 비쭉 솟은 봉오리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 하나의 산세를 이루어 현무의 강인함을 강조해 주는 듯하다(圖 31).
‘강서대묘’는 남포시 강서구역 삼묘리에 소재하며, <사신도>를 그린 외방 무덤으로 조성 시기는 7세기로 추정한다.
‘강서중묘’와 함께 후기의 고구려 벽화를 대표하는 유적의 하나로, 벽화는 돌벽 위에 바로 그렸는데, 벽면에 ‘사신’, 천정에 연꽃무늬, 인동 넝쿨무늬, 구름무늬, 산수, 기린, 봉황, 비어, 비천, 신선, 천인, 황룡 등을 배치하였다.
북방의 수호신인 ‘현무’는 거북과 뱀이 서로 얽혀 있는 형상으로,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 머리를 마주 보고 있다. 거북과 뱀에서 화염과 같은 기운이 뿜어 나오고 있다. 가늘고 긴 네발을 휘저으며 움직이는 거북의 움직임과 몸을 여러 차례 꼬아 만든 뱀의 탄력 있는 몸의 선이 한데 어우러져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현무’의 배갑에는 육각형의 귀갑문이 있고, 각 다리에도 문양이 보인다. 그러나 배갑과 복갑의 구분이 모호하다. 또한 4개의 다리에는 날개와 같은 것이 보이며, ‘현무’의 발밑에는 산이나 바위와 같은 것이 희미하게 보인다.
지금까지 '집안 지역'과 '평양 지역'에 남아 있는 벽화고분 중 <사신도>가 남아 있는 고분을 살펴보았다.
벽화에서 ‘현무’는 ‘귀사합체’의 모습으로 주로 뱀의 머리가 거북의 앞으로 와서 마주 보는 형상이지만, ‘호남리 사신총’은 이례적으로 거북과 뱀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6세기 집안 지역의 ‘통구 사신총’과 7세기 평양 지역의 ‘강서대묘’에서는 거북이 뒤를 돌아보며 뱀과 마주하는 형상으로 그려져 있다.
이러한 형상은 조선시대 『흉례에 관한 의궤』에서 그려진 ‘현무’ 도상과 흡사하여, 『흉례에 관한 의궤』의 ‘현무’ 도상이 고구려시대 벽화고분의 ‘현무’ 도상을 계승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귀사합체’의 두 마리 ‘현무’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쌍현무’는, <사신도>가 그려진 초기 벽화고분에서부터, 6세기 말까지 '집안 지역'과 '평양 지역' 양쪽에서 모두 꾸준하게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현무’의 모습은 ‘실제’ 거북의 모습과 ‘사두형’ 거북으로 그려진 것도 있지만, 거북의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맹수형’의 모습으로 그려진 벽화도 많았다. ‘맹수형’의 ‘현무’는 거북의 모습이라기보다는 강인한 맹수의 모습으로 그려졌으며, 등은 물고기 비늘 모양이나 육각형의 귀갑문으로 단단하게 둘러싸고 있다. 네 개의 다리는 근육이 느껴질 정도로 튼튼하게 그려져 어떠한 힘에도 쓰러지지 않을 정도의 강인함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위의 도상들은 서울대학교출판부의 『북한의 문화재와 문화유적 1, 2』과 국립문화재연구소, 한성백제박물관의 『북한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를 참고하여 재구성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