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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체 Aug 19. 2022

'퇴근 런'은 오늘도 선물

           - 몸에 해방을 몸에 사랑을

 '퇴근 런'은 매일매일 몸에게 건네는 선물입니다. 이제 그대는 자유입니다. 해방입니다. 맘껏 달리고 쉬고 숨 쉬고 노래하세요. 그대의 시간입니다. 


 아침 7시경 일어나 가방 두 개를 챙긴다. 나는 일상의 가방, 하나는 달리기 가방. 책 읽을 것을 기는 가방과 오늘 입을 바지와 싱글렛, 신발을 챙기는 가방이다. 고3  등교하는 그리고 알바 가는 아이들을 내려주고 가게에 온다.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가게에 필요한 기본의 일들, 내가  줄 아는 일을 하고 9시경 집에 다녀온다. 아내를 돕고 심부름을 하고 또 잔잔히 거든다.  점심 먹고 산책하고 서른 해 똑같이 이어온 아이들 영어 수업을 한다.

오래된 가방이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내게 박수를 보낸다.

 같은 일을 똑같이 반복하는 날들이 행복하다. 아무 탈 없이 오던 길을 가고 가던 길을 오고 먹던 밥을 먹고 어제 마시던 커피를 그 집에서 똑같이 마신다. 엄마가 불쑥 사라진 지난 3주 동안 무냥 튀어나오는 감정들. 억울함과 분노, 걷잡을 수 없는 슬픔들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없다. 오직 단 하나, '루틴'을 행할 뿐. 그것만이 날 다시 자리에 데려다준다.  일상의 실현.


 밤 10시. 수업이 끝났다.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가게에 두고 퇴근을 한다. '퇴근 런'을 한다. 십여 킬로를 달린다. 탄천을 멀리 돌아 돌아 집에 간다. 풀벌레 소리 시냇물 소리 잉어 참붕어 물고기들 뒤집고 파닥이는 소리 들려오는 대로 흐르게 하고 바람을 맞으며 발소리를 듣는다. 속도는 상관없다.  오직 단아하고 평화로이 다리를 움직인다. 생각은 홀로 살아있다 사라졌다 잡았다 놓았다 오고 간다.

 오늘 돌아보고 생각할 일들, 해야 할 일들, 하지 말아야 할 일들, 미룬 일 당겨야 할 일, 모두 두서없이 오가다 호흡이 편안해지듯 생각과 일들이 한숨에 하나씩 자리에 앉는다. 내 속에 들어앉은 단정한 감정과 일들이 차곡차곡 자리에 간다. '퇴근 런'은 온전히 하는 일 없이 혼자 '열일'을 한다.

스트라바가 조용히 내 뒤를 밟는다.

 씻고 자정에 가방과 독서실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태워 '최종'의 귀가를 한다. 맥주 캔 하나를 마시고 달콤한 노곤함을 누린다. 1시에 잠자리에 들면 채 1분이 안되어 잠에 빠진다. 죽은 듯 6시 반이나 7시까지 잔다. 가뿐하고 상쾌한 잠에서 기상이다.


 '퇴근 런'을 합니다. 월화수목금. 밤 10시. 불쾌하고 축축한 몸이 적당한 피로로 마음의 감정들 씻고 더듬어 쏟아지는 땀 가쁜 숨에 버릴 것들 버리는 시간입니다. 개운한 몸으로 돌아오는 길, 10 키로면 충분합니다. 오늘도 퇴근을 합니다. 달리기를 합니다. 몸이 건네는 개운한 선물들이 새 몸에 차곡차곡 안겨 아침에 펼쳐져 습니다. 컨디션이 좋네요. 얼굴이 폈네요. 기분이 웃네요. 불안이 멀어지네요. 선물이 많네요. 오늘 밤을 기다려요. '퇴근 런'을 합니다. 몸은 더욱 그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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