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주치의 Mar 29. 2019

11. 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들린다.

Epi.04. 부부갈등, 부부대화법, 의사소통,

빨간색만 보고 달리는 소. 자기 내면을 보지 않으려는 사람. 도대체 뭐가 달라?



진한 씨는 그 날 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수미 씨는 긴장한 모습으로 커피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있을 뿐이었다.


나 역시 그저 진한 씨의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다.  


그의 말인즉,


평소 진한 씨는 항상 매사에 불안했다.  밖에 사람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잠에서 깼고 초인종 소리만 들려도 항상 긴장하며 문을 열어줬다.

 

그날도 역시 초인종이 울렸다.


하지만 진한 씨가 화장실에 있는 사이에 초인종이 울렸던 것이다. 화장실에 있던 진한 씨는 자신이 나갈 테니 수미 씨에게 문을 열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초인종 소리가 연달아 울리자 수미 씨는 문 앞으로 갔고 이웃집에서 새로 이사를 왔다는 말에 문을 열어 주고서 이사 온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화장실에서 나온 진한 씨는 이미 화가 난 모습이었고 수미 씨에게 큰소리로 따졌다고 한다. 진한 씨는 자신이 문을 열어주겠다는   말을  듣느냐고 따지듯이 말을 했다. 수미 씨는 초인종이 계속 울리는데 그럼 어떡하냐고. 이웃집에서  주러  것까지 그럴 이유가 뭐가 있냐고. 진한 씨는 흥분하며 말을 이어갔고 수미  역시 당신 때문에 매번 힘들다며 화를 냈다. (불안한 진한 씨와 그렇지 않은 수미 씨 간의 갈등은 최근 벌어진 것이 아닌 듯했다.) 진한 씨는 자신 때문에 그렇게 힘들면 떠나라고 했고, 수미 씨는 그런 말을 쉽게 내뱉는 남편의 모습에 눈물터져버렸다. 


수미 씨는 자신이 결혼을 잘못했다고 그렇게 쉽게 떠나라는 말을 하는 사람인  몰랐다고 하며 울부짖었다. 그 날 일은 그랬었다.


잠시 진한 씨는 숨을 고른 후에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목을 축인 후에 말을 이어갔다.


진한 씨는 아내를 너무 사랑한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아내가 자신 때문에 힘들다고 하자 자신도 평소 갖고 있던 불안, 긴장, 두려움에 아내의 고통에 대한 죄책감까지 더해져서 결국 참고 있던 감정이 폭발해버렸다고 한다. 진한 씨는 자신의 어깨에 있는 수많은 짐들을 내려놓고 싶었다고 한다.


부부의 다툼에 어린 아들은 방에서 나왔고 진한 씨의 바지를 잡고 흔들며 자신의 엄마를 괴롭히지 말라며 진한 씨에게 소리를 쳤다. 진한 씨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들을 밀쳐내고 자신의 주먹으로 문을  차례 때렸다.


수미 씨는 흥분하는 진한 씨의 뒤에서 집에서 나가라며 소리를 질렀고 뒤돌아선 진한 씨는 수미 씨의 멱살을 잡고서 자신이 죽어주겠다며 너희들도 내가 없이  살아보라며 소리친   밖으로 나가버렸다.

  

진한 씨는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다시 집에 들어가려고 문고리를 잡았지만 이내 놓았다. 아이가 너무도 크게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다시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아들을 더 놀라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발걸음을 돌렸다.

 

진한 씨는 길가를 정처 없이 걸었다. 진한 씨는 또다시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둘러버렸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하지만 이미 모든 일이 벌어진 후였.


하루 이틀이 지나 부부는 대화를 나누었다. 어느 정도는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서로의 내면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갈등, 상처가 있다는 것에 동의했다. 그리고 부부는 정신과적 치료를 결심했던 것이다.



 

진한: "(생략) 그렇게 저는  일을 저질러 버렸습니다. 선생님."


Dr: “그래요. 당시 상황이 풍경처럼  머릿속에도 그려지네요. 그런데 진한 씨는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계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30 정도의 침묵)


진한: “선생님. 저는 검사입니다. 변명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지금도 제가 구치소에 넣은 녀석들이 수십  넘게 있습니다. 그리고  녀석들이 재판을 마치고 형을 선고받은 후 하나같이 저에게  마디씩 합니다.  가족 조심해라고. 자신이  아이를 찾아갈 거라고 말이죠. 물론  녀석들도 생각이 있다면  처자식을 건드리지 않을 것을 압니다. 주변 동료들도 그런  듣고 있으면 검사일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


Dr: “그렇다면 아내가 집에 찾아온 사람을 직접 문을 열고 응대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아내와 아들에게 해를 입힐 사람들이   같아서 그런 건가요?”


진한: “저는 그렇습니다. 하루에도  번이고 아내나 아들이 납치되는 상상을 합니다. 그럼 아내한테 전화해서 위치를 확인하고 아들도  챙기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날도 순간적으로 너무 화가 났습니다.  사람은 내가 없을 때도 지금처럼 초인종 누른 사람을 쉽게 문을 열어주 건가?  생각에 너무 화가 나서 아내한테 이야기를 했는데 아내는 저 때문에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다며 짜증을 냈습니다.”


Dr: “자신은 너무 걱정돼서 그러는 것인데 아내가 이해를 못해줘서  서운하고 원망스러웠던 건가요? 자신이 없을 때에도 아내가 쉽게 문을 열어준다고 생각하니 너무 걱정되고 공포스럽기까지 했고요. 그렇나요?”


