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는 말을 하는 사람

by 민수석

“하나 둘 삼 넷 오 여섯 칠 팔 아홉 공.”


군대에 들어가 가장 먼저 배운 건 숫자 세는 법이었습니다.

그땐 왜 굳이 ‘삼’, ‘오’라고 부르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직장과 일상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그 숫자 속에 담긴 뜻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듣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건 단순한 배려를 넘어,

소통의 본질이었습니다.


회사에서도 그런 순간을 자주 봅니다.

회의 중 누군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말합니다.

“이건 다들 아시겠지만요.”

그 한마디에 공기가 달라집니다.

듣는 사람은 ‘나만 모르는 건가?’ 하는 불편함을 느끼고,

결국 말은 벽을 타고 흩어집니다.


반대로 어떤 동료는

항상 말의 속도를 조절하고,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비유를 들어 설명합니다.

그럴 때면 회의가 끝나고 나서도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 사람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들리는 말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가정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딸아이가 시험 기간에 예민할 때,

저는 습관적으로 “그 정도면 됐지.”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압박이었습니다.

그 아이에게 필요한 건

“힘들겠다, 그래도 잘하고 있어.”라는 공감이었죠.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요.


요즘은 이메일을 쓸 때도,

내가 전하고 싶은 내용보다

상대가 읽었을 때 어떤 느낌일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짧게 써도 진심이 담기면

불필요한 오해는 줄어듭니다.


군대에서 배운 숫자 세기처럼,

말에도 정확한 조준이 필요합니다.

말하는 이는 중심이 아니라 조준선이고,

듣는 이는 목표 지점입니다.


조준이 빗나가면

메시지는 엉뚱한 곳에 떨어집니다.


그래서 오늘도 다짐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줄이고,

상대가 알아들을 말을 하자.


말은 결국 마음의 탄도학입니다.

정확히 전달될 때,

비로소 마음을 맞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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