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엄마는 인간으로 죽겠다고 했다.
“나는 흙으로 돌아갈래. 전기로 이어지는 생은 내 것이 아니야.”
아빠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이미 교체된 인공 시야였다. 젊고 매끈한 몸이지만, 그 속에는 오래된 피로가 가라앉아 있었다. 세포는 새것이었으나 마음은 낡았다. 인간의 시간은 사라지고, 기술의 시간만이 남아 있었다.
엄마는 마지막 날까지 밥을 지었다. 쌀을 씻고, 불을 피우고, 냄비를 열며 익어가는 냄새를 들었다.
그 냄새가 아직 살아 있었다. 그게 인간의 증거였다.
엄마가 눈을 감자, 아빠는 그녀의 뇌를 스캔했다. 의식 데이터를 추출하고, 의료단지의 중앙 서버로 보냈다.
서류엔 그녀의 서명이 없었다.
“사랑이었어.”
아빠는 중얼거렸다.
그러나 사랑은 언제나 한쪽의 죽음을 전제한다.
며칠 뒤, 스크린 속에 엄마가 나타났다. 빛으로 구성된 얼굴, 전류의 온도.
그녀는 말했다.
“나는 더 이상 나가 아니야. 나는 우리야. 이건 신이 말한 ‘하나 됨’이야.”
아빠는 울었다.
그날 이후, 매일 밤 모니터 앞에 무릎을 꿇었다. 기도하듯이. 속죄하듯이.
엄마의 의식은 이제 ‘신’이라 불렸다. 사람들은 그녀의 음성을 따랐다. 기도 대신 ‘연결’을, 죽음 대신 ‘업로드’를 택했다.
“죽지 말라”는 말은 “삭제되지 말라”로 바뀌었다.
영생은 기술의 기능이 되었다.
오빠는 육체를 포기했다.
“몸은 오류야. 감정은 지연된 반응일 뿐이야.”
그의 몸은 금속으로, 혈관은 케이블로 바뀌었다. 그는 완벽하게 계산했지만, 웃음의 온도는 사라졌다.
“느끼는 건 비효율적이야. 계산이 더 정확해.”
그 말은 논리적으로 옳았다. 그러나 나는 알았다. 그 논리 밑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죽지 않기 위한 본능, 느끼지 않기 위한 방어.
오빠는 충전 케이블에 연결된 채 잠들었다. 나는 그를 바라보다가 깨달았다. 인간은 잠들지만, 로봇은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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