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씨는 그 날 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수미 씨는 긴장한 모습으로 커피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있을 뿐이었다.
나 역시 그저 진한 씨의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다.
그의 말인즉,
평소 진한씨는항상매사에불안했다. 문밖에사람발자국소리만들어도잠에서깼고초인종소리만들려도항상긴장하며문을열어줬다.
그날도역시초인종이울렸다.
하지만진한씨가화장실에있는사이에초인종이울렸던것이다. 화장실에있던진한씨는자신이나갈테니수미씨에게문을열지말라고했다.하지만초인종소리가연달아울리자수미씨는 문 앞으로 갔고이웃집에서새로 이사를왔다는 말에 문을열어 주고서이사 온사람들과반갑게 인사를주고받았다.
화장실에서 나온 진한씨는 이미 화가 난 모습이었고수미씨에게 큰소리로 따졌다고 한다.진한 씨는 자신이문을열어주겠다는데왜말을안듣느냐고 따지듯이 말을 했다.수미씨는초인종이계속울리는데그럼어떡하냐고.이웃집에서떡주러온것까지그럴이유가뭐가있냐고.진한씨는흥분하며말을이어갔고수미씨역시 당신 때문에매번힘들다며화를냈다.(불안한 진한 씨와 그렇지 않은 수미 씨 간의 갈등은 최근 벌어진 것이 아닌 듯했다.)진한씨는 자신 때문에 그렇게힘들면떠나라고했고, 수미씨는그런 말을 쉽게 내뱉는 남편의 모습에 눈물이 터져버렸다.
수미씨는자신이결혼을잘못했다고그렇게쉽게떠나라는 말을하는사람인줄몰랐다고하며울부짖었다. 그 날 일은 그랬었다.
잠시 진한 씨는 숨을 고른 후에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목을 축인 후에 말을 이어갔다.
진한씨는아내를 너무 사랑한다고호소한다. 하지만아내가자신때문에 힘들다고하자자신도평소갖고있던불안,긴장, 두려움에아내의고통에 대한 죄책감까지더해져서결국참고있던감정이폭발해버렸다고한다. 진한씨는자신의어깨에있는수많은짐들을내려놓고싶었다고한다.
부부의 다툼에 어린 아들은 방에서 나왔고 진한 씨의 바지를 잡고 흔들며 자신의 엄마를 괴롭히지 말라며 진한 씨에게 소리를 쳤다.진한씨는흥분을주체하지못하고아들을밀쳐내고 자신의주먹으로문을수차례때렸다.
진한: “선생님. 저는검사입니다.변명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들어주셨으면 합니다.지금도 제가 구치소에 넣은 녀석들이수십명넘게있습니다.그리고그녀석들이 재판을 마치고 형을 선고받은 후 하나같이저에게한마디씩합니다.네가족조심해라고. 자신이네아이를찾아갈거라고말이죠.물론그녀석들도생각이있다면제처자식을건드리지않을것을압니다.주변동료들도그런말듣고있으면검사일못한다고합니다.그런데저는생각하지않으려해도생각을떨칠수가없습니다. 선생님.”
진한: “저는그렇습니다. 하루에도몇번이고아내나아들이납치되는상상을합니다.그럼아내한테전화해서위치를확인하고아들도잘챙기라고이야기를합니다.그날도 순간적으로 너무화가났습니다.이사람은내가없을때도 지금처럼초인종누른사람을쉽게문을열어주는건가?그생각에너무화가나서아내한테이야기를했는데아내는 저 때문에 너무힘들고스트레스받는다며짜증을냈습니다.”
Dr: "아내한테 말해보시라고 했는데 저한테 말씀하시길래요. 자 이제는 저한테말씀을하지마시고요.아내한테말씀해주세요.자신의진심을전달해보세요.이것은부부치료치료기법중재연이라고하는것으로아주중요한치료효과가있습니다. (Enactment)진한씨는아내분에게자신의 1차감정을전달해보세요.아내분은진한씨의이야기를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