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어느 귀향

by Prince ko

4월 하늘이 너무 고와

검정고무신 두 손에 움켜쥐고 달리던

아득한 세월 떠올라

저 멀리 하늘 아래로 달음박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한 날


그가 떠났었지


11년

그가 한국에서 살아낸 시간 동안

엄마 치마폭에서 눈물 흘리던 아이는 대학을 졸업했다

자박자박 봄비 내린 뒷날

떠날 이와 함께 걷던 길가 느티나무는

먼 훗날 기억 속에 둥지를 틀 채비를 하고 있었는지

빗물에 온 몸을 풀어헤치고

주체 못할 푸르름을 숨기고 있었다


11년 세월이

흐릿해질 즈음

무르팍에 손주 앉히고

실없는 이야기에 웃음 짓고

세월 읊조릴 때는

한국으로 떠나기 전 콧소리로 웅얼거리던

다 떠오르지 않는 노래 한 소절

따라 부를 이들이 있어

이 삶이, 이 기억이

조금은 아름다울 수 있기를


그랬었지

봄비 머금은 숲길에서 풀피리를 불며

프레스 틈새에 손목 내주던 날

월급마저 떼여

황망함을 주고받던

그날을 돌아보며

우리는 서로를 불렀었지


회상.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봄맞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