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처럼 아프면 딱 죽겠더라.
요즘 다이어트한다고 이래저래 안 해본 방법이 없다. 약도 먹고 산에 다니고 피트니스센터도 다니고 시간은 없는데 억지로 시간을 빼내는 게 너무 버거웠다. 7월에 있을 피아노 연주자 창단음악회에 나도 한 스테이지를 서볼까 하는 사심이 생기다 보니 마음이 더 급해진다. 드레스가 문제가 아니라 굳어버린 손가락 때문에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10년 전쯤 굶어서 살을 뺀 경험이 있다. 88kg에서 28kg을 뺏다. 그때는 좀 더 젊었으니까 가능했겠지만...
2년이라는 기간을 잡고 먼저 1년은 4개월에 한 번씩 일주일 동안 굶는 게 전부다. 일주일 동안 물만 먹고 버티기. 그리고 금식이 끝나면 죽으로 보식을 시작하고 또 4개월 뒤에 일주일 동안 굶기. 이런 다이어트는 1년에 3번 이상 하게 되면 건강에 적신호가 오게 된다.
그래서 딱 1년만 하기. 그렇게 1년 동안 빼낸 몸무게가 15kg. 몸이 좀 가벼워지기 시작하니까 다음 1년 동안은 운동을 했다. 매일 줄넘기 2000개. 쉬는 날은 집 앞 호숫가를 걷고 뛰었다. 호숫가 둘레가 총 9.8km다.
그리고 틈나면 산에 올라가는 일. 물론, 산에는 뛰어올라가야 한다.
무리한 금식이지만 몸무게를 덜고 나니 줄넘기할 때도 무리가 덜 와서 적당히 좋았다. 줄넘기와 산타기를 1년간 꾸준히 한 뒤의 결과는 60kg이라는 멋진 숫자다. 키 162cm에 60kg은 통통하게 느껴지겠지만 남들보다 근육량이 많아서 그런지 뼈만 남았는데도 몸무게가 많이 나갔다. 어쨌든 성공했다. 살을 빼고 3년 이상 유지하면 요요가 없다고 했는데 예뻐지고 나니 외부 만남이 많아지면서 술자리도 늘어났다. 그렇게 어렵게 뺀 살은 다시 고무줄처럼 늘어났고 양지의 삶만 살 것 같은 인생은 또 우울해졌다.
여자가 다이어트 한두 번은 일도 아니지..
그 뒤로도 10여 년을 지나오면서 무수히 많은 다이어트를 도전해 왔고 지금도 여전히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디톡스를 해보자는 계획을 세우고 3일간 물은 언제 마실지, 운동은 뭘 할지 등등 일하는 노선도 짜고 모든 게 완벽했다. 월요일부터 화요일 오전까지 4 끼니를 걸렀지만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스쾃. 크런치. 런지로 몸을 불태웠다. 화요일 미팅이 식사까지는 계획에 없었는데 이야기 끝에 같이 식사를 하자길래 아무렇지 않게 따라가 점심을 먹어버렸다. 디톡스 중인걸 깜박했지 뭔가.. 그럼 수요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었지만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 간헐적 단식으로 가자.
그래서 1일 1식으로 결정했다.
남은 오후 일과 마무리하고 사우나에 가서 땀을 좀 더 빼보겠다며 그 뜨거운 방에서 또 크런치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상복부가 비트는 듯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뭐지? 배가 고픈 건가? 잠시 아픈 게 아니라 아주 자리를 잡았다.
집에 도착해서는 피곤하다며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자보려고 누웠는데 오늘따라 불면증이 최악의 상태까지 이르렀다. 눈감고 버티기를 2시간이 지나도 머리는 맑아지고 눈은 아파오고 배는 쉬지 않고 틀어대는데
에라 모르겠다. 보드카 100ml를 원샷하고 누웠는데 또 눈만 아프고 배는 뒤튼 채 2시간이 흘렀다. 잠을 못 자는 건 둘째다.
새벽 3시. 쉴 새 없이 트는 배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크런치운동으로 인한 근육통?
그런데 근육통은 가만있을 때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데... 그렇다면 배가 고파서?
냅다 일어나서 물 500ml를 마셨다. 아니야, 이건 처음 느껴보는 극한의 고통이야 ㅠㅠ
갑자기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주변인들의 호소가 떠올랐다. 엎어져있다가 옆으로 똑바로, 배를 주물러 보기도 꼬집어보기도 했지만 근육통은 절대 아닌 다른 불안한 아픔이었다.
너무 두려웠고 서럽고 이렇게 죽게 되면 내가 하는 사업은 어떻게 되지? 나 자신보다 사업이 먼저 걱정이 되는 건 뭘까? 눈물이 났다. 왜. 주책없이. 아직 왜 아픈 건지도 모르면서 머릿속은 이미 종합병원을 몇 바퀴 돌았다. 하는 수없이 수면제를 먹었다. 진즉 먹을 것을 후회하면서...
눈이 부시다. 아침이다. 배는 멀쩡해졌다. 꿈이었나?
아침운동은 간단히 마치고 점심 미팅에서도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그렇지만 어제의 통증이 오늘밤에 또 찾아올까 봐 두렵다. 그래도 다이어트는 포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