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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Sep 17. 2018

고향 떠나 산다는 건

이주가 뭐냐고 묻는다면

고향 떠나 산다는 건


뜨거운 태양 아래

뽑힌 뿌리  

진물 마르면

돋운 흙 꾹꾹 눌러 밟고

지지대를 받쳐주고

정성껏 물을 줘야

살까말까 한다는 나무 옮겨심기 같아


잔뿌리 굵은 뿌리까지 잘려

진물이 나고

풍성한 가지도 싹둑싹둑 잘리고

시들시들하다가

잎을 떨구고

죽을 고비 넘기면

겨우

새싹 하나

잔뿌리 하나


고향 떠나 산다는 건


사십에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 맞고

세 번 태장으로 맞고 한 번 돌로 맞고

세 번 파산하고 일 주야를 깊은 바다에서 지내고

위험과 위험과 위험에 곱을 더하고 위험과 위험에

수고하며 애쓰고

여러 번 자지 못하고

주리며 목마르고

여러 번 굶고 춥고 헐벗는 과정을 거치는 길(*고후11:24~27)이다


고향 떠나 산다는 건

나를 죽이고 산다는 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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