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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 킴 Oct 14. 2023

'노트북'의 인연의 끈

첫사랑을 다시 만나 결혼할 확률은? 


오늘의 곁들임






Movie
노트북




노아는 꿈에도 다시 몰랐을 것이다. 오랜 세월 앨리를 그리워했지만 앨리가 결혼식 직전에 다시 나타나 자신과 결혼할 줄은!



영화 노트북의 주인공 '노아'와 '앨리'는 강렬한 첫만남을 통해 급속도로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앨리의 부모님이 노아를 반대하게되고, 앨리가 이사를 가면서 연락이 끊기게 된다. 앨리는 약혼남에게 프러포즈를 받고 결혼준비를 하며 노아를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신문에서 ‘노아’의 소식을 접하고 잊을 수 없는 첫사랑 앞에서 다시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앨리와 노아는 다시 만나 평생을 사랑하며 한날 한시에 숨을 거둔다는 스토리이다.



영화 노트북은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여서 몇 번이나 다시 보았던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면 내내 이런 생각이 든다. 첫사랑과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결혼하려면 인연의 끈이 얼마나 강하게 묶여져 있다는 것일까?






남자친구가 미국으로 떠난 후, 서로가 그리울 때면 밤하늘을 보며 달을 바라보았다. 


나는 하늘을 보면서 그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달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달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려보면서 너도 같은 달을 보고 있냐고 물었다. 시차가 달라 그는 해를 보고 있었지만, 그도 해를 엄지손가락으로 가리면서 하늘을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가 달을 보고있을 때 나는 해를 보았고 우린 같은 하늘 아래에 있다는 것으로 그리움을 달래곤 했다.





노아와 앨리가 헤어졌던 것처럼 우리도 수없이 많은 헤어짐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함께하지 못하고 헤어져야할 이유는 아주 많았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닥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갔다. 하지만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고, 그 문제를 해결하니 다른 문제가 우리를 덮쳤다. 너무 오랜 기간동안 아파하다보니 끝내 서로를 원망하고 싸우게 되었다. 수화기 너머 화내고 우는 일이 잦아졌다. 점점 현실이 벅차다고 느껴졌고 지쳐갔다. 



'역시 우리는 인연이 아닌가보다. 우리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닐까.' 

종교가 없지만 신이 있다면 내가 잡은 그의 손이 인연이 아니라면, 손을 억지로 놓게 하지 말아달라고 기도했다. 너무 애쓰지 않고, 너무 힘들지 않게, 저절로 힘이 풀려 손을 놓게 될 때까지만 잡고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평생을 다른 곳에서 살다가 우연히 하루 스치게 되어 여기까지 오게된 신기한 인연. 인연으로 내 인생 최고의 시간들을 보냈지만 운명이 되지 못한다면 또한 받아들여야 함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한편으로는 앨리가 노아를 다시 만났던 것처럼, 작은 확률이라도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 






마음 속에 희망이 움트면 앨리와 노아가 비가 퍼붓는 호수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던 장면을 계속해서 돌려보았다. 

'그래, 이 장면이 포스터가 된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우리도 지금 비를 맞으며 시련을 겪고 있지만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몰라.' 



시간이 흘러 그는 내 곁으로 오겠다는 약속을 지켜주었다. 그는 길고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준 덕분이었다. 내가 지쳐서 쓰러질 때마다 일으켜준 것은 그의 깊고 넓은 사랑이었고, 그 사랑은 앨리를 향한 노아의 편지와도 같았다.


앨리로부터 답장이 없어도 365일동안 꼬박 편지를 썼던 노아처럼, 당신은 처음 날 만났을때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고 한 약속을 포기하지 않고 기나긴 세월동안 기다려주었다.



나는 지금 노트북을 보게 되면 가슴이 아리다. 

우리가 지금 함께할 수 있기까지 당신의 노력이 얼마나 컸는지,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기 때문이다. 

다시 함께하기까지 참 많이 싸우고, 많이 양보하고, 많이 사랑했다. 



매일 똑같은 일상과 삭막한 도시 속 당신이 있어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숨쉴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동안 당신이 나를 지켜준 만큼 살아가면서 나도 당신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미안하고 고맙다. 

정말이지 영화 '노트북'은 사랑의 시간과 사랑의 가치와 사랑의 깊이를 믿는 자들에게 바치는 영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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