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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민수석
Dec 04. 2024
40대 초반에 원하던 대기업에 입사하다!
두 번의 해고와 이직 끝에 원하던 국내 대기업에 입사하게 되었다.
10년 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10년 후 내 명함에 이 회사가 적혀 있었으면 좋겠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회사를 다니다 보니 항상 고용이 불안정하다고 느꼈다.
막연히 국내 대기업에 이직을 하게 되면 정년까지 다닐 수 있을 것 같단 희망이 있었던 것 같다.
2주간의
경력 사원 집합 교육이 끝나고
군대에서 자대배치받는 심정으로 현업 부서에 배치되었다.
정렬된 책상과, Desk Top 컴퓨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IT회사가 노트북이 아닌 데스크톱 컴퓨터를 준다는 사실에 놀랐다.
실험실 왔다 갔다 할 일이 많은데, 데스크톱이라니.. 낯설게 느껴졌다.
그것도 5년 후에 노트북으로 바꿔준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속한 조직이 제조업 기반으로 보안을 중요시해서 노트북이 아닌 데스크톱으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집에 가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장점도 있었던 듯하다.
외국계 다닐 때는 집에 노트북을 들고 가서도 이메일 확인 및 업무를 진행했었다.
이제 안정된 직장에 입사했다는 생각에 대출을 더 받아 조금 더 좋은 동네로 이사 가고 싶었다.
외국계에서는 고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대출을 늘리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지만,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 회사에 들어왔으니, 대출을 더 늘려서 상급지로 옮겨도 될 거란 생각을 한 것이다.
가족회의를 거쳤는데, 딸과 와이프의 반대로 이사를 가지는 못했다.
그 대신 와이프가 TV를 보면서 이야기한다.
우리도 저거 하나 사자고.. 그 당시 핑클이 캠핑카를 빌려서 여행 다니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와이프가 이야기한 것이 캠핑카였다.
캠핑을 즐기던 나는 그 말에 솔깃해서 바로 알아보고 캠핑카를 예약했다.
나는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있으니까, 이까짓 것쯤이야 하는 생각이었다.
6개월을 기다리고 나서 캠핑카를 받았다. 그리고 코로나가 터졌다..
캠핑카 덕분에 코로나 시기에도 여기저기 여행을 잘 다닌 듯하다.
추후에 휴직하고 생활비 때문에 캠핑카를 매도했는데, 돌이켜 보니
가족에게 추억을 많이
선물해 준 선물 같은 존재였다.
그렇게, 여가도 즐기고 새로운 업무에 적응도 하면서 열심히 회사 생활도 했다.
우리 부서는 노다지 같은 부서였다.
일을 하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이 할 게 있고,
안 하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이 안 할 수 있는 그런..
하고 싶은 일도 많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컸기 때문에,
내가 속한 소파트 내에서의 업무역량과 성과는 탁월했던 것 같다.
그전에 안 하던 업무도 가져와서 하고 다른 부서와 협업도 하고,
열심히 일한 덕분에 고가의 측정장비도 투자받을 수 있었고..
한 가지 일화를 보면
우리 부서에서 진행하지 않았던 업무가 있었다. 왜냐하면 기술적으로 깊숙이 관여하고
여기저기 물어봐서 업무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그 업무를 맡으면서 일을 하다 보니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우리 부서에 계측기가 없어서 다른 부서 사용하지 않는 새벽시간, 또는 주말에 나와서
계측기 사용법을 열심히 익혀서 결과를 만들어 냈다.
마치 도둑질하는 마음으로 다른 부서 장비를 사용하는 설움이란...
결과적으로 그 일은 내가 잘하는 분야가 되었고, 다음 연도 장비투자할 때 고가의 장비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레 구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내가 진급하려고 한다면 이렇게 남들이 안 하는 분야를 내 업무를 만들어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하나 둘 늘려나가다 보면 나름의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
업무 후에는 꼭 공유하고, 기회가 된다면 다른 사람에게 세미나 형태로 전파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처음 입사할 때 연봉 차이 때문에 진급 보장을 받고 입사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진급한다고 하면 진급으로 인한 연봉 인상률이 적어도 10%는 되었었다.
그래서 이곳에 입사하고 진급하게 된다면 이로 인한 연봉 인상이 적어도 5% 이상이 되고
기본인상이 5% 정도 되어 막연히 10%는 인상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데.. 진급으로 인한 연봉 인상이 1%...
그 후에 수석이기 때문에 진급인상률이 다른 직급보다 낮게 책정되었다.
뭔가 이상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성과가 좋다고 하면 진급은 물론이거니와 주식, 보너스, 연봉인상
이렇게 성과에 따른 보상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내가 속한 이곳은 열심히 일하고 성과가 좋아봤자 1%,3%..
더군다나 수석연구원은 보직을 맡은 사람들이 많다 보니 웬만하면 평 고과...
그러면 연봉 인상률 3%..
사업부 실적이 좋지 않다면 보너스가 나오지 않는다.. 연봉의 50%를 차지하는 보너스..
그렇다고 하면 내 연봉은 10년 전으로 돌아가버린다..
10년 동안 악착같이 경력을 쌓았는데, 아무것도 아닌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 없다고 생각되니 이때부터 일에 대한 의욕이 떨어진 것 같다.
목표달성과 보상으로 인한 도파민이 분비되어야
행복감을 느낄 텐데, 보상이 없어지니 일하는 의욕이 떨어짐과 동시에
일로 만족을 얻는 나에게 무기력함을 선물했다.
이렇게 일 년 이년 삼 년 사 년 시간만 흐르게 되었다.
그리고 정년까지 다닐 수 있을 거란 생각이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이 상태로 일에 대한 흥미가 없는 상태로, 언제 잘릴지 모르는 이곳에서
버티기가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그냥 버티는 삶이 맞는 건가 싶었다.
그때부터 지금 까지 하던 업무와는 다른 곳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전 직장에서 입사하자마자 이직을 준비했듯
이곳에서도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겠단 생각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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