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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체 Sep 10. 2022

그리움은 힘이 세다

그리움 속에서 길을 잃고 달렸다


- 그리움 속에서 길을 잃고 달렸다




엄마 없는 추석을 처음 마주했다.


내내 일 없이 아팠다.


가라앉았다.


신발을 챙겼다.


마른 마음도 챙겼다.


밤이 깊었다.


율동공원을 달렸다.


오리들도 물고기도 잠들었다.


호수는 무심했다.


자정을 지나갔다.


달이 흐렸 들락날락했다.


백 년 만의 가장 둥근달이 구름에 가렸다.


발은 부지런했다.


고관절은 주저 없이 회전다.


엄마 얼굴 엄마 목소리 엄마의 손


'오늘은 민속 고유의 명절 추석입니다'로 시작하는 엄마의 기도가 숨을 따라 맴돌았다.


그리운 것들도 주저하지 않았다.


계통도 질서도 없이 막무가내로 다.


사그라지거나 엷어지지 않았다.


폐부 깊은 곳에서 눈물이 솟아왔다.


펑펑 펑펑 사무쳐 올라왔다.


은빛 가로등도 달렸다.


그림자도 옆서거니 앞서거니 손을 내밀었다.


골든 리트리버와 부부가 산책했다.


노인이 오래 벤치에 앉아 있었다.


 여 킬로를 달렸다.


돌계단 곁에 멈췄다.


땀을 닦고 물을 마셨다.


그리움은 여전했다.


그리움은 힘이 셌다.


서성이던 별들이 어깨에 앉았다.


손을 만졌다.


그립다 그립다 했다.


추석이 왔다.


오래된 달이 왔다.


그리움 속에서 길을 잃고 달렸다.


길을 잃고 달렸다.

                         


율동공원은 음산했고 호수는 검었다.

스트라바도 또렷이 함께 달렸다.

*대문에는 엄마와 식구들의 영혼을 안고 오늘도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를 걷는 막내들이 보내준 사진을 걸었다. 길을 응원한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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