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피곤한데 잠이 오질 않아 아들에게 영화 한 편 선택해 달라고 했다.
미카엘은 지나간 영화 '트루먼쇼'를 선택해주며 '죽은 시인의 사회' 작가의 영화라고 했다.
1998년 영화던데 난 이제야 처음 봤다.
영화를 보는데 왜 난 눈물이 난 걸까...
한때는 나도 주인공 트루먼처럼 지구가,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었다.
누구나 사춘기에 그런 생각 한 반쯤은 했을법하다.
'나의 삶을 하늘에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까?'
단단해지라고 아픔을 주고 보상해주려고 기쁨을 주면서 계속되는 나의 인생의 시나리오를 위해
불행과 행복을 반복해서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상상 속에서 살았다.
그렇게 사춘기를 보내고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세상에 나의 존재는 바늘 끝보다 작다는 걸 알았다.
언제부터인지 난 나의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함을 알게 되고 늘 선택의 기로에서 방황했다.
그때마다의 선택이 옳았는지, 잘못되었는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그러면서 살아온듯하다.
가끔, 힘든 상황이 오면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 이 순간이 제발 꿈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언제나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고 행복을 위해 대가를 치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흥분해야 할 때 침착해지는 것을, 화를 내야 할 때 한번 더 생각해야 하는 것을
살면서 알게 되었다.
30년 동안 정해진 세트장 안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상처나 어려움 없이 직장생활에 가정까지
누리고 살았던 트루먼이 왜 자신의 삶이 거짓이라고 의심했을까?
사랑과 욕망. 탐험에 대한 욕구. 인간의 자유에 대한 갈망.
결국 성장기부터 꿈꿔왔던 탐험가 정신이 트루먼의 현실세계를 찾는데 바탕이 되어준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정해진 세트장 안에 나 자신을 가두고 살고 있는지 모른다.
비겁한 현실임을 알면서도 하루하루 안주한 생활에 안도하며 살아가는지도.
자기 스스로 트루먼쇼를 벌이며 살아가는지도..
어차피 하루하루가 지나 한 번이라는 인생의 끝은 온다.
죽을 때 누구나 하는 후회가 '그때 그걸 해봤더라면'....
간혹 묻거나 핀잔을 주는 이들이 있다.
'너무 인생을 피곤하게 사는 거 아냐?'
글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나의 인생.
하고 싶은 것들을 한계에 다다라 숨이 턱을 치고 올라 고기 전까지 해보며 후회를 조금이라도
덜한 인생이고 싶다.
내가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살 수 있는 나의 삶에 감사하면서 그렇게.
깊은 밤에 사색하는 지금의 내 모습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