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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 킴 Oct 14. 2023

'스물 다섯, 스물 하나'의 벚꽃

사랑에 빠졌음을 알게 된 것은


오늘의 곁들임




Drama
스물 다섯, 스물 하나


Music  
에릭남&웬디 봄인가봐


사랑노래 중에는 벚꽃을 소재로한 드라마와 노래들이 많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 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 말고', 벤의 '벚꽃이 피면 우리 그만 헤어져' 등등.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의 명장면 중 하나도 일명 '벚꽃 버스정류장' 앞에서 재회하는 장면이다. 이진이는 힘든 감정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지 않아 혼자서만 견뎠고 희도는 이진이가 힘들 때도 같이 마음을 나누길 바랬다. 그래서 헤어졌지만 이진이는 희도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희도의 진심을 알게 된다. 



서로를 그리워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곳은 벚꽃이 만개한 버스정류장 앞이었다.

희도와 이진이의 사랑을 확인했던 벚꽃 흩날리던 버스정류장처럼 우리에게도 같은 추억이 있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서로 다름에 끌렸고 아직 해보지 않은게 많았다. 우린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은 그에게 대학생인 내가 말하는 캠퍼스는 미지의 세계였다.



'한국드라마에서만 보던 그 캠퍼스?'

'응, 봄이 되면 캠퍼스가 얼마나 예쁜데! 벚꽃비 맞으며 서있으면 정말 드라마 주인공이 된 것 같다니까.'




나는 그에게 한국의 대학 캠퍼스를 소개시켜주기로 했다. 벚꽃잎이 비처럼 떨어지던 날 돗자리를 챙겨 피크닉을 갔다. 우리는 캠퍼스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고 그는 눈을 반짝이며 따라왔다. 나에게 익숙한 광경이 그에겐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날 좋은 봄날, 잔디밭에서 한가로이 누워 떨어지는 벚꽃잎을 보고 있노라니 너무 행복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딸기와 생크림을 준비해왔고 딸기 꼭지를 따서 하나씩 입에 넣어주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벚꽃잎은 바람이 불 때마다 솜사탕처럼 몽실거렸고 공기마저 살짝 서늘하니 상쾌했다. 나는 신이 나 산책 나온 강아지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사람들은 저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하하호호 웃으며 지나갔다. 



그는 오아시스 밴드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요새는 백예린의 Nerdy Love에 꽂혀서 듣는다고 했다. 그가 좋아한다는 노래를 같이 들어보고 싶다. 나는 디즈니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에릭남&웬디의 봄인가봐를 듣는다고 했다. 그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같이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우린 서로 다름에 끌렸지만 다름 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하면 어린아이처럼 기뻐서 운명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비가 오면 비와 당신이라는 노래를 들어요.'

'정말? 나도 그래, 그 노래는 정말 명곡이야.'


'술 한잔 기울이고 잠드는 것이 좋아요. 친구들과 같이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요.'

'나도 그래. 맥주랑 칵테일을 좋아해. 주말에 음주가무는 필수지.' 


'부모님 고향은 문경이예요. 나중에 은퇴하면 문경에서 살고 싶어요.'

'문경이라고? 우리 부모님 고향도 문경인데!'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해 우리는 피크닉를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였지만 헤어지기 못내 아쉬워 버스정류장 앞 벚꽃길을 같이 걸었다. 반쪽짜리 달이 내뿜는 달빛이 흐드러지게 핀 벚꽃잎을 비추었다. 벚꽃길을 두바퀴나 걸었음에도 아쉬웠던 우리는 버스정류장에 앉았고 살며시 손을 잡았다. 



그 날 이후로 그와 해보고 싶은 일이 자꾸만 생겨났다.

'노을이 지는 시간에 같이 걸어보고 싶어. 삼겹살이나 돼지갈비말고 소고기를 같이 먹어보고 싶어.'


그도 나와 해보고 싶은 일이 자꾸만 생겨난다고 했다.

'너가 좋아하는 복숭아향 핸드크림을 발라보고 싶어.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드라이브를 가고 싶어.' 


그가 좋아한다는 것들을 같이 해보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해보고 싶다.

서로가 좋아하는 사소한 것들을 나누고 싶다.



그와 해보고 싶은 일이 자꾸만 생겨났다.

그와 함께하고 싶은 일들이 자꾸만 생겨났다.


그와 함께하고 싶은 일들이 자꾸만 생겨났음에 

우리는 사랑에 빠졌음을 알았다.



드라마의 수록곡 중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부른 가수 자우림의 김윤아는 벚꽃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곡을 썼다고 했다. 벚꽃잎이 떨어지는게 참 애틋해서 그 순간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후렴구가 떠올라 가사와 멜로디를 같이 쭉 작업했다고. 


나의 수많은 처음에 그가 있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진 것도 벚꽃때문일까? 

그해 봄 서로에게 설레는 처음을 선사한건 그 날의 벚꽃때문이었을까?


벚꽃잎이 비처럼 내렸다. 

한참 분홍비를 맞고 있자니 우린 점점 분홍색으로 물들어갔다.

온통 분홍인 탓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우리는 지금 봄 속에 서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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