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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ott 장건희 Jul 04. 2022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맞는 업무

무상상(Aphantasia)과 과상상(Hyperphantasia)

우리 주변에는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들은 영화나 일상생활 속에서 기억날 만한 장면도 머릿속에 잘 그려내지 못함을 알게 됩니다. 얼마 전에 같이 본 영화인데도 처음 보는 영화로 착각하기도 하죠. 그렇다고 이들에게는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이들이 겪는 현상을 우리는 무상상(無想像) 또는 에이판타시아(Aphantasia)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얼굴을 귀신같이 잘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과거 있었던 일들이나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들을 눈앞에 생생하게 떠올립니다. 유명 영화감독이나 영화평론가들의 인터뷰를 듣다 보면 이분들은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의 디테일을 거의 카메라처럼 잡아냅니다. 이들의 능력은 단순한 관찰력 이상의 그 무엇이 있습니다. 

비슷하게 학창 시절에 공부 잘하는 친구 중에는 특유의 '프린팅 능력'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수학 참고서의 몇 페이지 몇째 줄에 무엇이 있다는 식으로 자신의 기억력을 자랑하곤 했습니다. 마치 머릿속 스크린에 모든 장면들이 그려지는 것처럼 기억이 뚜렷하게 시각적으로 그려지는 현상을 과상상(過想像, Hyperphatasia)이라고 합니다.  

엑세터 대학 인지 및 행동 신경과학과 교수인 아담 제만(Adam Zeman) 박사

영국 엑세터 대학 아담 제만(Adam Zeman) 교수는 2015년부터 무상상(aphatasia)이라는 현상을 처음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현상은 이미 백여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으나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제만 교수의 연구팀은 기능성 MRI와 같은 첨단 장비를 이용하여 처음으로 무상상에 해당되는 사람의 뇌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시각피질(visual cortex) 전두피질(frontal cortex) 판단력과 관련된 부위의 연결이 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개 과상상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그 연결이 매우 강했습니다. 무상상을 가진 사람들은 그 연결이 약했고 소리, 냄새 또는 촉각도 잘 기억하지 못함도 발견했습니다. 자신의 과거, 특히 어렸을 적의 기억이 다른 사람들보다 부족하다는 것도 관찰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무상상을 겪는 이들의 기억력이 일반인들과 비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닙니다. 테스트 결과 기억력 수준은 정상이고 아이큐는 오히려 높게 측정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과상상을 겪는 사람들에 비해 내성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하며 과상상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경험이나 모험에 좀 더 개방적인 편이라고 합니다. 

무상상의 남녀 비율은 비슷한 반면 과상상의 경우는 여성이 2/3을 차지

무상상과 과상상에 해당되는 사람들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 현상에 따라 효과적인 학습방식과 적합한 직무 방향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상상에 해당되는 학생들은 비주얼에 약하기 때문에 그림보다는 글과 논리로 설명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상대적으로 과상상에 해당되는 학생들은 그림이 더욱 많은 교과서를 활용하는 것이 학습에 효과적이겠죠.  


2천여 명의 무상상을 겪는 사람들을 조사해본 결과 20%가 이공계에 종사한다고 합니다. 이는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입니다. 비주얼에는 약하지만 이들은 숫자와 논리에 강하기 때문에 기술직이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과상상을 겪는 사람들은 예술계에 많이 종사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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