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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주치의 Mar 29. 2019

12. 우울하면 우울하다고 말을 해. 화내지 말고.

Epi.04. 부부대화법 : 화가 났다고 말을 하세요. 화를 내지 말고.

갑작스러운 요구에 수미 씨는 잠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자신의 감정을 내놓았다.

 

수미: "저는 두려웠습니다. 한편으로는 슬펐습니다. 또 우울했고 서러웠습니다. 선생님.”


Dr: “이유는 뭘까요?”


수미: “별일도 아닌 일에 흥분하고 화를 내는 남편을 보며 사실 눈에 살기가 서려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남편은 범죄자가 저한테 해를 끼칠까 봐 두려웠다고 하지만 저는 범죄자도 아닌 남편이 저를 그렇게 살기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 더 두려워요. 선생님. 결혼하고 남편이 힘들게 사법고시 준비를 하는 동안 저 역시 혼자인 시간이 많았어요. 그래도 남편이 꿈을 이루면 제게 든든한 안식처가 되어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남편은 오히려 검사가 되고 나서 더 불안정해 보이고 분노 조절도 잘 안되고 무섭게 행동해요. 제 삶이 평생 두려움에 떨 것 같아 우울하고요. 서럽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렇게 흥분하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아이도 걱정이고요. 그날은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소리를 치면서 흥분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서러움이 복받쳐서 화를 냈어요. 그냥 구구절절이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더라고요.”


Dr: 그렇군요. 수미 씨는 화내는 남편을 보며 부부간에 손상된 애착관계에 더욱 균열이 생겼 남편이 더 멀게 느껴지면서 우울, 서러움, 두려움과 같은 1차 감정이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수미 씨도 역시 1차 감정으로써 표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고 2차 감정인 짜증, 분노로써 대응할 수밖에 없었군요."


2차 감정: 분노, 짜증, 화


수미: "네. 그럴 여유도 없었어요. 그때는 저 역시 그저 화도 나고 울분이 터져버렸어요."


Dr: "네. 그 마음이 이해가 되네요. 결국 수미 씨에게 남편은 평생 자신을 두려움 속에 살게 할 남자로서 각인되었고 자신은 평생 이 부부 관계에서 두려움에 떨 여성으로 각인되었죠. 자신과 남편에 대한 지각이 부정적으로 굳어지자 수미 씨는 참아왔던 울분이 터지면서 눈물을 흘리며 당신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나요?”


수미: “네. 선생님. 맞아요.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만 헤어지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Dr: “수미 씨께서 얼마나 불안했고 두려웠는지 알 것 같습니다. 진한 씨에게 울부짖으며 힘들다고 소리 지르는 수미 씨의 모습에서 분노보다 강한 서러움이 느껴집니다.”


수미: “네. 그리고 남편은 제가 당신 때문에 힘들다는 말에 오히려 그렇게 힘들면 떠나라며 제 말에 더 흥분을 했죠.”


나는 수미 씨에게는 1차 감정으로써 진한 씨에게 전달하는 것을 재연시키진 않았다. 수미 씨는 아직 재연을 할 수 있을 만큼, 재연을 하고 싶을 만큼 고조된 감정이 순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분히 감정이 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격앙된 배우자에게 재연을 요구하는 것은 섣부른 요구일 수 있다. 기다려야 한다. 충분히 자신의 감정이 순화될 때까지 말이다. 감정을 순화시키기 위해서는 그저 고조된 감정을 충분히 환기시키도록 (ventilation) 기다려줘야 한다.




Dr: “진한 씨는 아내가 자신에게 힘들다고 하는 말을 듣고서 오히려 그럼 자신을 떠나라고 하셨네요. 그런 요구를 하는 진한 씨의 마음 또한 편해 보이진 않습니다. 당시에는 어떤 상황이었죠?”


진한: “그건 무조건 제 잘못입니다. 그건. (침묵)”


진한 씨는 아주 짧은 고해성사를 마치고 그저 침묵하며 바닥만 쳐다보고 있었고, 수미 씨 역시 침묵을 지키며 자신의 커피잔만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다들 침묵하며 수 분이 흘렀다.


결국 나는...


