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우는 끼니/시간을 지양하자.
남자인 제가 다른 남자를 보고 멋있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들도 멋지지만,
요즘은 특히 요리하는 남자들이 눈에 띄게 멋있어 보입니다.
혼자서 먹는 식사임에도 정성을 다해 요리하고,
그 음식을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혼자 먹는 건데,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죠.
저는 늘 바쁜 일상 속에서 혼자 하는 식사는 단순히 허기를 달래는,
말 그대로 끼니를 때우는 정도에 불과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TV에서 혼자서도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해 먹는 사람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정성껏 차린 식사를 대접하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저는 항상 다른 사람에게 잘 대접하기 위해 애쓰면서도,
정작 나 자신에게는 대충 때우기만 했다는 사실을요.
이 깨달음은 식사뿐만 아니라 제 일상의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버스를 기다릴 때나 약속 시간을 기다릴 때,
혹은 근무 중 잠깐의 여유 시간에도 저는 그저 시간을 때우기에 급급했습니다.
의미 없이 쇼츠 영상을 넘기거나,
무의미한 콘텐츠를 소비하며 그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던 거죠.
그러나 이제는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시간을 때우는 대신, 나를 위한 시간을 축적해야겠다고요.
좋은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내 몸에 영양을 채우고, 깊이 있는 사색으로 내 머릿속에 경험과 생각을 축적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그날 천천히 곱씹어볼 만한 문장이나 생각 하나를 떠올리고,
그것으로 하루를 채우며 자투리 시간을 더 의미 있게 보낼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북창동 순두부에서 가장 비싼 메뉴인 LA갈비 정식을 주문해 천천히 음미하며 먹어보았습니다.
올해 했던 가장 멋진 Flex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명상 시간에 배운 대로 밥알 하나하나를 느끼며 천천히 씹으니, 식사 시간이 새롭게 다가왔고,
그 정성스러운 경험 덕분에 진심으로 대접받았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나를 소중히 대접해야, 타인도 제대로 대접할 수 있다는 것을요.
결국,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시간과 노력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