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하는 안사르와 마지막 산책하며
11년
그가 한국에서 살았던 날 동안
집 떠날 때 뒤로 했던 아이는 대학을 졸업했다
자박자박 봄비 내린 뒷날
떠날 이와 함께 오른 뒷산은
빗물에 온 몸을 풀어헤치고
푸름을 주체 못해 몸살을 앓고 있었다
11년
프레스에 물려
잘려나간 손목은
지난날
갓난아이를 들어 올리던 기억마저 잘라냈다
귀국 후
잘린 손을 구경삼는 이들 시선을 견디지 못해
똬리를 틀고 앉았던 11년 상처가 덧날 때쯤
공장 일을 떠올리더라도
서로 손 잡고 보듬으며
실없는 이야기에 웃음 짓고
한국으로 떠나기 전 콧소리로 웅얼거리던
다 떠오르지 않는 노래 한 소절
따라 부를 친구나마 떠올릴 수 있기를
11년 세월을 읊으며
봄비 머금은 숲길에서 기도하노라
굿바이 마이 프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