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린이 5개월 차
일산에 사는 대학 동기를 알게 됐다. 이 친구는 자전거의 진심인 친구다. 이 친구를 통해 대학 동문들 라이딩 동호회 2개를 가입했다. 결국 내가 활동하는 자전거 동호회는 전체 고대 동호회, 일산 지역 고대 동호회, 93학번 고대 동호회 3개가 됐다.
솔로 라이딩도 나름 괜찮은데 발전을 위해서는 함께 타야 확실히 좋다.
얼마 전, 동기 한 명과 70킬로 정도 라이딩을 하며 평속 28을 돌파했다. 아직 클릿 슈즈를 신지 않는 나로서는 평속 28은 꽤 좋은 기록이다. 클릿 슈즈는 자전거 페달에 끼우는 신발로, 페달을 밟는 힘과 올리는 힘을 동시에 사용 가능하여 업힐과 평속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단점은 정차 시 신발 빼는 것을 제대로 못하다가 넘어지는 사고를 당한다고 한다. 나는 아직 클릿 슈즈의 필요성을 별로 못 느껴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어쨌든 오늘은 새로 알게 된 동기와 일산에서 같이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처음 보지만 어색하지는 않다. 일단, 바로 남산을 가기에는 거리가 짧아 우리는 잠원 한강 공원에 동기들이 농구를 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을 먼저 가기로 하였다.
대략 거리는 35킬로 정도니 몸 풀기에는 적당한 거리다.
일산에서 출발하여 중간에 마포인트에서 한 번 휴식을 취했다. 마포인트는 처음 가보는 한강 편의점인데 대략 위치는 상암 지나서 마포쯤 위치하는 것 같다. 다른 편의점과 다르게 한강을 보며 의자에 앉아 음식을 먹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2층에는 스타벅스도 있어서 좋다.
우리는 잠깐 휴식을 취하고 바로 동기들이 있는 잠원 한강공원으로 이동했다. 앞에서 끌어주는 동기는 3년 정도 탔는데, MTB로 평속 28을 달리는 무서운 동기다. 힘들게 따라갔다. 강남 쪽 한강 자전거 도로는 넓고 직선 구간이 많다면, 오늘 주로 이동한 강북 쪽 한강 자전거 도로는 좁고 곡선구간이 많다. 가속과 감속을 병행해야 해서 체력소모가 많았다. 곡선 구간은 꽤 커브가 심해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반대편 차선을 넘어가서 사고 위험이 높다.
잠원 한강 공원에 도착하니 역시 대부분 처음 보는 동기들이 농구 전에 가볍게 점심과 맥주를 한잔씩 하고 있었다. 우리는 편하게 합석하여 담소를 나눴다. 30년 만에 처음 만나는 대학 동기들과 금방 친해진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처음 보는 동기들을 보는 것이 어색하거나 거북하지 않다. 동기 중 한 명이 잠원 한강 공원 근처 아파트에 산다고 했다. 집에서 가깝다고 와인 등 음식들을 싸왔고, 고맙게도 전기 자전거를 타고 먼 편의점을 왔다 갔다 하며 맥주와 얼음등을 사 왔다.
음식을 먹고 동기들 농구하는 것을 잠깐 본 후, 우리는 원래 목표 남산을 향했다. 남산은 잠원에서 한남 대교를 건너가야 했다. 한남대교를 건너서는 자동차 도로를 타야 해서 위험했다. 그리고 남산에 가기 전부터 오르막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남산에 도착해서 동기가 먼저 올라간다고 했다. 나한테는 처음이니 가장 쉬운 기어를 넣고 천천히 체력 분배를 하면서 올라오라고 했다. 욕심 부리다간 끌바(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난 처음이라 동기가 시킨 데로 가장 쉬운 기어로 천천히 호흡을 하면서 올라갔다. 처음 올라가다 보니 끝이 어딘지 몰라 조마조마하며 올라왔다. 꽤 거리가 길었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나를 추월하는 젊은 친구들을 보는 것도 재밌고, 옆의 산책로로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가는 것도 즐거웠다.
갑자기 뒤에서 젊은 청년 3명이 고함쳤다.
"야 여기가 스포트 지점이야. 여기서부터 체력을 다 쏟는다. 하나, 둘, 셋 출발!"
청년 3명은 마치 자전거 경주를 하듯 전력 질주로 올라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정상이 얼마 안 남았나? 하는 생각에 남은 체력을 짜내며 빠르게 따라 올라갔다. 그러나 끝이 안 보였다. 그 지점부터 정말 한 참을 올라가야 했었다. 마지막에 무리해서 허벅지에 쥐가 날려고 했지만, 끝까지 힘을 내서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 도착하니 주말이라 그런지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남산 업힐은 생각보다는 짧은 코스였다. 다음번에는 좀 더 빠르게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친구는 담에는 북악 스카이 웨이 코스를 가자고 했다. 거기가 남산보다 몇 배 더 어렵다고 했다.
정상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잠깐 쉬다가 내려왔다. 카페는 꽤 괜찮았다.
내려오는 코스는 생각보다 위험했다. 자린이라면 반드시 브레이크를 계속 잡으면서 내려가라고 추천하고 싶다. 꽤 급경사였다. 남산을 내려와서 독립문 역까지 가는 길도 차도를 이용해야 해서 꽤 위험했다.
남산 업힐을 하고 나니 성취감과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