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네요. 얼굴이 통통해지셨어요.”
“아! 네…. 넣었어요.”
“뭘요?”
“지방이요. 얼굴에 넣었어요. 배에서 빼서….”
“아~~!”
어느 날 ‘실장’이라 불리는 헤어 디자이너와 나눈 짧은 대화다. 나는 동네 미장원에서 머리를 자른다. 바로 집 앞에 있는 데다 친절하기까지 해서다. 횟수는 한 달에 한 번꼴. 실장은 얼굴이 조금 마른 편이었는데 스스로는 보기에 싫었던가보다. 씩씩한 성격답게 말도 시원시원하다. 거울에 비친 얼굴 표정에 자신감이 묻어난다. 얼굴에 연신 손이 가는 게 스스로도 신기한가 보다.
실장이 얼굴에 지방 삽입 시술을 한 것은 아름다워 보이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남들 눈에도 좋아 보이니 ‘성공’한 셈이다. 매력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아는 사람은 매력적이다. 주관이 뚜렷하다는 의미에서다. 적어도 생각은 한다는 의미니까.
자신이 원하는 걸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수십 배 더 매력적이다. 불평하면서도 현재 상태에 안주하거나, 사랑하지도 않는 그저 그런 일을 하며 나이 들어 인생을 낭비했다고 후회하지는 않은 테니. 스스로를 믿고 따르는 사람은 매력적이다. 꿈꾸고 믿고 행동하는 것, 성공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매력과 성공은 동전의 양면이다.
매력은 경쟁력이다. 이유는 하나. 끌어당김이다. 자석이 쇳가루를 끌어당기는 힘이 자력(磁力)이라면 사람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은 매력(魅力)이다. 매(魅) 자는 도깨비 매다. 그러니까 매력은 도깨비가 사람을 홀리듯 끌어당기는 힘이다. 천하장사라도 마음이 끌리는 데는 이겨낼 재간이 없지 않은가. 매력적인 사람 주변에 시선이 머물고 사람이 모이는 법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관찰해 보라. 실제로 매력 있다고 느껴지는 사람 곁에 사람들이 모여 있지 않은가.
매력은 정형화될 수가 없다. 따뜻한 사람도 냉철한 사람도 매력적일 수 있다. 무뚝뚝해서 좋은 사람도 있고 살가워서 좋은 사람도 있다.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도 까칠한 사람도, 유머러스함과 잘생긴 얼굴, 심지어 몸이 다부지고 몸매가 좋은 것도 매력적일 수 있다. 중요한 건 더 보고 싶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가 하는 것이다. 매력은 압도해 오는 그 무엇이 아니다. 은근하게, 치명적으로 끌어당기는 그 무엇이다.
은근하게, 치명적으로 끌어당기는 그 무엇! 이 대목에서 떠오른 건 독일의 시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년)이다. 스물다섯 살의 청년 괴테가 7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폭풍처럼 써 내려간 이 작품은 젊은 세대에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청년의 슬픈 이야기다. 절친한 친구에게 심경을 고백하는 편지 형식을 통해 독자를 작품 속으로 강하게 몰입시킨다. 유럽 문학에 등장한 최초의 비극 소설로 평가받는다.
어느 봄날 청년 베르테르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유산을 정리하기 위해 고향을 찾는다. 그곳에서 운명적인 여인을 만난다. 법관의 딸 로테다.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는 이미 약혼을 한 상태. 그녀의 약혼자 알베르트가 여행에서 돌아오자 베르테르는 공사관 비서를 자청해 마을을 떠난다. 그 사이 로테는 베르테르에게 소식도 전하지 않고 알베르트와 결혼한다. 공사관 비서로 일하던 베르테르는 당시의 관료적 인습에 반항하다가 파면되고 사교계에서도 웃음거리가 된다. 베르테르는 다시 로테를 찾아오지만 가정을 꾸민 로테의 따뜻한 보살핌은 그를 더욱 고독하게 만든다. 그는 로테에 대한 희망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다 권총으로 자살해 생을 마감한다.
베르테르의 로테에 대한 사랑은 ‘치명적 끌림’이다. 자살에 이를 정도로. 그게 매력이다. 그냥 꽂히는 거다. 눈을 감아도 생각나고, 애써 피하려 해도 자꾸만 눈길이 간다. 매력적이면 상대의 마음은 저절로 움직인다.
정형화될 수 없다면 매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나다움’ 아닐까. 나다움은 물에 물탄 듯한 획일성도 아니고 그저 그렇게 시류에 휩쓸리는 보편성도 아니다. 나다움은 자기다움이고 주체성이다. 독특함이고 자연스러움이다. 매력은 인위적으로 꾸며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저절로 되는 것이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내가 나 다울 때, 그때 비로소 작동하기 시작한다. ‘삶의 향기’가 발산되는 것도 그때다.
그래도 지방으로 시술한 얼굴이 ‘보기에 좋은’ 것은 어쩐 일일까. ‘꾸민 나다움’에서도 매력이 어른거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