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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슬비 May 15. 2023

민화 속 '거북 도상'의 변화와
상징 이야기 (25)

『흉례에 관한 의궤』에 묘사된 '거북(현무)'도상(2)

    아래 <표>와 같이 『의궤』에 묘사된 ‘거북’의 각 부분별 명칭 및 분석 내용을 기본으로 ‘거북’ 도상을 분석하였다.  


  '거북 도상'은  ‘귀사합체형’과 ‘거북 단독형’ 두가지로 나뉘지만, ‘거북’의 형태는 거의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의궤』에 묘사된 거북 부분별 명칭 및 분석 내용>


1. 『의궤』에 묘사된 거북 도상의 형태와 특징


   가. 거북 도상의 형태와 특징     


     『의궤』에서 나타나는 ‘거북’의 형태는 고구려시대 고분 벽화에서와 같이 ‘거북’과 ‘뱀’이 합쳐진 형태인 ‘귀사합체형’과 고려시대의 고분벽화나 석관처럼 ‘거북 단독형’의 두 종류로 나타난다. 


     『의궤』에서 묘사된 63개의 ‘거북’ 도상을 모두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의궤』에 나타난 ‘귀사합체형’의 거북 도상은 거북과 뱀이 마주 보는 형상으로, 규장각 5개, 외규장각 13개, 장서각 14개, 총 32개의 거북 도상이 실린 『의궤』를 소장하고 있다. 

<귀사합체형 현무의 진행방향 및 시선처리 방향>

    이러한 ‘귀사합체형’의 모습은 고구려시대 고분벽화의 ‘현무’를 계승하여 이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 진행 방향 및 시선처리 방향은 필자가 바라보는 기준으로 하였음

    거북은 처늠 움직이고 있는 방향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시선은 뒤에 있는 뱀을 올려다보거나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뱀을 쳐다보는 모습으로 나타났다가, 후에 진행 방향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바뀌면서, 거북은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뱀을 쳐다보는 모습으로 변화한다. 그러나 점차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뱀을 쳐다보는 모습으로 변화하는데, 이러한 모습은 ‘거북 단독형’으로 나타났을 때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러나 순조 연간의 『의궤』3개에서는 『원종예장도감의궤』와 같이, 거북이 고개만 들고 뱀을 쳐다보는 형상으로 나타난다. 상서로운 기운인 서기가 먹이나 벽사의 성격을 지닌 청색으로 표현되는데, ‘귀사합체형’에서 서기의 형태는 단조롭다. 거북의 입에서 한줄기 서기가 흘러 나와서 위로 향하여 점차 넓게 퍼져나가는 모습으로, 뱀의 두상은 서기의 범위 안에 들어가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이 ‘귀사합체형’의 거북 도상은 현전 제일 빠른 『원종예장도감의궤』(1627년)에서부터 나타나서, 

1731년 『(인조)장릉천릉도감의궤』까지 나타나며, 18세기 중엽 ‘거북 단독형’으로 바뀌고 난 후 순조 연간(1816∼1823)에 이례적으로 나타난다. 

<원종예장도감의궤(1627년, 인조 5년),  규장각 소장, 원종-인조의 父)>
<(인조)장릉천릉시산릉도감의궤 (1731년, 영조 07), 장서각 소장>


    거북의 등은 청색이나 먹색으로 채색되어 가장자리를 주황이나 황색 띠로 처리했고, 콧등과 입 부분이 초기에는 붉은빛을 띠다가 점차 콧등, 입, 다리 앞면 부가 적색으로 채색되며, 꼬리는 1개로 좁고 길거나 넓고 짧은 것이 대부분이다. 발가락 형태도 정교하지 않고 물갈퀴 같은 형태가 많으며, 3∼5개의 발가락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순조 연간의 ‘귀사합체’의 형태는 조금 다른 도상으로 나타난다. 


   거북과 뱀의 결합은 흡사하지만, 화염문이 선명하게 존재하고, 서기 역시 청색으로 확실하게 표현되어 있다. 거북의 진행 방향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 1627년 『원종예장도감의궤』에서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들어 뱀을 쳐다보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으며, 콧등, 입, 다리 앞면 부는 적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등 부분은 청색으로 채색되어 가장자리가 주황이나 황색의 띠로 처리했으며, 3∼4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고, 발가락은 정교하게 구분되지 않았고, 발톱도 보이지 않는다.

