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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Nov 07. 2017

인삼은 원 없이 먹어봤다지만 그가 많이 야윈 이유

반말은 기본, 사람 인내를 시험하는 사장님들

아무리 생각해도 난 통역과 해석의 은사를 받았음이 분명하다. 구직 중인 이주노동자가 내민 삐뚤빼뚤 적은 쪽지를 보고도 무슨 말을 묻고 싶은 건지 한눈에 알아봤다.


“월급은 얼마에요?

한 달에 며칠 쉬어요?

숙소 및 식사 제공하나요?

근무시간 몇 시부터 몇 시까지예요?”

쉼터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전화를 부탁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들의 말투나 태도에서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다. 일단 반말은 기본이고, 전화 건 사람의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도 아니고, 통화 중에 다른 사람과 한참 이야기를 해 댄다. 사장들은 일단 뭔가 묻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딴청을 부리는 것일 수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은 누군가 투시력이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전화만 해도 이주노동자를 어떻게 대할지 환히 알 수 있다. 나는 이런 신통력이 슬프다. 쪽지를 내민 이주노동자는 어제 우리 쉼터에 왔다. 충주에 있는 인삼밭에서 일 년 반을 일했다고 한다. 


캄보디아 출신인 둘은 아침 5시 반부터 저녁 7~8시까지 인삼밭에서 주로 농약을 쳤다고 했다. 인삼이 농약을 치고 재배하는 건지 처음 알았다. 최고 건강식품인 줄 알았던 인삼에 농약이라니 뭔가 속은 것 같은 기분이다. 물론 국내산 인삼에서 잔류 농약은 거의 없다고 하지만 찜찜함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일까? 인삼을 원 없이 먹었다는 둘은 워낙 야윈 탓에 그다지 건강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달에 “이(2) 번” 쉬고 130만원을 받았다는 걸로 봐서 야윈 것이 꼭 인삼 탓만은 아닌듯하다.


언제 다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는 두 사람에게 올 가을은 겨울처럼 추울지 모른다. 농약으로 키운 인삼 효과라도 기대해야 할 판이다. 


그나저나 나이가 들면서 몸이 변하는지 추위를 타기 시작한다. 나는 한겨울에도 몸에 열이 있어서 인삼이 도무지 몸에 맞지 않는 사람이다. 이젠 인삼이 몸에 맞을까? 설령 맞는다 해도 인삼밭에서 “일 년 다섯 개월”을 일하고 피골이 상접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를 보면 인삼을 먹지 못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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