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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 킴 Oct 14. 2023

'시간여행자의 아내'로 보는 배우자 찾기

헨리의 마음으로 사랑하고, 클레어의 마음으로 기다리자


자연스럽게 늙어간다는 것, 그 여정을 함께할 동반자 찾기



Movie 
시간여행자의 아내



시간여행자의 주인공 '헨리'는 예고도 없이 갑자기 다른 시공간 속으로 사라진다. 시간여행을 할 때는 실오라기 하나 걸칠 수 없기에 도착한 장소에서 옷을 찾아입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고선 예고도 없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언제, 어디로갈지 아무도 모르는 시간여행인 셈이다. 어바웃타임의 '팀'은 자신이 원해서 원하는 장소로 갈 수 있지만 헨리는 선택할 수 없기에 매일이 초조하고 불안하다. 헨리는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시간여행을 멈추기 위해 유전공학 박사를 찾아가지만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헨리의 아내 '클레어'도 헨리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슬프지만 그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살아간다. 헨리와 클레어는 딸의 곁에서 함께하고 싶지만 함께할 수 없기에 절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사회의 암묵적인 합의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엄청난 의식의 변화가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는 취업, 성공, 내집마련이라는 청사진을 그려놓았고 잠시라도 길을 이탈하면 네비게이션이 큰 소리를 낸다. 

'삐빅- 당신은 경로에서 이탈하였습니다. 내집마련까지 가는 길이 N년 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시간여행자이다. 이 우주 속에서 유한한 삶을 살다가 간다. 헨리와 다른 점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여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일 뿐 100년 동안 지구별을 여행하다가 사라진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잠시 왔다가는 존재이다. 그렇게 삶이 잠시 왔다가는 여행일뿐이라고 생각하니 이런 경로들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 '에잇, 이렇게 살면 뭐 어때?' 


나도 헨리처럼 시간여행자라고 생각하니 당장 나를 괴롭히던 문제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대출금 상환, 친구와의 다툼, 오늘 저녁 메뉴까지. 인생이 계획대로 안되고 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이렇게 주문을 외운다. '그래, 까짓꺼 뭐 어때. 잘 되겠지.' 마음을 내려놓으니 그 후로는 작은 일에 스트레스 받지 않게 되었다. 인생을 유영하듯이, 미끄러지듯이 헤엄치는 법을 배웠달까.



인생을 여행하듯 유영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여행의 동반자로 누굴 택할 것인지가 아주 중요해진다. 우리 모두는 사랑이 늘 처음처럼 불타오를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10년 후, 20년 후에도 변치 않고 사랑할 사람을 찾아 나선다.  


어떤 기준으로 배우자를 선택해야할까? 나는 사랑이 변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이 사랑도 결국 끝이 날까 걱정이 돼. 밀려오는 불안감에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후회 없이 모든 걸 주는 사랑을 하고 싶은데, 내 마음을 다 주면 네가 변할 까 두려워.'




사랑의 시작은 달콤하지만 갈등은 쓰고 이별은 아프기에 영원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변해버린 사랑은 마치 식어버린 냄비 속 스프와 같은 것이다. 냄비가 팔팔 끓을때는 스프가 맛있지만 식어버리면 굳어서 먹을 수 없는 스프가 되는 것처럼. 식어버린 스프를 앞에 두고 드라마 속 여주인공처럼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라며 상대방을 탓하는 질문도 했었다. 자연히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은 어려웠다.



어느 날 TV에서 뇌과학자가 나와 사랑의 3단계를 설명하는 것을 보았다. 사랑에는 총 3단계가 있으며 각 단계마다 호르몬이 다르게 나온다고 한다. 1단계의 호르몬은 흥분과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아드레날린이다. 아드레날린 호르몬 덕분에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두근대며, 허둥지둥 말도 잘 못한다고 한다. 아드레날린이 지속돼면 우리의 일상을 무너뜨리게 되므로 6개월정도 지속되고 2단계로 넘어간다. 2단계는 쾌락의 도파민이다. 연애 초기에 너무 보고싶은 강렬한 감정으로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하루종일 그 사람 생각이 났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도파민 덕분에 스킨십을 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간의 유효기간 또한 짧다. 3단계는 친밀감과 신뢰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이다. 같이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한 기분이 든다. 사랑의 안정기에 접어들게 되면 강렬한 사랑이 아닌 일상 같은 사랑을 하게 된다.



충격적인 것은 아드레날린은 6개월, 도파민은 2~3년의 유효기간을 평균적으로 가진다고 한다. 그러니 늘 사랑이 변했던 것이 아니라 이 ‘화학’의 작용기간이 끝나버렸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괜시리 과거의 연인을 탓한 것이 미안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의 형태가 변하는 것은 두 사람 사이에 마음이 변한 게 아니라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생화학적 반응임을 받아들이고 나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모든 것은 변한다. 봄날이 가고 여름이 오듯, 가을이 오면 뜨겁던 태양도 힘을 잃듯이. 사랑도 그런 것이다. 사랑도 변한다는 걸 인정하고도 나와 인생을 함께할 동반자를 찾는 게 중요하다. 그 동반자는 나와 가치관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동지가 되겠지.  


'우리 서로 사랑하는거 맞아? 왜 이렇게 내 마음을 몰라줘? 내가 사랑했던 그 남자는 어디에 있어? 나 보러 잠도 줄여가며 기차타고 왔던 너는 어디있어? 우리가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변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걸 인정하자. 시간의 흐름 속에 우리의 모습도 바뀔 거야. 시간이 아무리 흐르고, 세월이 많은 것을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우리 지금 함께 했던 오늘은 잊지 않기로 약속하자.'              


그러니 나와 함께할 배우자는 헨리의 마음으로 사랑하고, 클레어의 마음으로 기다릴 사람을 찾고 싶다. 클레어 곁을 훌쩍 떠나는 것이 아쉬워 함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헨리, 그런 헨리를 보듬어주고 헨리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클레어. 

  

나와 함께 지구별 시간여행을 떠날 배우자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널 만나게 돼서 내 여행이 너무 즐거울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고마워, 내 옆에 와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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