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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체 Sep 06. 2022

애통哀痛 : 기척도 없이 오는군요

- 불러줄 이 없다

 '힌남노'가 소리 없이 지나갔다. 남녘에선 아비규환, 여긴 가벼운 폭풍. 아침 하늘은 눈부시게 쾌청했다. 퀭하니 맑은 텅 빈 눈동자의 하늘. 저 먼 곳까지 뚫어놓고 태풍은 태평양 어드메 '소멸의 길'을 향했다. 점심 후 산책하다 노파를 무심히 보았다. 제어할 새 없이 왈칵 눈물이 나왔다. 들고 있던 텀블러를 놓쳤다. 돌아보던 백발의 그 할머니가 꾸벅 인사를 했다. '무슨 일이오'하는 눈 말을 하시면서.


 아, 진정될 날은 오고, 이 슬픔의 감정들 되새겨 보며 그땐 정말 슬펐었어, 하는 날이 오긴 올 것이다. '엄마'를 부를 수 없고 '아들?', '큰아들?' 호명을 들을 수 없다. 이 즉명한 현실이 아직 무겁고 한스럽다. 왜 이토록 갑자기 쳤는가, 한다. 모든 사람에게 닥치고 불어오는 이 간단없는 환란에 대해, 나는 왜 대처하지 못하고 허둥대는가.


 오늘은 '감정'에 대해 곱씹어본다. 몸 어딘가 깊숙이 갇혀있다 솟아오르는 건지, 불쑥 나타나는 감정들이 있다. 그것들을 바라만 보고 꺼내어놓고 가만 바라만 보면 되는 일인데, 쉬이 고꾸라진다. 푹 꺼진 채 나는 패배한다. 오늘도 밤이 오고 있다. 달리는 시간이다. 오직 달리다 마주하는 평화를 바라볼 생각이다.


김훈의 책 '저만치 혼자서'를 읽다 무작정 쓴 글을 적습니다. 엄마는, 엄마 소리는 정말 그립네요. 참 몹쓸 어리광이 해찰하듯 끝없이 오고 또 옵니다.
(할 수 있다면, 할 수만 있다면, 이렇게 쓰고 또 쓰면서 걷고 또 걸으면서 이 아픈 애통이 옅고 얇고 무뎌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엄마 없이도 글이, 문자가 잘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날이 올까요? 사랑하는 이들이 저의 이런 감정의 써제낌에 '항꾼에' 부대끼지 않으시기를 빕니다, 용서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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