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 Moon Sep 20. 2020

빨간 구두를 입는다

빨간 구두가 주는 매력

어느 날인가,

죠시가 나팔꽃 모양의 스커트에 빨간 하이힐을 신고 나타났다. 그것도 눈에 띄는 핫 빨간 구두였다.

구두를 신었다기보다 입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마치 빨간 구두가 그녀를 화려하게 물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때문이다.


빨간 구두위에 우뚝 선 죠시는 마치 할리우드에서 금방 튀어나온 배우 같았다. 너무 예뻤다! 볼륨 있는 단발머리에 건강미와 매혹적인 이미지의 그녀는 섹시미의 아이콘인 마릴린 몬로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팬대믹이후로 누구도 그 정도의 패션 콘셉트로 멋을 낼 엄두도 내지 않는다. 바야흐로 그녀는 연예에 빠졌다!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난 것 같다. 매일같이 부지런히 변신을 하고 나타난다. 그녀로서는 멋 내는 일이 당연하다!.

빨간 구두는 그녀를 당돌한 아름다움으로 입히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언젠가부터 빨간 구두가 한 켤레 있었으면 했다. 작년 여름쯤, 샤핑중에 무심코 들어간 신발가게에서였다. 직원이 낮은 굽의 빨간 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 순간 나의 눈은 단숨에 빨간 구두에 꽂혔버렸다.


예쁘게 반짝이고 있는 빨간 구두가 유혹적인 자태로 내 마음을 뺏어버렸다. 굽이 낮아 캐주얼하면서 멋스럽기까지 했다. 마침 그 구두는 판매 중이었다. 마지막 한켤례 남은 것을 한 치수가 컸음에도 덜렁 사버렸다.

무엇보다 감당하기 힘든 하이힐을 대신하기에 적합한 구두였기 때문이다.


누구는 우중충한 날에만 자기도 모르게 화려한 컬러의 구두를 픽(pick)하게 된다고 한다.

나는 눈부신 여름날이면 빨간 구두에 눈길이 간다. 일단,  신고 나가기만 하면 단번에 집중을 받는다.


누구나 "와~신발, 예쁘다!"라고 한 마디씩 한다. 그럴 때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빨간 구두를 입은 것처럼 마음이 들뜨고 상쾌해진다. 빨간구두는 요상하다. 마음을 이래저래 흔들어놓는다.


여자라면 빨간 구두 한 켤레 정도 있을법하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지만 나이가 들면서 빨간 구두를 신고 싶다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싶다든가, 빨간색의 원피스를 입고 싶다고들 말한다.

심지어는 빨간 핸드백에도 마음이 서슴없이 간다. 마치 젊은 시절 가지지 못한 꿈처럼  빨간색에 꽂히는 때가

있지 않을까.


여자에게 빨간 구두는 뭘까?

섹시함? 매력? 열정, 자존심? 젊음? 사랑? 꿈?.. 등등  그 느낌이란 가지각색일 것 같다.


조시에게 물었다. "빨간 구두를 신으면  어떤 기분이 들어?"


"음, 나를 돋보이게 해!, 게다가 웬지 파워풀한 느낌이 들어!"라고 말한다.


죠시의 느낌대로 20,30대의 여성에겐 빨간 구두란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패션 아이템일 거다. 또는 매혹적인 여인으로의 변신에도 한몫한다.


왜 20대에는 도발적인 빨간 구두에 눈독을 들이대지 않았나 모르겠다. 그때는 줄곧 까만 구두만 신고 다녔다.

그것이 우아함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그 당시에는 빨간 구두를 신은 여성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자가 빨간색의 구두를 신는 일은 좀 뭐하게 여기던 시절이었다. "웬 천박스럽게 빨간 구두?"

이런 식으로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빨간 구두를 신는다. 그때는 눈에 차지도 않았던 시건방진 것으로 여기던 것이었는데.

이제 조금씩 소멸해가는 젊음의 뒷골목이 그리운지도 모른다. 어쨌든 빨간색이란 열정을 담고 있는 색이쟎나.


좀 다른 얘기지만, 엄마는 미국에 다니러 오실 때마다 다양한 옷 꾸러미를 가져오셨다.

매번 달라지고 화려 해지는 것이었다.

교회 야외 나들이때는 20대 아씨처럼 뛰고 흥겹게 노셨다. 이것, 저것 뭐든지 트라이해보고 즐긴다.

한 번도 축 처진 엄마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딸년은 힘들다고 그늘에서 쉬고, 늙은 엄마는 싱글벙글 거리며 뛰놀고. 정작 빨간 구두를 신고 있지는 않았지만 엄마의 모습은 늘 빨간 구두를 입고 사는 것 같았다.


엄마의 늘 새로운 변신과 도전처럼 나에게 빨간 구두란 어떤 "모험"같다.

조금씩 퇴색해가는 열정을 담아보는 시간 같다고 할까. 말도 안 되는 꿈 항아리를 껴안고

행복해하는 것도 되겠다.

 

어느 날 밤,  창 너머로 보인 예쁜 달을 보며,

 "아! 빗자루를 타고서라도 저 달나라에 갈 수 있다면.." 하는 엉뚱한 생각과 같은.

원래 모험이란 그런 것이 아닌가.


여름 색깔과 닮은 빨간 구두를 다시 한번 신는다. 티셔츠에 블루진이지만 사실, 빨간 구두를 입은 것 같다.

바람에 머리를 휘날리며 거리를 활보한다. 오늘 뭐 특별한 일이나 만들어볼까?

 훗~훗 이 상쾌한 기분이란!




매거진의 이전글  명품이 뭐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