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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Nov 29. 2017

바람은 각 잡는 법 없다

바람은 쉬는 법이 없다

바람 한 점 없다는 적도에 

범선 한 척 두 척 세 척 이어지고

믿을 것은 해류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바람은 돛대를 부풀려 계절 따라 세상을 움직였다


에베레스트에서 들숨을 쉬고 

내달린 바람은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거쳐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에서 숨을 고르고

중앙아시아 초원을 가로질러

아라비아 상인의 양탄자를 들어올렸다


기세 좋은

바람은 쉬는 법이 없다


아라비아 바다에 풍파를 일으키고

홍해와 지중해에 살아있음을 알리고

대륙을 휘휘 감다

북극 얼음을 지치고

시베리아에서 칼을 찬다


시베리아와 허허벌판 만주 들판에서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두만강에 발을 씻어

기운 차린 바람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백두대간을 올라

바다 건너 한라산까지

첩첩히 쌓인 준산 고봉마다 눈도장, 아는 체한다


돌고 도는 세상

다 돌았어도

바람은 꺾이지 않는다

그렇게 오늘도 지구를 돈다!


꺾이지 않으면서

각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바람

그래, 바람은 각 잡는 법 없지

바라노니, 바람처럼 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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