<헌경혜빈빈궁혼궁도감의궤 (1816년, 순조 16년),  외규장각 소장,  (혜경궁홍씨, 정조의 母)>


    거북 단독형 도상이 나타난 것은 1757년 『정성왕후홍릉산릉도감의궤』에서이며, 1926년 『순종효황제산릉주감의궤』까지 나타나는데, 좀 더 실제적이고 현실 속의 모습과 가깝게 그려졌다. 

<정성왕후홍릉산릉도감의궤 (1757년, 영조 33), 규장각 소장, (영조의 정비)>
<순종효황제산릉주감의궤 (1926년),  장서각 소장>


    규장각 소장 21개, 외규장각 소장 6개, 장서각 소장 4개, 총 31개의 도상이 있으며, 뱀이 사라지고 거북만 남은 도상에서 거북의 문양이 다양해지면서 정밀하게 표현되고 있다. 


    ‘귀사합체형’과는 달리 ‘거북 단독형’은 거북 진행 방향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이며, 시선은 고개를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돌리면서 뒤를 돌아보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거북단독형 현무의 진행방향 및 시선처리 방향>


    거북은 초기에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모습으로 그려졌다가, 점차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는 모습으로 바뀐다. 서기는 청색으로 표현되며, 서기의 형태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귀사합체’에서는 입에서 한줄기 서기가 흘러나와 단순히 공중으로 퍼져나가는 형상이었다면, ‘거북 단독의 형상’에서 서기는 역동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거북 입에서 흘러나온 서기는 공중에서 한 바퀴 원을 그리고 난 뒤 공중으로 퍼져나가는데, 서기의 길이도 길며 물결 모양으로 유연하면서도 힘차게 공중으로 퍼져나간다. 등 부분은 청색이나 먹으로 채색되었고, 가장자리는 주황이나 황색 띠로 채색되어 있다. 꼬리 부분은 점차 길어지고, 1개에서 6개, 2∼3개의 꼬리로 변화하면서 발가락 형태가 정교해지며, 발톱도 표현되어 있다. 



  나. 거북 도상에 나타난 문양     


     거북 도상에 나타난 문양은 등에 나타난 '귀갑문', 다리의 '화염문', 배(腹)와 연갑판에 나타나는 '실패 모양 무늬'와 '얼룩무늬' 등이 있다.


    먼저 귀갑문을 살펴보면, ‘귀갑문’은 거북의 등에 나타난 문양으로, 고구려 고분벽화 삼실총(4∼5세기)을 비롯한 여러 고분벽화의 ‘현무’ 도상에서 일찍이 나타난 문양이다. 

   『의궤』에서 귀갑문은 ‘귀사합체형’에서는 단순한 형태의 육각형으로 나타난다. 

이 육각형의 모양은 육각형 테두리의 연속선으로 이어졌느냐, 비 연속선으로 이어졌느냐의 차이와 테두리가 연속되더라도 육각형 안의 작은 육각형의 선이 연결 또는 비 연결로 육각형을 이루는지 표현상의 차이만 있을 뿐, 형태는 거의 흡사하다. 

   그러나 ‘거북 단독형’에서 귀갑문은 가장 바깥쪽 육각형과 그 안의 육각형의 선은 모두 연결되어 육각형을 이루고 있으며, ‘귀사합체’에서는 오각형 또는 육각형 테두리의 연속선으로, 연속되는 모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후에 이 연속된 육각형의 문양은 육각형이 겹쳐지는 모양으로 바뀌며, 점차 물고기 비늘 모양으로 둥그스름하게 변화하였다.


    두 번째,  거북다리 앞면 부에 나타나는 '화염문'은 ‘귀사합체’의 초기에는 나타나지 않다가 점차 화염문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거북 단독’ 도상이 나타난 이후에도 화염문은 표현에 변화만 있을 뿐 그대로 지속되었다.


    세 번째, 배와 연갑판의 문양으로, 배와 연갑판은 귀사합체와 거북 단독형상일 때 모두 황색으로 채색되어져 있다. 

    이 채색된 배와 연갑판 사이에 다른 무늬 없이 검은색의 실패 모양(⧗)의 문양으로 배를 양분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가, 점점 여러 개의 실패 모양으로 분리되는 모습으로 변한다. 이후 ‘귀사합체’와 ‘거북 단독형’일 때 모두 검은색의 옅은 얼룩무늬가 나타나기 시작하여 점점 진한 검은색으로 변화하며, ‘거북 단독형’일 때 실패 모양과 얼룩무늬, 타원형과 꽃무늬, 타원형과 얼룩무늬 등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얼룩무늬가 주(主)를 이루며, 색깔도 검은 얼룩무늬에서 검붉은 얼룩무늬로 변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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