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면접 기간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진로를 선택하고, 지난 1년 동안 집중해 온 노력들이
좋은 결실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고3 학부모로 지내고 있지만,
정작 ‘고3의 부모’라는 실감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늘 자기 페이스로 묵묵히 걸어온 딸이 그저 대견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요즘 딸이 유난히 힘들어합니다.
바로 평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올해 초부터 관련 학원을 다니며
자신감 있는 태도와 자연스러운 답변으로 호평을 받았었죠.
하지만 집중면접 대비반에 들어가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거의 매 시간마다 피드백이 쏟아지니
자신감이 서서히 무너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요.
가만히 지켜보니,
그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평가받는 두려움이었습니다.
모의 면접 때마다 하는 말 한마디가
빨간펜으로 첨삭되듯 지적을 받으니,
좋아하던 일임에도 어느 순간부터 위축된 것이겠지요.
사실 누구나 평가받는 자리에 서면 두렵습니다.
누군가는 “남이 뭐라 하든 신경 안 써”라며 훌훌 털어내지만,
어떤 사람은 작은 지적에도
밤새 마음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딸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문득 제 과거가 떠올랐습니다.
국내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하던 시절,
저는 졸업논문을 영문으로 작성했습니다.
왠지 그렇게 하면 ‘특별해 보일 것’ 같았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세스 고딘이 말한 보라빛 소처럼
튀고 싶었던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오히려 평가받기 두려웠던 마음의 방패였던 것 같습니다.
‘영문 논문이라면 교수님 외엔 아무도 태클 못 걸겠지’라는
오만이자, 두려움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완전히 드러나 평가받는 게
겁났던 것이죠.
그건 결국, 제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모른다는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평가받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평가란 나를 낮추려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촉진시키는 거울이 되기도 하니까요.
딸이 이번 면접의 고비를 잘 넘기고,
그 과정 속에서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배우길 바랍니다.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통해 얻는 지혜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