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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Sep 23. 2019

개똥철학

안팎이 성마르는 추분일지라도

세상에 사연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살면서 스스로 존재 이유조차 물어본 적 없다고

철학이 없는 것 아니고, 의미 없는 삶 또한 아니다

저마다 털어놓으면

한 꾸러미 넘칠

이야기보따리를 안고 사는 게 인생인데

그 이야기에 귀담아 듣는 이가 없을 뿐이다

스스럼없이 털어놓을 벗 하나 찾지 못한 타향살이

어릴 적 소꿉친구들이 그리워 하늘을 본다


어느덧 추분, 토라진 가을바람에 들녘에선 손길이 바빠진다

그 바람에 뭔가 할 일이 많은 것 같은데

이룬 게 없어 안팎이 성마르니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는 말이 빚 좋은 개살구인 것은

오늘날 농부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바라는 게 많은 가을바람은 돌하르방 얼굴을 할퀴고

어지러운 마음에 눈동자가 흔들린다

겨울은 멀었는데 돌하르방마저 볼살 빠지는 시절을 살아보면

살아가는 게 기적이라, 존재 이유를 묻기도 뭐하다

가을 탄다 말하지 마라

그 또한 사치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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