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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Sep 06. 2020

 명품이 뭐길래

어쩌다 나를 위한 명품, 괜찮다

여자라면 누구나 명품 하나 정도는 가지고 싶어 한다.

백화점 쇼윈도의 명품은 항상 "여자의 자존심!" 하는 듯 멋진 자태로 걸려있다.

이렇듯 여자에게 명품은 치명적인 유혹(?)의 대상이라 할 정도로 선망의 물건이다.


젊을 때는 패션 아이콘의 대표적인 액세서리요, 나이가 들어서는 "그래도 명품 하나는 가져야지"하며 마치

자신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액세서리가 된다.


어디를 가나 너도 나도 경쟁하듯 명품 투성이다. 샤핑을 가도, 특별한 외출에서도, 출근길에서도, 심지어 식품점에서도 한쪽 어깨 위에 보란 듯이 반짝이며 매달려 있다.


명품이란 것이 희한하다.

힘겨운 월급쟁이고 생활비도 빠듯하지만 하나쯤 끼고 있으면 괜히 살맛이 난다. 프라이드가 한결

업 된듯한 느낌이 든다.  카드빚이 쌓이긴 해도 명품을 드니 갑자기 명품녀가 된듯한 느낌도 든다.

바로 고가의 명품이기 때문이다.


명품은 여자에게 보석 같은 것이 아닐까?

명품시대를 살지 않았던 엄마만 보아도 알 것 같다. 그 시대에는 멋진 반지 하나가 명품 같은 것이었다. 

유독 엄마는 반짝반짝 빛나는 화려한 빛깔의 사파이어를 좋아한다.


여든 생신에도 갖고 싶었던 것이 반지였다. 살짝 다이아몬드가 박힌 우아하게 빛나는 반지를 원하셨다.

직접 디자인을 주문할 정도로 명품 반지에 열렬했다.


손에 끼고 있을 때면 기분이 좋고 은근 자랑하고픈 마음도 있었을 거다. 나는 그것을 여든 엄마의 귀여운 허영심이라고 부르고 싶다. 엄마도 여자니까.


 나이가 들어도 여자는 여자다. 아름다워지려는 욕구나, 눈에 띄는 반지를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면 예쁜 것을 탐하는 마음이란 자연스러운 허영심 같은 것이 아닐까?


여자에게 허영심이란 베일에 가려져있는 자존심 같은 것이다.  적당히 자신과의 조율이 가능하다면 약간의 허영심은 괜찮지 않을까? 뭐, 여자의 허영심이란 자신을 위로하는 자존심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직장의 한 남자 직원은 어느 날 푸념을 했다. 딸이 독립해서 사는 것이 빠뜻하다고 칭얼대더란다. 해서 집에 들였다. 그러더니 명품을 사더란다. 속으로는 삐쭉했지만 "그래, 아빠가 못 사주니 이렇게라도 사라 사!" 했단다.


명품은 꼬리를 감춘 여우처럼 여자의 허영심을 들추게 한다. 사실, 그러라고 명품이 있는 게 아닌가?

이 세상의 모든 여자들의 허영심을 조장한다 어쩐다 해도 어쨌든 가질 수 있으면 하는 것 중의 하나다.

 

나는 딱히 명품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디자인이나 패턴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개인적인 취향은 빈티지풍의 특이하고 아무렇게나 걸치는 편안한 것을 좋아한다. 적당한 가격에 다양한 디자인을 마음껏 즐긴다. 사용하다 질리면 쉽게 바꿀 수도 있어 더욱 좋다. 


이런 말을 한다고 허영심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인간이라는 건 아니다. 아무튼 언젠가 나도 허영심에 발동이 

걸린 적이 있었다. 백화점을 수없이 들락거렸어도 명품 매장은 그냥  지나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근데, 어느 날 우연히 명품 매장 윈도우에 비친 물건(?) 하나가 눈에 확 띄었다. 자그마한 크로스백(bag)이었다.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실용성도 있어 보였다.


매장 앞에서 "아, 이걸 살까? 말까?" 하며 망설였다. 결국 

"그래! 도대체 명품이 뭐길래? 하나 들어볼까?" 하며 삐져나온 나의 허영심을 그냥 맞아들였다. 

그 명품백을 꼭 가져야만 할 것 같았다.


나는 그날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긁었다. 직장생활 15년 자축 의미로 나에게 명품을 안겼다.

 “명품 하나쯤은 괜찮아, 자격 있어!”하면서.


그리고 실감했다. 과연, 명품을 드니 “음, 이 근사 해지는 기분은 뭐지?" 하며 괜히 신이 났다. 

도도한 아씨처럼 적당한 무게감도 있었고  어쩐지 기품도 느껴졌다. 여자들이 명품에 아찔해하고 

우쭐해지는 기분도 알 것 같았다.


엄마가 제법 비싼 반지를 끼고 프라이드 한 미소를 머금었을 때와 같았던 그런 느낌도 들었다. 

아! 이래서 명품인가? 싶었다.


어쩌다 맞이한 괜찮은 외출처럼 명품 구매는 여자의 허영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제는 엄마가 애지중지하는 화려한 반지가 있는 보석함 대신 여인들은 명품을 들고 싶다.


내가 아는 친구는 부유하지는 않다. 정말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사는 엄마다. 어느 날 명품을 들고 나타나 

수줍게 말했다. 


"저, 나를 위해 명품 하나 선사했어요!" 했다.


"아주 잘했어!"라고 나도 덩달아 좋아했다. 


사실, 열심히 일하는 건 좋은 것을 가지고,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열심히 일하는데 가지고 싶은 것도 못 가지면 병난다. 


인생이 별건가? 

가끔은 나를 위한 허영심,  괜찮다. 명품, 가지고 싶다면 당당히 가지라! 

명품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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