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앓이
난 태풍이 오던 지난주 제주를 찾았다.
사실 오래전 예약을 했던 터라 태풍이라는 것을 피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끝자락이니 가기로 맘먹고 저녁 9시가 되어 제주 공항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곤 렌터카를 빌려 타고 원래 목적지인 협재로 향했고 그 시간은 얼추 10시가 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제주시를 제외하곤 대부분 음식점은 문을 닫는다.
그래서 좀 큰 읍내 격인 한림으로 살짝 이동을 해서 내가 원하는 포장 횟집을 찾았다.
모든 곳들이 영업을 종료하고 문을 닫은 상황에서 맛집스러운 횟집을 하나 발견한 나는 문을 열고 들어선다.
음식점 이름이 쥐치 전문점이니 맛있는 쥐치 한사라를 떠가자는 생각에서 말이다.
들어서니 손님은 당연히 없고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족발에 한잔 걸치고 있었다.
난 조심스레 회포장이 가능하냐고 물어봤고 즉시 들려오는 대답은 가능하다 였다.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휴 뭐가 되죠? 하면서 메뉴를 살펴봤다.
보아하니 쥐치 외에 해산물도 잔뜩 쓰여 있고 특히 좋아하는 해산물 모둠도 있는 듯해서 해산물 모둠을 물어보니 주인장께서는 태풍으로 배가 일주일 못 떠서 회가 없다고 한다.
그나마 있는 건 오늘의 메뉴에 나와 있듯이 전어 멍게 해삼만 가능하다고....
헉 이런 큰일이다. 하긴 태풍의 끝자락이니 배는 당연 출항을 못 했을 터이고 고기는 어항에 텅 빈 상태이긴 할 것이다. 하지만 하필 나에게 이 시점에 시련을 주시는가 생각이 떠올랐다 ㅠㅠ
하지만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머릿속에 스쳐간 생각이 제주에 전어가 나오나?? 전어는 서해바다 아니었던가??
낚시를 제주에서 그리 해봤지만 전어는 잡아 본 적이 없었는데...
그러나 사장님은 가을 제주 전어가 맛있다고 한다. 그나마 저거라도 잡아둔 거라고...ㅎ
이곳 한림 맛집 한림 쥐치 전문점은 사장님 직접 배를 몰아 쥐치를 잡아 오신지 20년 되었다고 한다.
하긴 이쪽은 쥐치가 많긴 하지...
어쨌든 반신반의하며 전어를 부탁드렸고 3만 원짜리로 포장을 해와서 숙소에서 한점 한점 맛을 본다.
서해와는 다르게 무언가 맑은 맛이 있다.
이 밤 12시가 넘었지만 난 제주 가을 전어회에 빠져 한라산 한잔 한잔을 비워가면서 제주의 첫 밤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