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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믿음과 상상 Jan 29. 2024

7. Murder

[아내가 죽었다] 1부

 저녁 진료를 마친 익준은 잠깐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었다. 어제 지인들과 함께 룸살롱에서 술을 잔뜩 먹고, 옆에 앉아 접대를 해주던 여자를 데리고 호텔에서 2차까지 뜨겁게 논 것의 후유증이었다. 


아내 덕에 강남 한복판에 성형외과를 차린 익준은 탄탄대로였다. 중견기업 회장인 장인어른이 밀어주신 덕분에 병원은 아주 잘 됐고, 익준의 실력도 고객들에게 인정받았다. 남는 것이 돈인 익준은 무료함을 달래려고 밤마다 지인들과 룸살롱을 가고 성매매를 했다. 그것이 싫증 나면 예전에 사귀던 여자들에게 연락해서 불륜을 저질렀다. 남편이 있는 여자를 꼬셔 호텔까지 데려가는 것은 익준에게 아슬아슬하고 짜릿한 만족감을 선사했다. 대가로 명품백이나 무료 성형 수술을 해주면 그만이었다. 익준과 불륜을 저지른 여자들은 가슴이나 얼굴 성형을 해준다고 하면 하나같이 사족을 못썼다.  

    

잠에서 깬 익준은 시계를 봤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익준은 기지개를 켜며 진료실을 나왔다. 병원을 살피던 익준은 서류를 정리하던 김간호사를 발견했다. 김간호사는 20대 막내 간호사로 혼자 남아 병원 정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김간호사 아직 퇴근 안 했어요?”

“어머 원장님. 아직 계셨어요? 여기 정리만 마무리하고 퇴근하려고요.”


김간호사는 주사실로 들어가 허리를 숙이고 환자가 눕는 침대를 정리했다. 익준은 그런 김간호사의 뒷모습을 탐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김간호사의 딱 달라붙는 하얀색 간호복은 몸매의 윤곽을 드러냈고, 허리를 숙여 엉덩이는 더 크고 탐스러워 보였다. 짧은 치마 사이로 살짝 흰색 팬티가 보였다. 익준은 김간호사 뒤로 조용히 다가가 뒤에서 김간호사를 안았다.     

“원장님 왜 이러세요?”

“김간호사 아직 명품 백 없지?”

익준은 김간호사의 상의 위로 손을 집어넣어 브래지어 안의 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치마를 걷어 올린 후, 팬티를 내렸다. 

“원장님 결혼하셨잖아요. 왜 그러세요?”

김간호사는 익준에게 벗어나려 애를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미 익준은 김간호사의 옷을 거의 벗기고 뒤에서 성기를 밀어 넣고 있었다. 

“우리 병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월급 적지? 다음 달부터는 오를 거야. 오랫동안 함께 일하자고.”     


한참의 뜨거운 관계가 끝나고 익준은 김간호사에게 뜨거운 키스를 하며 꼭 안아줬다.

“집이 어디야? 데려다줄게. 혹시 저녁 먹었어?”

“아뇨, 아직 못 먹었어요.”

“그럼 나랑 저녁 먹고 가. 옷도 좀 사줄게.”     

익준은 김간호사와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바로 그때 은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원장님 전화받아야 하는 것 아니에요?”

익준은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다.

“아니, 괜찮아.”


김간호사와 저녁 데이트를 마치고 집까지 데려다준 후, 익준은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김간호사는 한 손에 잔뜩 쇼핑백을 든 채로 익준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익준은 차를 타고 이동하며 휴대폰 전원을 켰다. 휴대폰에는 은정으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이 와 있었다.     

 

“아이 씨, 귀찮게 전화질이야? 마누라도 아닌 게.”

익준은 투덜대며 은정에게 전화를 했다. 

“웬일이야? 전화를 수십 통이나 하고?”

“웬일이라뇨? 오늘 만나기로 했잖아요.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도 안 만나줘요?”

“술 취한 것 같은데 오늘은 집에 들어가. 깜빡했어. 지금 비도 많이 오잖아.”

“지금이라도 만나요. 보고 싶어요.”

“요새 일이 많아서 피곤해. 그리고 이미 집에 왔어.”

“피곤하면 입으로 해줄게요. 그냥 당신은 내 옆에만 잠깐 있어줘요. 얼굴 보고 싶어요.”

“남편까지 있으면서 왜 이렇게 밝혀? 정 하고 싶으면 남편하고 하면 되잖아.”

“그걸 말이라고 해요? 지금 남편 하고는 아예 잠자리를 안 해요. 당신이 하지 말라고 시켰잖아요. 사랑하는 남자 놔두고 다른 남자랑 하면 미친년이라고요.”

