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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린이 3주 차 90km 솔로 라이딩 도전

라이딩의 매력이 궁금한 자린이들에게

자린이 3주 차가 됐다.

입문형 로드 사이클을 구입하고 1주 차부터 거리를 늘려서 라이딩을 즐겼다. 1주 차는 공원에서 30km씩 주행을 했다. 2주 차부터 본격적으로 라이딩 코스를 가기 시작했다. 카카오맵을 이용해서 혼자 또는 아내와 라이딩을 즐겼다. 점차 거리가 늘어나 40km 정도는 이제 아쉽고 감질맛이 났다.


드디어 3주 차 용기를 내어 왕복 90km에 도전한다. 집에서 임진각까지 가는 코스이다. 가장 걱정되는 건 초행길이라는 점이다. 카카오맵이 배터리를 빨리 닳게 하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켰다 껐다를 반복해서 갖다 올 예정이다. 날씨도 폭염이다. 일이 있어 오후에 출발 예정이다.






일이 끝나고 설레는 맘으로 집에 온다. 필수 장비를 챙겨서 라이딩을 나선다. 물통과 핸드폰 거치대, 장갑, 헬멧, 솔로 라이딩의 필수품 아이팟, 넘어질 때를 대비한 장갑




입문형 로드 사이클에는 자전거 받침대가 있다. 그러나 고가형 로드 사이클은 받침대가 없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내 자전거는 입문형이라 받침대가 있어 편하다. 이 받침대는 마치 차를 몰고 갈 때 초보 운전자임을 나타내는 표시와 같다.



갈 때는 광석이 형님의 음악을 들으면서 갈 예정이다.




드디어 출발

날씨가 꽤 덥다. 아니나 다를까 카카오맵을 보다가 길을 잃었다. 몇 번 헤매다가 다시 자전거 도로에 진입한다. 일산에서 파주까지 가는 자전거 도로는 꽤 괜찮다. 라이딩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대부분 나를 앞질러 간다. 나는 음악을 들으며 여유 있게 간다. 한참을 달렸다. 22km쯤 달리니 통일동산이다. 맛집이 즐비하다. 여기까지만 왔다 집으로 돌아가도 좋은 코스이다. 맛집도 많고 길도 좋다.


그러나 나의 목표는 임진각이다. 때약볕에 다시 페달에 발을 올린다. 파주를 지나 임진각으로 가늘 길은 외로움과의 싸움이었다. 길도 좋지 않고 사람들도 없다. 너무 외롭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길도 이상하다. 자유로 옆을 타고 가다가 다시 농촌길로 내려오고, 업힐과 다운힐을 반복하며 체력이 무척 소진된다. 다음에는 촬영 장비를 지참해서 주변을 한번 찍어보리라.



정말 힘들었다. 날씨가 더워 물도 다 마시고, 나중에는 물도 없이 갔다. 그러나 고통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드디어 임진각 도착



임진각에 오니 놀러 온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나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아이들 데리고 자주 왔었는데..

아이들이 커버리니, 이렇게 온전히 나만의 취미를 즐길 시간이 생겨서 좋다.

일단 편의점에 들러 단백질 음료와 1회용 배터리를 구입한다. 카카오맵을 껐다 켰다 오다가 하도 길을 많이 헤매서 그냥 키고 왔더니 휴대폰 배터리가 올인됐다. 점심으로 충분한 탄수화물을 먹을 것이기 때문에 음료는 단백질 음료를 선택한다. 물은 식당에서 뜨면 되므로 살 필요가 없다.



그늘 벤치에 앉아 쉬는데, 꼬맹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보인다. 자리는 햇볕이 내리쬐는 곳 밖에 없다. 흔쾌히 양보를 하고 햇빛자리로 이동한다.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 누군가 이렇게 양보했다면 정말 고마웠을 것이다. 그 마음을 알기에 양보한다. 또 다른 가족이 와서 자리를 찾는다. 그새 자리가 꽉 찼다. 나는 또 양보한다.


자전거 열쇠를 채우지도 않고 내버려 두고 식당으로 간다. 사실 열쇠를 가지고 다니지도 않는다. 입문형 로드 사이클이라 가져갈 사람도 없고, 누군가 가져간다면 이 핑계로 자전거를 바꿀 수도 있다.



역시 이 맛이지. 시원한 김치말이 국수로 더위를 달랜다. 라이딩의 가장 큰 매력이 힘들게 자전거를 탄 후, 맛집에서 먹는 맛있는 음식일 것이다. 국물까지 드링킹 후, 다시 집으로 향한다. 음식점은 임진각 휴게소 건물 2층에 위치한다.


문득 임진각 옆에 경의선이 보인다. 휴일이라 자전거를 지참하고 열차를 탈 수 있다. 한 동안 유혹에 빠진다. 아내에게 전화하고 데리러 오라고 하고도 싶다. 날씨가 너무 덥다.


그러나 1회용 배터리도 구입했으니 용기를 내서 집으로 향한다. 집에 갈 때는 소라 누나의 음악을 듣는다.



소라누나의 노래를 들으며 감상에 잠겨 솔로 라이딩을 즐긴다. 돌아올 때는 정말 사람들을 볼 수가 없다. 어두워지기 전에 가려고 속력을 높인다.


20km쯤 와서 카페에 들른다. 문지리 535 카페라는 곳인데, 꽤 넓고 괜찮다. 전망도 좋고, 안에 식물원도 있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잠깐 더위를 달랜다.



다시 출발이다. 이제 힘든 코스는 끝나고 파주에서 일산까지의 편한 코스이다. 한 껏 속력을 내지만 거리가 쉽게 좁혀지지는 않는다. 배터리가 또 올인됐다. 이제는 네비도 없이 어두운 길을 달린다. 이 코스는 마치 지리산 같다. 지리산을 등반할 때도 이렇게 끝이 없었다. 도착한 것 같으면 또 가야 했다.


길고 긴 어두운 터널을 가는 듯하다. 길을 잘 못 들어 차도로 가기고 했다. 이런 기분을 언젠가 느낀 것 같다. 막다른 절망에 빠져버린 느낌...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과연 끝이 있는지도 모르는....


그러나 끝이 있었다. 이 느낌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많이 받았던 느낌이었다. 어두운 긴 터널을 포기하지 않고 가다 보면 언젠가 끝이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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