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추석 유감
머리 검은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경북 포항시 죽장면 어느 산골에서 목회할 때 해마다 명절이면 마을 어른들은 온 동네 청소를 하느라 분주했다. 추석에나 한 번 볼까 싶었던 자식들을 기다리는 부모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용돈 필요 없으니 이번 추석에는 오지 말라’는 투로 거리마다 걸린 현수막을 보자니 영 마음이 불편하다. 자식들을 기다리며 장작 패던 어르신과 마을 청소하며 함박웃음을 짓던 마을 사람들에게 명절은 그저 용돈벌이나 하는 날이 아니었다. 부모 마음을 용돈 따위로 살 수 없다는 걸 현수막 내건 이들은 헤아릴 줄 모른다. 천박하게 말하지 않아도 코로나가 극성이니 너희 몸부터 챙기라고 하시는 게 부모 마음인 것을.......
기다리는 마음-村老
하루 세 번
비포장도로에
버스가 먼지 날리는 마을
그래도 예전에는
북적댔을 법한 공회당 뒷집 김영감님
구분 허리 두드리며
오늘도 장작 팹니다
헌데 쉬엄쉬엄 허리를 들 때면
큰 길로 쏠리는 눈길이
기다리는 손이 있는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엊그제 지난 설에
손주가 여럿 있다던 영감님 댁엔
아이 소리 들리지 않았드랬습니다
길이나 좋아야, 오가지!
장작 패던 손에 침 뱉으며 하시는 말씀
눈물이 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