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라고 기다리는데
텃밭 찰옥수수
치성할멈 맘 아는지
야물게도 열렸다
이 골짝 옥수수는 찰지기로 소문났다
젊은 사람들 싸들고 다니는 게 번거럽다면서도
올 때마다 한 보따리 싸가기를 마다 않는다
그 찰옥수수가
치성할멈댁 마당에서 천연덕스럽게 나뒹군다
치성할멈
벌써 쪼그라진 찰옥수수 수염 뜯을 때마다
담 너머를 힐끔거린다
개천에서 바글대는 게 박씨네 손주들인갑다
명절이라고 벌써 사흘째 까불고 있다
서럽게 늘어진 땅거미 아래서
치성할멈 아무렇지도 않은 듯
헛기침하며 내일 쪼매 더 말려야겠어
벌써 여러 날 말렸음직도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