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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믿음과 상상 Nov 05. 2023

예봉산 산행

팔당역~예봉산~운길산역

대학 동기들과 가을 산행을 갔다. 이번 코스는 팔당역에서 출발하여 예봉산 정상을 거쳐 운길산역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카카오맵 상으로 대략 8킬로미터 정도, 소요시간은 2시간 조금 넘게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는 4시간 넘게 걸린 듯하다. 


https://www.relive.cc/view/v7O9JMy2dQ6

(위 링크를 클릭하면 생동감있게 코스를 확인할 수 있다.)



등산은 아주 가끔 유명한 산(지리산, 한라산 등등)들만 했지 이렇게 서울 근교에 산들은 가보지 못했다. 사실 안 했다는 표현이 맞다. 일단 등산하면 힘들고 오래 걸리고 재미없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리고 막상 등산을 하려고 해도 제대로 된 코스를 모르니 포기하게 된다. 그렇다고 자주 참여할지도 모르는데 동네의 아무 산악회나 들어가기에도 부담스럽다. 


다행히 대학 동기들 모임에도 등산소모임이 생겼고, 운영하는 친구는 산악부를 오래 했던 경험 많은 친구다. 그리고 등산을 좋아하고 자주 가는 일명 산타는 친구들도 많이 참여했다. 물론 나같이 몇 년에 한 번 등산을 가는 초보들도 참여했다. 


첫 모임에 아무 생각 없이 참여를 눌렀다가 가면서부터 후회를 했다. 왜냐하면 전철로 거의 2시간을 타고 가야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집 가까운 코스일 때 참여하리라 생각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대충 준비를 하고 팔당역으로 향했다. 8시 30분에 도착하여 미리 싸 온 빵으로 대충 아침을 때우니 친구들이 한두 명씩 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팔당역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모임 대장에게 오늘의 코스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을 들었다. 



팔당역은 자전거 라이딩을 하러도 자주 오는 곳이라 앞으로 팔당역에서 산행이 있다면 좀 더 일찍 출발해서 전철 말고 자전거로 오리라 생각해 본다. 


예봉산으로 가는 코스는 팔당역에서 5분 정도 도보로 이동하면 나왔다. 꽤 가파른 코스였다. 자전거 라이딩과 비교하면 업힐이 계속되는 느낌이었고, 헬스장에서 천국의 계단을 1시간 내내 타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평소 자전거와 헬스로 꾸준히 하체를 단련해서인지 많이 힘들지는 않았고 오히려 정상에 오르자 약간 짧아 아쉬운 느낌도 들었다. 우리는 정상까지 대략 2~3번을 쉬었고 1시간이 조금 넘어 도착했다. 



정상에 오니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돗자리를 피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주로 컵라면과 김밥, 막걸리를 먹었다. 어떤 아줌마들은 아예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도토리묵, 보쌈, 비빔밥등을 막걸리와 먹기도 했다.


'이 분들에게는 등산이 운동이 아니라 하나의 축제구나!'


정상 말고 아주 한적한 산속에서 돗자리를 깔고 혼자서 막걸리와 식사를 하는 분도 게셨다. 그 모습은 꽤 운치 있고 평온해 보였다. 



우리는 하산해서 맛있는 것을 먹기로 했기 때분에 점심은 간단히 김밥을 먹었다. 그런데 김밥이 맛집에서 산 온 것이라 퀄리티도 높았고 배를 충분히 채워줬다. 


드디어 하산이다. 하산코스는 완만하면서 긴 코스를 선택했다. 물론 일부 산을 잘 타는 친구들은 늦게 도착한 등산 초보 친구들과 함께 짧은 코스로 하산해야만 했다. 뒤풀이 시간을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정상까지 올 때는 힘이 들어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다. 숨이 차서 호흡을 조절하고 무리되지 않는 보폭으로 천천히 걷는다. 너무 빠르게 걸으면 중간에 쉬게 되어 뒤에 사람에게 따라 잡힌다. 자기만의 페이스로 긴 호흡을 하며 다리에 부담이 없이 천천히 오른다. 그러다 보면 사진도 못 찍고 주변 경치도 잘 못 보게 된다. 


그러나 하산할 때는 여유가 있다. 더욱이 평지도 많이 있는 완만한 코스라 사진도 찍고 주변 경치도 감상했다. 탁 트인 언덕에서는 멀리 한강까지 보이고, 나무들에 포위된 채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재밌고 즐겁다. 



이런 숲 속을 소음이 없는 정적 속에서 걷는다. 나는 솔로 산행을 만끽해 보려고 혼자서 앞서 가봤다. 그리고 조용한 숲 속에서 혼자 걷는 느낌을 느껴봤다. 역시 좋았다. 낙엽 밟는 소리만 들리고 내면의 나와 대화할 수 정적이 주어졌다. 



공원 산책과 다르게 강아지 배설물이 없어서 숲의 향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마음 내키면 아무 곳이나 앉아 나무에 기대 쉬었다. 다행히 날씨도 포근했다. 이렇게 혼자서 걷고 숲 속에 앉아서 기다리다 보면 친구들이 온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산행의 모습은 이렇다. 



이번에는 뒤에서 따라가며 친구들과 함께하는 산행 영상을 찍어봤다. 



꽤 긴 코스로 오랫동안 하산하여 우리는 운길산역에 도착했다. 힘든 산행 이후에 맛집에서의 식사는 도파민 분비를 만들어 중독을 만든다. 힘든 코스를 완주한 우리에게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으로 등산은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된다. 서로 잘 모르는 친구들도 있어서 자기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시간 되면 참여해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동기들 모임이 좋다. 어떤 친구는 초등학생이 되어 나무에도 올라갔다. 



큰 가방에 바리바리 음식 등을 싸와서 나눠줬던 친구들 고맙다. 


하산을 하며 등산 폴대와 등산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올라갈 때는 몰랐는데 내려가니 무릎에 부담이 많이 됐다. 그래서 모든 운동에 장비가 필요한 듯하다. 아울러 솔로 산행이나 2~3명씩 일정이나 코스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산행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2차로 봉주르로 가서 차를 마셨다. 오랜만에 와본 봉주르는 엄청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 칼국수와 비빔밥, 고구마를 팔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거대한 카페가 되어 있었다. 



우리 산악 대장은 현재 다른 전문 산악부 모임 대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히말라야까지 등정을 했다고 하니 진정한 산 사나이이고 산을 좋아하는 친구다. 이 친구가 뒤풀이 장소에서 이런 말을 했다.


"산을 타면 정형외과를 갈 필요 없어. 몸에 안 좋은 곳이 산을 타게 되면 자동으로 다 낫게 돼."


이 얘기를 듣고 산행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등산을 할 때는 오르막을 오르므로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이 동시에 된다. 하산할 때는 주위를 살피면서 천천히 걸으며 또 다른 근육을 단련한다. 예전에 명상을 하며 300배 절을 했던 적이 있었다. 300번 절을 하는 행위만 해도 여러 운동이 되어 몸에 좋다고 한다. 모든 근육을 사용하고 동시에 뭉쳤던 근육을 풀어준다. 아마 등산도 절과 비슷하게 종합적으로 몸의 모든 부위를 활성화하며 운동하는 행위 같다. 그래서 이 친구가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어쨌든 등산 다음날 내 몸은 무척 가벼웠다. 마치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슈퍼맨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아마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서 근육통이 없었던 것 같고, 반대로 등산을 하면서 몸에 뭉쳤던 근육이 풀어진 듯했다. 


오랜만에 등산의 기쁨을 만끽해 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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