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죽었다] 1부 마지막 화
영실은 자주 집을 비우는 은정을 의심했다. 교수실에 잠깐 쉬고 있는 영실에게 봄이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빠, 엄마 또 나갔어. 나 혼자야. 무서워. 아빠 언제 와?”
“봄이야. 아빠 아직 수업이 안 끝났는데. 수업 끝나고 바로 갈 테니 조금만 기다려.”
영실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바로 달려갔다. 가는 길에 미리 검색해 둔 상점에 들러 토끼 인형 모양의 홈캠과 소형 녹음기를 구입했다. 집에 도착한 영실은 봄이를 불렀다.
“봄이야 많이 외로웠지? 이 인형은 언제든 아빠와 얘기할 수 있는 인형이야. 그리고 아빠가 이 인형을 통해서 봄이를 항상 지켜볼 수 있어. 엄마 없을 때는 이 인형을 곁에 두고 있어. 그럼 아빠가 봄이를 지켜줄 수 있으니까.”
“아빠 인형 예뻐. 나 오늘부터 이 인형 안고 잘 거야.”
“봄이야. 엄마한테는 비밀로 해줘. 아빠와 봄이만의 연결통로니까.”
그날 밤도 은정은 늦게 집에 왔다. 영실은 은정이 잠든 후 몰래 나가 은정의 차에 들어갔다.
‘뭐야? 블랙박스를 아예 꺼놓고 있네.’
영실은 미리 준비한 소형 녹음기를 안 보이도록 차에 설치했다.
며칠 후, 집에 와보니 은정이 또 사라지고 장모님이 계셨다. 영실은 은정이 잠든 틈을 타서 은정의 차에 들어가 녹음기를 확인했다. 녹음기에는 은정이 익준과 얘기한 내용이 고스란히 녹음되어 있었다. 영실은 분노로 몸을 떨었다. 은정과 익준이 자기를 속이고 한 짓을 참을 수 없었다. 영실을 가장 화나게 한 것은 지금까지 자기 아이라고 생각한 봄이 조차 자신의 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것만은 용서할 수 없었다. 영실은 집으로 들어가 은정의 휴대폰을 몰래 가지고 와 모든 정보를 자신의 노트북에 백업했다. 물리학과 교수인 영실에게 이런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휴대폰에 저장된 내용을 통해 익준과 은정이 결혼하기 전부터 사귀던 사이고, 계획적으로 자신을 속여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10년 있으면 이혼하고 같이 살겠다는 계획까지.
그날 아침 영실은 수면제를 탄 꿀물을 은정에게 마시게 했다. 은정이 잠든 틈에 봄이의 홈캠 인형을 안방 은정이 잘 보이는 화장대에 놓아두었다. 출근을 하고 영실은 노트북으로 은정의 카톡에 로그인을 해서 익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1차 계획은 익준이 은정을 죽이고 범인이 되는 것이었다. 그럼 미리 준비한 증거들을 경찰에게 줘서 익준을 범인으로 만들고 둘을 파멸시키는 것이었다. 2차 계획은 만약 익준이 은정을 죽이지 않으면, 홈캠으로 찍은 증거자료와 은정의 휴대폰에서 백업한 자료를 익준의 부인에게 보내고 이혼 소송을 해서 익준과 은정을 불행하게 할 계획이었다.
다행히 1차 계획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마지막 고민은 봄이었다. 자기를 농락한 자들의 자식인 봄이를 키우느냐? 마느냐? 그러나 영실은 진정으로 봄이를 사랑했다. 봄이를 버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영실은 봄이를 포함해 익준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뺐는 3차 계획을 세웠다. 그의 아들, 그의 부인, 그가 가진 재산을 모두 가지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