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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Jun 28. 2020

귀향

값싼 커피를 선물하고 떠난 이주노동자를 떠올리며

가 갔다
값싼 커피 한 봉지를 선물하고
13년 한국 생활에 손을 흔들었다

이름으로는 증기선 커피
식민지에서 착취한 물품을 실어나르던
화란 동인도회사 선박에서
뱃사람들이 마시던 커피 맛이 그랬을까
향은 없고 맛은 쓰디 쓴
커피 내린 사실을 모르는 이는
사무실에 들어서며
곰팡내라고 했다
눅눅한 공기를 붙잡아 둔 듯한 커피 향을 두고 한 말이었다
곱디 고운 분말은 텁텁함만 더하고
독한 커피는 혀끝을 아리게 한다
비싼 커피가 남기는 뒷맛은 오래가지 않는데도

은근 중독성이 있어
속 쓰릴 때까지 내리 마셨다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깔리우랑 할머니가 주전자로 끓이고 내려주던
그 맛이다
할머니는 맥주잔에 설탕을 반쯤 넣고
커피를 내려주곤 하셨다
잘 보일 이유도 없고
자랑할 필요도 없는
할머니 손에서 우러난 커피는
꾸밈이 없었고
맛은 중독성이 있었다

남쪽에선 장마가 시작이라는데
눅눅한 날엔 증기선 커피를 마시며
떠나간 이를 떠올려 보리라

돌아가서 잘 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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