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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Mar 28. 2017

기억

5월 상처도 아물지 않았는데 4월 아픔이 왔다

기억 


세월이 빨라지는 건

흐릿흐릿한 기억 때문일까 


부른 배 감추지 못해

팬 이삭에 살 오를 즈음이면

아이들 얼굴은 누렇게 뜨던 시절 


그 해 유월

영근 이삭 움켜쥐고

깜부기 고를 때

어디선가 포성이 울리고

이른 여름은 허리가 아팠다 


피 터지도록 아팠던 그해를 뒤로 하고도

강은 흘렀다 


전쟁둥이가 호젓한 가정 꾸리고

아이 손잡고 이팝나무 아래로 놀러갈 즈음

비릿한 피비린내가 빛고을에 진동하고

목련은 뚝뚝 떨어졌다 


또 한 세대를 지나

그 일들이 세월로 덮일 때쯤

벚꽃이 물에 잠겼다

놀이터인가 싶어 유채밭으로 내달리던 아이들은

기억 속에 잠기고

유월은 오월에

오월은 사월에

포개졌다 


세월이 빨라지는 건

반복되는 역사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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