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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 킴 Oct 22. 2023

'에드시런'의 음악과 함께하는 프로포즈와 결혼식

영화같은 프로포즈를 꿈꿨다

오늘의 곁들임





Music 
ed sheeran - one life
ed sheeran - perfect






영화 속에 등장하는 프로포즈 장면은 늘 감동적이었다. 여자가 모르게 남자가 짜잔 서프라이즈를 하는 프로포즈. 결혼식 날짜 잡고 예식장 계약하고 나서 하는 형식적인 프로포즈가 아니라, 결혼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나와 결혼해줄래?'라고 얘기하는 그 순간이 프로포즈의 의미가 아닌가.



나는 남자친구에게 결혼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전에 단단히 일러두었다. 

'한국에서는 보통 상견례나 예식날짜를 잡고나서 프로포즈를 하잖아. 나는 그게 싫어.'


그는 엄청나게 고민에 빠진 듯한 얼굴을 하고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물건 하나 살 때도 별다른 고민 없이 샀던 그에게 이벤트를 기획하고 적당한 가격의 다이아 반지를 사는 것은 어려웠으리라.


나는 낭만적인 사람이고 그는 낭만을 어려워하는 사람이었다.



우리가 만난지 6개월이 채 안되었을때이다. 남자친구랑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바에 갔다. 진한 우디향이 흘러나오는 바의 분위기가 좋았다. 남자친구는 내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먼저 결혼하자는 얘기를 꺼냈다. 

반지도 없었고 무릎을 꿇지도 않았지만 그가 나와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을 비춰준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우리는 취한 채로 바에서 나왔다. 여름밤의 공기는 선선했고 버스가 끊겨 집에 돌아가려면 택시를 타야했다.


왜인지 모르게 둘다 기분이 들떠 집까지 뛰어가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기쁨에 집까지 뛰어가면서 깔깔거리며 웃었다. 마치 영화 노트북의 앨리와 노아처럼 밤거리를 뛰어가며 서로 장난을 쳤다. 남들이 보기엔 취한 사람 둘이었지만 가까운 미래에 결혼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소중한 밤이었다.


 



그런데 아직 나는 반지를 받지 못했지 않는가. 그는 자신이 다이아 반지를 살 정도로 여유가 생기면 멋진 프로포즈를 하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다이아 반지의 크기가 중요치 않았고 그의 마음이 중요했다. 우리는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마음이 많이 괴로웠고 우리의 관계도 힘들어졌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과 그가 생각하는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누구 하나 잘못한건 없지만 둘다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서로의 입장 차이에 대해서는 얘기를 나눠보니 내 입장도 그의 입장도 일리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 몇 년 뒤 우리는 해변에서 휴가를 보냈다. 그리고 그가 반지를 주었다. 프로포즈를 했고 결혼을 하기로 약속했으니 이제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준비는 더 힘들고 고난이었다. 부모님들께서는 우리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달가워하지 않으셨다. 좀 더 준비되면 하라는 말씀이었다.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결혼을 승낙받기까지 오래 걸렸다. 우리들은 에드시런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 시간을 버텨냈다. 


'에드시런의 one life 노래를 들으면 프로포즈 할 때가 생각이 나.'

'결혼식장에서 에드시런의 perfect 노래를 꼭 불러줄게.'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온 결혼식이어서 그런가, 결혼식을 생각할 때마다 기분이 이상하고 눈물이 맺힌다. 여기까지 오면서 우리는 세상에 완벽한 배우자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완벽한 배우자는 아니지만 어차피 결혼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답이 없는 문제였다.



친구들이 왜 결혼을 하게 되었냐고 물으면 우리는 '다이빙'했다고 말한다. 다이빙을 하는 것처럼 그냥 물 속으로 뛰어드는 것, 물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일단 뛰어드는 것이다. 결혼을 이해할 유일한 방법은 직접 해보는 수 밖에 없다. 우리가 결혼하게 된 이유도 분석보다는 직관에 더 가깝다.


그저 마음이 인도하는 대로 사랑에 뛰어들었고 우리가 틀렸을 수도 있지만 언제나 옳은 결정은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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