Dr: 부부 사이에 쉽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 헤어지자는 말이죠. 서로 간의 신뢰가 무너지게 하는 말이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진한 씨께서 아내가 힘들다고 하는 상황에서 그녀를 위로해주지 못하고 더 나아가 아내를 자신에게서 밀어내는 방식으로 표현했다는 겁니다. 내 곁을 떠나라고 말이죠. 그런데 그 말은 진한 씨의 진심이 아니잖아요. 결국 진한 씨가 원치 않은 그 말을 한 이유가 진한 씨에게도 있을 것이고 그것을 우리는 이야기해야 합니다. 결국 부부가 서로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이 바로 부부치료의 목표입니다. 도전해야 합니다. 미안하다는 말로 그저 안정을 취하려 하지 마세요. 부부간의 손상된 애착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다시 회복되고 서로에게 사랑과 이해를 요구하고 받을 수 있어야 부부간의 애착은 다시 단단해집니다. 자신을 드러내시고 자신을 아내가 이해하도록 요구하세요. 용기 내서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Dr: '좋아. 하얗게 불태웠어...')


선뜻 말을 시작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진한 씨. 수미 씨의 굳게 닫힌 마음을 보여주던 굳게 팔짱 낀 팔은 어느새 풀어져 있었다. 그리고 진한 씨를 한 번씩 쳐다보는 수미 씨.


진한 씨만이 가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수미 씨 또한 알고 싶어 하는 듯했다.


진한: “선생님. 저는 아내가 저 때문에 힘든 것이 너무 싫습니다. 그 이유는요...”


(To be continued)




점점 부정적인 관계 고리가 규명하고 밝혀지고 있다. 우선 이들 부부에서 밝혀진 첫 번째 부정적인 관계 고리는 이러하다. (참고로 부정적인 관계 고리는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항상 진한 씨는 불안한 사람이다. 아내와 아들에 대한 걱정이 높은 편으로 아내가 본인의 의도와 달리 행동하는 상황. 즉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에서 진한 씨의 내면에 내재된 불안이 자극된다.


한 씨의 내면에는 공포, 불안, 걱정, 두려움의 1차 감정이 증폭된다. 하지만 1차 감정으로써 대화하지 못하고 분노, 짜증 등의 2차 감정으로 표현한다. 진한 씨의 내면에서는 아내는 자신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사람, 결국 진한 씨로 인해  범죄자들에게 해를 입을 수 있는 사람으로 각인된다. 그리고 진한 씨는 아내를 통제할 수 없는 사람, 아내를 위험에서 지킬 수 없는 사람으로 자신을 각인한다.

 

그때 진한 씨는 통제되지 않는 불안, 두려움분노와 같은 부적절한 표현으로 나타난다. 남편의 폭력적인 행위 및 분노, 짜증과 같은 2차 감정은 수미 씨의 내면에 남편과의 손상된 애착을 더욱 불안정하게 느끼도록 하고 우울, 서러움, 두려움과 같은 1차 감정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수미 씨 또한 격앙된 상태로 1차 감정보다 2차 감정, 즉 분노, 짜증을 사용해서 자신의 감정을 진한 씨에게 표현한다. 그리고 수미 씨의 내면에서도 남편은 평생 나와 아들을 두려움에 떨게 할 사람, 자신은 평생 남편으로 인해 두려움에 떨어야 할 사람으로 각인하며 부정적인 고리 과정을 순환시킨다.


그러한 자신과 남편에 대한 지각은 수미 씨로 하여금 남편에게 당신과 함께 하는 것이 힘들고 지친다고 표현하게 된다. 그리고 수미 씨의 표현은 고스란히 다시 진한 씨의 내면에 손상된 애착관계를 더욱 자극하게 된다. 아내가 자신과 함께 하는 것을 힘들어한다는 표현을 들은 진한 씨는 아내에게 그렇다면 자신을 떠나라고 하게 된다.


이러한 부정적인 관계 고리 속에 그들은 갇혀 있었다.

그리고 진한 씨에게는 아내가 자신의 옆에서 힘들어하는 것을 보는 것이 그럴 바엔 자신을 떠나라고 할 만큼 고통스러웠던 이유도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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