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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Apr 27. 2019

어느 귀향

귀국하는 안사르와 마지막 산책하며

11년 

    

그가 한국에서 살았던 날 동안

집 떠날 때 뒤로 했던 아이는 대학을 졸업했다

자박자박 봄비 내린 뒷날

떠날 이와 함께 오른 뒷산은

빗물에 온 몸을 풀어헤치고

푸름을 주체 못해 몸살을 앓고 있었다   

  

11년     


프레스에 물려 

잘려나간 손목은

지난날

갓난아이를 들어 올리던 기억마저 잘라냈다

     

귀국 후

잘린 손을 구경삼는 이들 시선을 견디지 못해

똬리를 틀고 앉았던 11년 상처가 덧날 때쯤 

    

공장 일을 떠올리더라도

서로 손 잡고 보듬으며

실없는 이야기에 웃음 짓고

한국으로 떠나기 전 콧소리로 웅얼거리던

다 떠오르지 않는 노래 한 소절

따라 부를 친구나마 떠올릴 수 있기를

11년 세월을 읊으며

봄비 머금은 숲길에서 기도하노라


굿바이 마이 프렌드!


#잘_가라 #귀향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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