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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 킴 Oct 22. 2023

진주목걸이는 나에겐 희망이야. '티파니에서 아침을'

문리버 그리고 검정색 원피스와 진주목걸이.


오늘의 곁들임



Movie
티파니에서 아침을
Music
문리버
Fashion
검정색 원피스와 진주목걸이




행복을 미루지 말자. 희망은 어디에나 있다.



고전영화, 고전음악은 그 메시지가 강렬하기에 현재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너무도 유명한 고전 명작이다. 문리버는 1961년 패러마운트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의 주제가로 무려 60년대에 제작된 곡이지만 아직까지도 너무 유명하다. 영화 오프닝에서 오드리헵번이 티파니 보석상을 바라보며 입었던 검정색 원피스와 진주목걸이는 패션계의 전설이 되었다. 







1960년대 초의 뉴욕, 검은 선글라스에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홀리(오드리 헵번)가 택시에서 내려 보석상 티파니 앞을 활보한다. 홀리는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홀로 살아가며 부유한 남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화려한 신분상승을 꿈꾸는 여성이다.


영화 속 오드리헵번의 검정색 원피스와 진주목걸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나 또한 이 패션을 좋아해 영화를 보고 나서 진주목걸이를 샀다. 그리고 홀리처럼 검정색 원피스를 입고 진주목걸이를 차고 내가 가장 되고 싶고, 좋아하는 분위기가 있는 곳으로 떠난다. 


내겐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회나 풍경이 아름다운 리조트, 인테리어가 멋진 북카페가 바로 그런 곳이다. 홀리가 티파니 보석상 앞을 거닐며 티파니를 갖고 싶어한 것처럼 내가 머무르고 싶은 곳에 갈 때마다 꺼내 입는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속 주인공의 옷을 따라 입으면 그날 하루는 기분이 참 좋다.





홀리는 원하는 집을 얻기 전까지 그 어떤 것도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양이에게 이름도 지어주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얻기 까지 행복을 미래로 미루었다. 그녀는 가난한 현실을 벗어나 꿈 같은 상류사회를 동경하였기에 사랑하는 폴도 밀어내고 미래에 집착한다. 


홀리의 모습을 보니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수험생활이 길었을 때는 항상 슬펐고 우울했다. 그땐 시험만 끝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금 누릴 수 있는 행복들을 잠시 접어두었다. 그저 이렇게 생각했다.

'합격하면 나도 일요일에 밀린 영화를 봐야지.'


수험생이었을 때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있었다. 특히 일요일에는 공부가 잘 안됐다. 남들이 쉬는 모습을 보며 불안에 떨면서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합격하고 나서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는데 들었던 생각은 '차라리 그때 영화 한 편을 볼 걸 그랬군.' 이었다.





사람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먹고 사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은 봄인데, 여름이 오면 무얼 할지 계획을 짜면서 미리 신나하고 있다. 지금은 임고생인데 내년엔 뭘할지 기대하면서 신나하고 있다.

시험 준비하는 사람들은 전부 미래를 먹고 사는 사람이 된다. 현재의 고통은 미래의 기쁨을 위해 맞바꾸고 오로지 미래만을 원하고 살아간다.


때문에 사람은 어쩔수 없이 일요일보다 금요일을 좋아하게 된다. 분명 금요일엔 일하고 있고 일요일엔 쉬고 있는데 왜 금요일이 더 좋을까? 앞으로 주말동안의 일을 계획하게 되는 금요일이 더 신난 이유는, 사람에게 희망이 꼭 필요한 이유를 알게 해 준다.


희망이 없으면 살아갈 이유가 없게 된다. 나조차도 지금보다 올해 연말이, 그리고 내년이 더 기대가 되기 때문에 살고 있다. 사람들이 투자를 하면서 행복해하고 들떠하는 이유도 00을 투자해서 00만원이 되면 00을 사야지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미래만을 꿈꾸고 희망만 바라게 되면 문제점이 생긴다. 바로 영화 속 홀리처럼. 그래서 나는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기로 했다. 만약 홀리가 내 친구라면 나와 같은 상황이면 어떻게 말해줄 것인가? 홀리에게 미래는 신경쓰지 말라고 할 것이다. 오늘 행복한 일을 찾으면 행복한 일은 어디에나 있다고.



그래도 자꾸 욕심이 난다. 

'조금만 참으면, 오늘을 희생하면...' 


오늘을 희생하면 더 행복한 내일이 올 거라고 마음 속 소녀가 말을 건다. 그 때마다 '문리버'를 들으며 생각을 정리한다.


문리버를 들으며 진주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희망은 어디에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거린다. 오늘에 감사하며 미래를 위해 행복을 유예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어디에선가 읽었던 동화가 생각이 난다. 성공한 CEO가 휴가를 맞아 한적한 바닷가로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살고 있는 노인을 만나게 되는데 CEO가 노인을 지켜보니 그저 하릴없이 바닷가에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CEO는 노인에게 다가가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왜 이렇게 인생을 낭비하고 있소? 여기서 이러지 말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하지 않을까요?'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요? 왜 그렇소?'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 수 있으니까요.'



노인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고 한다.

'젊은 양반, 돈을 많이 벌면 어떤 것을 할 수 있나요?'

'가족들과 요트를 빌려서 섬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지요. 또 친구들과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갈 수도 있고요.'

'휴가라, 휴가 가면 당신을 무엇을 하소?'

'바다에서 수영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노을 지는 모습을 바라보곤 합니다.'


노인은 씩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지금 그렇게 살고 있소만.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한 다음에 해야 할 일이 휴가를 즐기는 것이라면 나는 매일 성공한 사람처럼 살고 있지 않은가.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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