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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나와 마주하는 법

by 민수석

수영 강습을 시작하고,

오늘 처음으로 영상을 찍었습니다.


제 머릿속에는 제가 수영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멋있지는 않아도, 꽤나 그럴듯한 자세로

물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장면이었죠.


하지만 영상을 본 순간,

그 상상은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제가 그리던 그럴듯한 자세는 온데간데없고,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내가 화면에 담겨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진짜 나’와 마주했습니다.


되고 싶은 내가

진짜 나인 줄 알고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고 싶은 일, 잘되는 상황,

성공한 미래의 내 모습만을 상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되고 싶은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서

괴리가 느껴질 때마다

자괴감과 현타가 밀려옵니다.


그럴 때 우리는 포기할 이유를 찾습니다.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야.”

“조금 더 준비되면 다시 해볼 거야.”

이런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요.


그러나 진짜 성장은

현실의 나와 마주할 때 시작됩니다.

수영 영상을 찍으며 현재의 나를 봤듯이,

삶에서도 내 모습과 마주해야 합니다.


그 모습이 보기 싫을 수도 있습니다.

부족하고, 서툴고, 초라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것이 진짜 나입니다.

그 현실을 인정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복직 후 사무실 구석에서 글을 쓰며

과거의 나를 복기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치 발가벗겨진 기분이었지만,

그렇게 나 자신과 마주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예전에 컨설턴트와 모의 면접을 하며

내 모습을 영상으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내가 얼마나 쓸데없는 말을 반복하는지,

얼마나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를.


스피치 교육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모습을 찍고 보니

습관처럼 고개를 숙이고,

손을 쓸데없이 움직이는 내 모습이 보였습니다.

부끄러웠지만, 그 덕분에 고칠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현실의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 순간이 두렵더라도, 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마주침이

진짜 나를 성장시키는 시작이니까요.


메타인지는 결국,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용기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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