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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Oct 10. 2017

가을 풍경

당신이 없다면

가을 풍경

-p.ko

낙엽진다고

가을이 깊어지는 건 아닙니다

당신이 없다면

깊어지는 가을은 뜻 없습니다

단풍잎 끝에 겨울이 매달리고

떨어진 잎에는 봄이 담깁니다

그렇게 하루가

또 삶이 깊어갑니다



서른다섯, 애가 생기면 고향에 간다던 캄보디아 이주노동자가 뇌출혈로 이 세상을 떠났다. 전날까지 그와 이야기를 나눴던 친구들은 믿기지 않는다며 고개 떨구고, 졸지에 남편을 잃은 찬타는 가슴을 치며 통곡한다. 


나이 마흔에 아이 가질 거라며 주말마다 난임 클리닉을 다녔던 찬타는 스물넷에 다섯 살 연하 남편을 만나 딸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학교에 갈 즈음에 한국에 온 찬타를 따라 남편도 5년 전에 한국에 왔다. 둘은 열심히 벌어 고향에 땅도 사고, 장사 밑천도 마련했지만, 할머니, 어머니, 딸밖에 없는 집안에 아들 낳아 보겠다며 귀국을 미뤘던 찬타는 망연자실, 할 말을 잃었다. 


애만 생기면 고향에 가려던 꿈은 허망해졌고, 추석 연휴에 남이섬에서 보냈던 시간은 영원한 이별여행이 되고 말았다. 잉꼬부부임을 자랑하던 둘을 누군가 크게 시기했나 보다.      


위로랍시고 할머니, 어머니, 딸이 있지 않느냐고 말을 건네지만, 찬타는 슬픔을 덜어낼 수 없다.  아, 고향에서 이루고자 했던 꿈들은 당신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불의한

청지기에겐

오늘 하루도

감사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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