“근데~ 말은 그렇게 하고 남편과 했는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고. 나랑 하고 집에 가서 남편하고 또 할 수도 있잖아.”     

“당신 애까지 낳았는데도 못 믿어요? 그리고 이혼은 언제 하는 거예요? 벌써 9년이나 기다렸는데. 당신 이혼하면 나도 이혼해서 우리 봄이만 데리고 가면 되잖아요.”

“그러게 피임하라고 했을 때 했어야지. 애는 왜 낳았어?”

“뭐라고요? 당신은 봄이가 보고 싶지도 않아요?”


그때 누군가 차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은정은 작은 목소리로 급히 익준에게 말했다. 

“잠시만요. 남편 같아요.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요.” 

익준은 전화를 끊고 짜증을 냈다.

“거머리 같은 년. 애를 왜 낳아가지고 귀찮게 난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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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진료를 보던 익준에게 카톡이 날아왔다. 익준은 진료 중간중간에 카톡을 확인했다. 카톡은 은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당신 부인한테 다 말할 거예요. 결혼하기 전부터 나랑 만난 거랑 내가 당신 애까지 낳아서 키우고 있는 것,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도 나랑 계속 만나고 잔 거.’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지도 않았는데 돈 때문에 그 여자랑 결혼한 것도 다 말할 거예요. 10년만 살다가 돈 모아서 이혼하고 나랑 다시 결혼하기로 한 것도요.’


‘당신 장인어른한테도 말할 거예요. 당신이 얼마나 비열한 인간인지 다 이를 거예요.’


익준은 카톡을 보고 바로 은정에게 전화를 했다.     

“이게 미쳤나. 누굴 망치려고.”

그러나 은정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이 씨발, 전화도 안 받아.”


익준은 은정에게 급히 카톡을 보냈다. 

‘알았어. 만나서 얘기해. 지금 어디야? 내가 갈게.’

‘집이에요.’

‘오전 진료만 마치고 바로 갈게. 비번은 바뀌지 않았지?’

‘그대로예요. 나도 더 이상 못 기다리니 어떻게 할지 결정해서 오세요.’    

 

“미친년.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익준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책상을 두 주먹으로 내려쳤다. 잠시 후 간호사에게 연락해 오후 진료를 모두 취소한 익준은 지문이 생기지 않는 의료용 고무장갑과 프로포플액이 담긴 주사기를 가방에 넣었다. 택시를 타고 은정이 사는 아파트에 도착한 익준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익숙하게 아파트 현관을 통과했다.      


사실 익준은 은정의 집에 자주 가서 안방 침실과 집안 곳곳에서 은정과 섹스를 하곤 했었다. 


조용히 비번을 누르고 은정의 집에 들어간 익준은 주위를 살피고 조용히 은정을 불렀다.

“은정아, 나 왔어.”

은정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어디 있는 거야?”

익준은 안방 문을 조용히 열었다. 어두운 방안에 은정은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다.

“뭐야? 자는 거야? 더 쉬워졌네.”     

익준은 은정이 깨지 않도록 조심히 은정의 정맥에다 프로포폴을 주사했다. 은정은 바늘이 피부에 들어오는 고통을 느끼고 잠에서 깼다. 

“뭐예요? 익준 씨? 여기는 웬일로 왔어요. 그리고 이 주사는 뭐예요?”

은정은 비몽사몽간에 익준에게 혀 꼬부라지는 소리로 말을 했다.

“네가 좋아하는 주사잖아. 나랑 만날 때마다 놔달라고 한 거. 그리고 웬일이라니? 네가 카톡을 그렇게 보냈는데 안 오고 못 배기지.”     

익준은 정신이 혼미한 은정을 침대에서 일으켜 베란다로 데리고 갔다. 


“이제 넌 떠나야 할 것 같아. 너 때문에 내 삶을 망칠 수는 없거든. 그리고 한 가지 더 얘기해 줄까? 난 널 사랑한 적이 없어.”

은정은 정신이 혼미한 채로 익준의 말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익준은 뒤에서 은정을 잡은 채, 자기의 몸이 안 보이도록 가리며 은정을 베란다 창가로 이동시켰다. 잠시 후, 익준은 은정을 들어 올려서 베란다 밑으로 떨어뜨렸다. 

“잘 가라. 미친년아! 그러게 니 깐 게 왜 날 협박해?”   

  

잠시 후, 익준은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은정의 휴대폰을 챙겨서, 계단을 통해 아파트 현관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그 길로 택시를 타고 바닷가로 간 익준은 깊은 바닷물 속에 은정의 휴대폰과 범행 때 낀 고무장갑, 그리고 자신의 대포폰을 버렸다.


 익준은 많은 여자와의 불륜을 들키지 않기 위해 평소 대포폰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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