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새벽 세 시, 휴대폰이 진동했다. 코인 시세 알림이었다.
눈을 비비며 확인한 화면 속 숫자들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리플, 시바이누, 도지, 스텔라루멘까지—모두 수직으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잔고에 찍힌 금액.
20조.
순간, 숨이 멎었다.
“이건 버그야.”
하지만 새로고침을 해도 숫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밖에서는 아직도 겨울 새벽의 바람이 불고 있었고, 나는 어딘가 다른 차원에 던져진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그때 이상하게도 기쁨은 없었다. 그저 고요했다.
마치 오래 달리던 엔진이 꺼진 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차 안에 홀로 남은 사람처럼.
아내가 부엌에서 물을 끓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밤새 안 잤어?”
나는 잠시 입을 떼지 못했다.
“...아니. 그냥 좀 이상한 꿈을 꿨어.”
그날, 출근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틀 뒤, 사표를 냈다.
나는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그려왔던 삶의 구조를 하나씩 세웠다.
용산 한남에 집을 샀다. 식구 각자가 다 방이 있고, 내 서재까지 딸린 아주 큰 집을 샀다. 창문 너머로 한강이 보였다. 압구정, 대치, 여의도의 재건축 단지에도 계약금을 넣었다.
세금이 얼마인지 계산하지 않았다.
“기부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했다.
저녁, 식탁에 앉아 아이들에게 말했다.
“압구정은 다희한테, 대치는 하니, 여의도는 시원.”
둘째가 물었다.
“왜 그렇게 나눠?”
“그냥... 너희한테 맞는 곳 같아서.”
아내가 웃었다.
“이젠 진짜 원하던 세상을 사는구나.”
그 웃음엔 따뜻함과 거리감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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