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누나 동생들의 얼굴이 무척 맑고 깨끗해졌어요. 무언가 나 모르는 요상한 일들을 벌이는 듯했어요. 물어보니 간청소라나, 뭐라나. 여하튼 귀 얇고 호기심 천국인 제가 가만있긴 어렵겠죠? 당연, 바로 물어보고 하라는 대로 해봤어요, 그 간청소라는 것.
일단 '의사들도 모르는 기적의 간청소'라는 '안드레아스 모리츠'박사의 책을 구해 읽고, 동생들이 주문해서 해봤다는 '훌다 팜'의 열흘짜리 간청 꾸러미를 주문했어요. 20여만 원. 열흘 준비, 이틀 '본 게임'인데, 시작 이틀 만에 코로나 확진되어 한참 쉬다가 지난 8월 말 시작해서 D-Day를 9월 3일 4일 주말로 정했어요.
기상하자마자 마시는 신청진액, 아침 후 간청진액, 점심 후 세바청진액, 저녁에 다시 신청진액. 이렇게 열흘 먹으며 기생충과 세균, 바이러스 정리하고 몸에도 육단백질 대신 채소와 과일 그리고 좀 과하지 않은 식사를 했어요. 몸무게는 1킬로 정도 줄어 57을 유지했어요.
집에 배달되어온 청소 도우미들입니다. 처음엔 낯선 내음과 맛들이 차차 익숙해져 달고 묘했어요.
며칠을 그렇게 술은 안 마시고 커피도 안 마시려다 집중이 안되어 하루 1잔으로 줄였어요. 술보다 멈추기 어려운 게 커피임을 알았어요. 밀가루 음식들, 고기들 모두 자제했어요. 몸이 조금 가뿐한 느낌이었고 두어 사람이 얼굴 깨끗해졌다 하더군요. 정작 저는 얼굴 속 잡티들이 몽땅 사라지는 묘술이 벌어질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었어요. 좀 말개진 얼굴은 슬몃 보였어요. D-Day가 왔어요. 긴장이 되기도 하고 기대도 되었어요.
'진짜 뭔가 싹 다 비워지고 얼굴에 검버섯, 잡티도 쓰악다 물렀거라! 되는 그런 미라클~~??.' 금요일 오후 4시경 이른 저녁으로 얇은 김밥 두 줄을 먹었어요. 9시에 나가 하프(20km)를 달리고 들어와 씻고 신청진액 한 포 마시고 바로 잤어요. 세상 달고 깊은 잠을 잤어요. 배고파 더 잘 잤을 거예요.
D-Day.
토요일 두시까지는 가벼운 식사를 해도 되는데 전 단식한다 생각하고 아예 물만 마셨어요. 집에 2시에 들어와 편히 쉬었어요. 6시, 8시 안내대로 물과 마그밀 8알을 먹었고 10시 '자몽즙 + 올리브유 + 구연산 1 티스푼'을 잘 섞어 2/3을 마셨어요.
베개를 높이고 30분 이상 꼼짝없이 배 위에 가지런히 손을 놓고 명상을 했지요. '좋아져라, 뭐든 좋아져 봐라, 부디 달리기 잘하고 성질도 유순해지는 마법아, 일어나라, 몸아, 숨은 곳 잘 찾아 부디 아프지 말아라.' 30분 움직임 없이 있었다 싶었는데 훌쩍 11시가 넘었더라고요. 허리가 아팠어요. 지금 이 글을 쓰는 다음날도 허리가 아파요. 다음번엔 편한, 허리 안 아픈 자세를 고민해야겠어요.
그렇게 자정 지나 한 번도 안 깨고 푹 잤어요. 아침 6시 둘째 날 임무들 시작했어요. 지침대로 8시, 9시 행하고 10시에 마그밀 8알과 물 한 잔 더 마셨어요. 10시 15분, 처음 화장실 신호가 왔고 알갱이들 잔잔히 10개 정도 나왔어요. 생각보다 작아서 약간 실망이었지요.
자세하고 다정하게 친절하지요. 이대로 해보면 보일 거예요. 다음에는 더 쉽고 더 편할 듯싶어요.
오후 1시경 사과 1개, 키위 1개를 먹고 물 한잔 마시고 나서 화장실을 다녀왔어요. 이때 꽤 상당한 양과 상당한 크기의 알갱이들이 쏟아졌어요. 처음이라 이 양과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돼요. 먼저 경험한 형제님들이 '가히 성공적'이라 평했어요. 블로그에 잔뜩 실린 글들 보니, 여러 차례, 자주 하시는 분들 많더군요. 저도 언제 얼마큼 자주 할지는 모르지만 한 번 했다는 게 대견합니다. 사흘 다섯 끼 금식도 좋았고 하루 반나절 휴식 같은 도피생활도 좋았어요, 물론 화장실이랑 친하게 지낸 건 좀 그랬지만요. 근데, 언제 제 맘대로 저리 오랫동안 '전영혁'을 듣고 '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을 10시간 풀타임으로 들을 수 있겠어요?
이틀 산통 치른 결과들입니다. 낯설고 신비롭고 현란해요.
기분인지 싶지만 몸은 가볍고 개운해요. 퀭한 듯한 텅 빈 마음도 왠지 깔끔하고 정결해요. 누구랑 전화 통화를 하면 나지막이 다소곳이 명랑할 듯 한 날입니다. '힌남노' 태풍으로 긴장 가득한 나라의 하루입니다. 다들 별일 없이 무사하길 빌어요. 간청소, 낯설고 신비한 경험. 혹 귀 엷은 그대, 간청소, 한 번 해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