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 정안 이야기
“정안아! 일어나야지. 방학이라고 이렇게 늦장 부리면 어떡해!”
엄마의 목소리다. 난 더 자고 싶은데.
“이제 6학년이야! 언니들같이 특목고 가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지.”
또 그 소리다.
엄마는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공부를 시켰다. 우리 집은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아빠도 서울대, 엄마도 서울대, 친척들도 서울대다. 큰 언니는 과학고에 다니고 있고, 둘째 언니도 국제고에 합격했다. 언니들은 아마 서울대에 갈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공부를 좋아했다. 특히, 수학이 좋았다. 그러나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수학 경시반에 들어가면서부터 자신감을 잃었다. 그곳은 정말 괴물들만 가득했다. 나는 거기서 평범함을 떠나 바닥을 기는 하위권이었다.
“이번 시험에서도 1등은 영실이네, 영실이 넌 중학생 되면 KMO도 입상하겠다.”
수업 시간에 경시 학원 선생님은 월례 고사 결과를 발표하셨다. 1등은 또 영실이라는 아이다. 그 애는 정말 수학을 잘했다. 그런데 그 애는 수학보다 다른 과목을 더 좋아했다.
“선생님 전 수학보다 과학이 더 좋아요. 전 물리학자가 될 거예요.”
선생님의 물음에 영실이 대답했다.
“아깝네. 이 정도면 충분히 수학 경시대회 KMO도 입상 가능한데.”
선생님은 영실의 대답에 안타까워했다.
세상은 그랬다. 노력으로 안 되는 것이 있었다. 난 평범했고 다른 애들은 뛰어났다. 결국 학원 월례 고사를 계속 못 봐서 낮은 반으로 가게 됐고, 그때부터 수학도 공부도 싫어졌다. 엄마는 그 시기부터 나에게 예체능을 시키기 시작했다. 공부로 안되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서울대를 가야 한다며.
“오늘은 아침에 수학 학원 갔다가 점심 먹고 수영 가고, 수영 끝나면 바이올린 그리고 저녁 먹고 논술학원하고 코딩학원만 가면 돼. 빨리 밥 먹어라. 늦겠다.”
“엄마, 나 학원 조금만 줄이면 안 돼? 힘들어.”
“방학이니까 더 해야지. 언니들도 이만큼 다 했어. 그리고 아빠가 예체능도 하라고 하잖아.”
“그래도 매일 가니까, 힘들어. 내일도 하루 종일 학원이잖아. 나 좀 쉬고 싶어.”
난 그렇게 초등학교를 다녔다. 학원, 공부, 조금만 시간이 남으면 예체능까지....
그럴수록 공부에 흥미를 잃었고 모든 것에 열정을 잃었다. 그렇게 메말라 가면서 중3이 되었다.
“아니, 정안이 어떡할 거야? 당신은 지금까지 집에서 뭐 한 거야? 애 신경을 안 쓰고?”
아빠와 엄마가 또 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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