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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학 칼럼

수포자를 유발하는 초등 수학 심화?(수학 칼럼)

수학 심화에 대한 바른 이해


초등 수학 심화가 아이들에게 수학 흥미를 잃어버리게 하고, 수포자를 유발하니 초등 때는 개념과 원리만 충실히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1. 아이들을 가르쳐보면 교재 정답률이 최소 80%는 나오는 교재를 해야만 아이들이 힘들어도 따라붙는다. 정답률이 90% 이상이면 이후에는 좀 더 난도 높은 교재로 바꿔줘야 한다. 대부분의 학원에서는 가급적 이 원칙에 맞춰서 정답률이 70%대로 떨어지는 교재는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정답률이 80% 미만이면 아이와 교습자가 엄청 힘이 든다.



2. 내 자녀들은 정답률이 70% 미만이어도 초등 심화를 시켰다. 방법은 시간 단위 학습법으로 아이들이 여유 있게 풀고, 2시간 동안 2~3문제를 풀 더라도 기다려주기를 이용해서이다. 아이에게 여유 있게 풀리기 때문에 아이가 심화를 한다고 수포자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심화를 하면서 수학 실력이 자기도 모르게 늘어, 학교 단원평가는 거의 100점을 받아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늘어난다.



3. 초등 심화로 유명한 디딤돌 최상위 교재는 중학교로 치면 "쎈수학"이나 "일품"정도 수준의 난도이다. 중학교로 치면 준심화 정도 난도로 그리 어렵지 않은 교재에 속한다. 반면 3% 올림피아드 같은 교재는 많이 어렵다. 첫째 자녀를 3% 올림피아드까지 무리해서 시키다가 첫째 자녀가 수학에 흥미를 많이 잃었다. 이렇게 잃어버린 흥미를 되찾는 데 가장 좋은 것은 수학 시험을 잘 보게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본인이 잘하는 과목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중3인 첫째 자녀는 현재 수학 성적이 계속 올라 90점대 후반 점수를 받고 블랙라벨도 스트레스 없이 풀고, 고등 과정인 수학의 정석도 쉽게 해결한다. 수학에 대한 자신감은 내신 점수를 안정적으로 잘 받으면서 극복됐고, 오히려 국어 사회보다 수학 과학이 편하다고 이과를 가겠다고 한다.



4. 초등 디딤돌 최상위 교재 문제 중에 선행 개념을 이용하는 문제나 억지로 만든 문제들도 있다. 왜냐하면 초등 개념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심화 문제를 만들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그런 문제들은 건너뛰기도 하고 내가 설명해 주고 넘어가기도 한다. 비록 지저분해 보여도, 나열과 대입등의 노가다를 통해서 귀납적 추론 능력을 높이고 수학적 사고력을 확장시키는 문제들도 있어서 그런 것들은 풀리고 있다. 이 부분은 일반 학부모님들이 구분하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잘 몰라서 그렇지 중등 심화 교재인 최상위, A급도 고등 선행 개념을 이용하거나 지저분하고 의미 없는 문제들이 많이 있다. 고등 심화 교재도 실력 정석 연습 문제를 풀다 보면 정말 의미 없는 심화 문제들도 있다. 다른 심화서들도 마찬가지다. 애당초 가장 멋진 심화 문제는 평가원에서 만든 수능과 평가원의 킬러 문제들 정도이다. 사설 모의고사 문제들도 쓰레기 문제들이 많다. 꼭 초등만 그렇지는 않다. 만일 초등만 그렇다고 하는 분이 있다면 중고등 심화 교재까지 잘 모르시는 분이다. 고3 사설 모의고사도 안 풀어봤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초등 디딤돌 최상위 교재의 지저분한 문제들은 봐줄 만한 수준이다.



5. 간혹 제자 중에 초등 때 심화를 안 하고 중등부터 심화를 해도 수학을 잘하고 명문대를 들어간 제자들이 있다. 특징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언어 능력이 뛰어나거나 지식 도서를 좋아하며 깊이 생각하는 연습이 잘 되어 있는 학생이다. 따라서 초등 심화를 꼭 해야만 수학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반대로 그런 아이들은 초등 심화를 했으면 수학을 더 잘했을 것이다. 비율적으로 학원에서 아이들을 조사해 보면 초등 심화를 제대로 한 아이들이 중고등 때 수학 잘할 확률이 훨씬 높다. 수학 잘하는 아이들 중에서 80%는 초등 심화를 한 아이들이다. 반대로 초등 심화를 안 한 아이들 중에서 수학을 잘하는 비율은 20% 정도 되는 듯하다.



6. 고학년이 되면 심화가 쉬워지는데 왜 하느냐? 는 질문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쉬운 방법을 익혀서 문제 난이도가 급하락 하기 때문에 심화교재를 풀어도 심화 능력이 생기지 않는다. 가령 초등 심화는 중1 정도 선행만 돼도, 문자와 식을 이용한 방정식/부등식으로 쉽게 풀리곤 한다. 중등도 고1까지 심화하면 중등 수학이 쉬워지고 심화교재도 훨씬 쉽게 풀린다. 그러나 고등부터는 어떤 선행과정을 한다고 더욱 쉬워지지는 않는다. 물론 재수종합반에서는 대학 수학도 일부 선생님들이 가르친다. 미분 방정식이나 벡터의 외적, 로피탈 정리 등을 알려주면 좀 더 쉽고 빠르게 답을 구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나도 내신기간에는 이런 대학 수학 방법을 이용하여 계산을 좀 더 빠르게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곤 한다. 그러나 수능은 이런 대학 수학의 내용을 이용해도 특별히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게 문제를 출제한다. 따라서 대학 수학을 배운 대학생이라고 고3 수능문제를 더 잘 풀지는 않는다.



7. 대부분의 아이들은 초등 때 심화를 겪지 않으면, 중등 때 갑자기 심화를 잘하는 실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초등 심화를 어려워하고 수학을 싫어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중등 때 쎈수학 C단계만 시켜도 안 하려고 한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면 학교 다니는 것도 정신없어하고, 고등은 수행 등 말할 것도 없이 바쁘다. 그 상황에서 초등학생 때같이 시간단위 학습으로 여유 있게 심화문제를 풀 여유가 없다. 여유 있는 초등 때 디딤돌 최상위 교재 정도까지는 수월하게 푸는 연습을 시켜줘야 중등 때도 일품까지는 무난하게 풀어나간다. 처음 1년 정도만 시간 단위 학습법으로 여유 있게 풀게 하여 심화 문제에 적응해 주면, 이후에는 속도가 매우 빨라진다.

그리고 일부 아이들은 점점 속도가 빨라져서 초등 디딤돌 최상위 교재 정도는 그냥 개념서 정도 수준으로 느낀다.


처음부터 심화를 잘하는 아이들은 천재들밖에 없다. 대부분 아이들은 이러한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성취감을 느끼며 수학에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다. 1~2년 여유있게 일주일에 일정한 시간을 잡아 그 시간만 시간단위로 초등 심화를 풀게 해라. 아이들이 천천히 다양한 생각을 하며 심화 문제를 극복하게 유도해 줘라. 부모는 "빨리"라는 말을 하지 말고, 아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응원해 줘라. 그렇다면 대부분 심화를 극복하고 점점 수학에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잘못된 교습 방식이 심화를 통해 아이들의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할 뿐이다.


만약 내 자녀가 심화가 안 된다면 언어 능력 부족과 잘못된 교습 방식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심화는 원래 어려운 것이다. 어려운 것을 쉽게 하려고 하니 문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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