진한: “. 선생님.”


Dr: “그럼 아내에게  상황에서 지금처럼 말씀을 해보셨나요?”


진한: “어떻게요?”


Dr: “지금처럼 말이죠. 나는 매일 불안하다. 범죄자 하나하나를 구형할 때마다 나를 보며 너희 가족을 찾아가겠다고 하는 범죄자들 때문에 당신과 아이가 너무 걱정된다. 그래서 내가 확인하고 문을 열어주겠다고 했는데 당신이 문을 열어줘서 순간 너무 불안했다. 그리고 당신이 내가 없을 때에도 지금처럼 초인종 누르는 사람을  쉽게  열어준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공포스러웠다.  사람들에게는 미안해도 당신이  모르는 사람들을  열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진한: “그렇게 말하진 않았습니다.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화부터 냈던  같습니다.”


Dr: “여기서 화가 났던 것은 2 감정에 해당하는 감정입니다. 그렇죠. 분노, 짜증 말입니다. 그런데 진한 씨가 짜증 나고 분노했던 이유가 되는 1 감정은 불안, 걱정, 두려움, 공포였다고 생각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한: “. 두려웠습니다.”


Dr: “그래요. 그렇게 불안하고 두려웠던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고, 불안하고 두려움 같은 1 감정보다 분노감, 짜증스러움과 같은 2 감정으로 표현되는 이유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궁금한 것은 그렇게 걱정하고 불안해하면서 지키고 싶은 아내임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당신으로 인해 힘들다고 하자 그럼 자신을 떠나라고 했던 이유 또한 있을  같습니다.”


진한: (침묵)


Dr: 그래요. 다음 치료 시간에 계속해서 다뤄야 되는 내용이고요. 우선은 오늘 시간에는 2 감정이 아닌 1 감정으로 이뤄지는 대화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길 바라지만 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들릴 뿐입니다.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거죠. 이번 시간에는 당시 2 감정 이면에 존재하는 1 감정이 공포, 불안, 두려움이 맞다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수미 씨에게 1 감정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전달해보시길 바랍니다."

 

진한: . (수초 간 침묵한 ) 저는 아내가  걱정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고 낯선 사람을 대하자 제가 대하는 범죄자들이 쉽게 아내와 아들을 해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불안해졌습니다."


Dr: "그래. 여보. 고마워. ^ㅡ^"


진한: "..."


대략 5초 정도는 진한 씨가 나를 멀뚱멀뚱 쳐다봤다.

(나는 참고로 남성 중에서도 거구에 속한다...)


Dr: "아내한테 말해보시라고 했는데 저한테 말씀하시길래요. 자 이제는 저한테 말씀을 하지 마시고요. 아내한테 말씀해주세요. 자신의 진심을 전달해보세요. 이것은 부부치료 치료기법  재연이라고 하는 것으로 아주 중요한 치료효과가 있습니다. (Enactment) 진한 씨는 아내 분에게 자신의 1 감정을 전달해보세요. 아내 분은 진한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수미: "네"


진한 씨는 수미 씨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진한 씨는 어색하게 수미 씨를 바라보고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수미 씨는 여전히 팔짱을   조금은 굳은 표정으로 진한 씨를 바라보고 있다.



진한: "(한숨을 몰아내 쉰 ) 여보. 나는 사실 항상 불안해. 어떤 때에는 두렵기도 하고 그래. 내가 있어도 크게 어쩔  없는 상황이  수도 있지만 내가 없을 때에 만약 나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이 우리 집을 찾아와 초인종을 눌러서 이웃사람인 척을 했을 당신이  의심 없이 문을 열어주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해. 당신과 아이가 내게 원한 가진 이들에게 해를 당한다면 나는  자신이 없어. 두렵고 무서워. 제발 앞으로는 사람들에게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진한 씨는 1 감정을 표현한  다시 숨을 몰아내 쉰다. 마치 청혼을 하는 남성같이 진한 씨는 자신에게 익숙한 감정들을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하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Dr: “그래요. 지금 말씀하신 것이 진한 씨의 1 감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감정이 격앙된 순간에는 1 감정으로써 전달하지 못하고 2 감정이 주된 감정으로 상대방에게 표현되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진한 씨의 불안한 감정이 이성을 압도한 것이죠. 하지만 1 감정으로 표현하는 부부대화법을 일상에서 사용하다 보면 불필요한 부정적인 감정적 소요를 피할  있을 것입니다. 수미 씨는 어떠신가요? 남편은 지금 자신의 1 감정을 사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나타냈습니다."

 

수미: “지금처럼 말했다면 남편에게  또한 소리치진 않았을  같습니다. 그렇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도 얘기해줬을 것 같고요. 평소에는 남편이 집에 없으면 더 신중하게 문을 열어준다고 얘기했을 거 같습니다.


Dr: “그래요. 잘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수미 씨의 분노, 짜증 섞인 표현 같은 2 감정 이면에 1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수미: “네? 저요? ㅡ..ㅡa"


Dr: "네. 같이 짜증내고 화내셨다면서요?^-^"


수미: "네... ㅡ..ㅡ;;"



Dr: "그러니까요. ^-^"


수미: "네...(시무룩)"




to be continued...

매거진의 이전글 10. 너 아니면 나야! 그러니까 너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