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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미 Dec 25. 2017

누가 취준생을 울리나-2

정말 역량을 갖춘 신입이 있다고요?

"아니 X발 무슨 다 경력직만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

- 유병재, SNL KOREA.



누가 취준생을 울리나 - 1편 : https://brunch.co.kr/@princox/145




소설의 시대


"자신의 직무와 연결하여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딜 가나 마찬가지의 말이다.


자기소개서에는 내가 지원한 직무에 관련한 역량을 적어야 하고,

그것도 없으면 스토리라도 지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다들 신입이라면 기업의 입장에서 직무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사람을 뽑으려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들은 자기소개서는 전혀 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인은 A 전자에 냈던 지원서를 실수로 고치지 않고 그대로 B 전자에 제출했다.

고치지 않은 자기소개서에는 그대로 '그래서 A전자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라는 문장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나는 떨어지고 그는 서류 전형에서 통과했다.


대기업에 인사부서에 일하고 있는 내 친구는 회사에서는 일명 '지원자 소팅(Sorting)'을 한다고 말했다.


토익, 학교 수준 등을 기준으로 삼아 자기소개서는 읽지도 않고 걸러낸다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직무 역량과 엮어 멋있는 소설을 만들어냈어도,

내가 엑셀(Excel) 파일에서 클릭 몇 번의 하위그룹에 속했다면 내 자기소개서는 그대로 휴지통으로 들어간다.


과연 기업들은 그들의 블로그나 채용 스토리에 적혀있는 것처럼 당당하게 사람을 뽑고 있는 것일까?


그 많은 역량을 요구하는 그 신입 자리에, 그것도 그 많은 직무 역량을 가진 채로,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앉아있는지 직접 보고 싶다.





비리의 시대


천하의 도둑놈들, 이름하야 <나쁜놈들 전성시대>


화끈하게도 해 드셨다.


신의 직장이라는 곳은 채용비리로 가득 찼고, 어떤 은행은 예금 얼마 이상을 해준 고객의 자녀를 특혜 채용하였단다.


블라인드 채용이니 뭐니라고 해봤자 위에서 까라면 까야하기 때문에 그들도 그대로 할 수밖에 없다.


면접장에서 했던 채용 담당자는 내게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도 그러고 싶지 않아요. 다만 이 얘기도 하고 싶어요. 죄가 없는 기업은 우리에게 돌을 던져라."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는 특혜 채용이 어쩔 수 없이 있다는 것이다.


역량이 뛰어난 자를 추천받아서 채용하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공개채용에서는 그래서는 안됐다.





노력의 시대


얼마 살지 않았지만 거의 분명하게 느낀 것들이 있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본인이 노력해서 그 자리에 갔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자유시장에서 경쟁에서 노력으로 승리했기 때문에 본인이 얻은 지위(계층)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나는 그렇지 않았나 생각해봤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서 내가 누려왔던 것들을 내 힘으로 온전히 이뤘다고 착각하지는 않았는가.


나는 환경과 직업이 사회구조에 의해서 많이 영향받는다고 믿고 있다.


너무나도 당연히 그렇지 않나?


만약 일본에서 태어났다면 정장을 입고 앉아만 있어도 채용이 됐을 것이고,

내가 전공한 분야가 해당 국가의 최대 산업이라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당연히 그만큼 더 많은 노동 공급이 있을 테지만.)


본인이 노력하지 않아서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말라.

취업에 성공한 사람도 딱히 당신보다 잘나서 된 것은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다. 내 몫을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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